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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부동산 대책 걱정하지 마
입력 2017-09-19 06:00   수정 2017-09-20 17:03
규제 강해도 주택가격은 안 떨어져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주택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참 어렵다.

집값이 떨어질 것 같은데 오히려 상승기류를 타는가 하면 반대로 호재가 있는데도 하락하는 일이 벌어진다.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은 여전히 혼미하다. 일부 동에 대해 50층 재건축이 허용된 서울 잠실 주공5단지 같은 곳은 오름세를 타고 있으나 한 때 최고 부촌으로 꼽히던 대치동권은 전셋값까지 하락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8.2대책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요즘 주택 쪽에 식견이 좀 있다 하면 다들 한마디씩 거든다.

정부가 공급을 너무 억제해서는 안 된다느니 인위적으로 집값을 잡겠다고 나오면 되레 가격 상승만 불러 올 것이라는 등 여러 의견이 쏟아진다.

심지어는 무주택서민을 위한다는 대책이 돈 많은 금수저들의 돈벌이를 돕는 꼴이 될 거라는 말도 나온다.

한 쪽만 보면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있다.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 아무래도 공급 속도가 느려 수급 불균형을 불러 오고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수요 억제책으로 불리는 대출제한 방안도 그렇다. 가수요가 없어지면 주택가격이 떨어져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쉬워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가난한 사람은 대출이 제대로 안 되면 집을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반면에 부자는 은행 돈 없이도 얼마든지 주택 매입이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정부가 애써 가격을 떨어뜨려 놓았더니 돈 많은 사람이 싼 집을 싹 쓸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많았다.

그렇다면 규제 말고 다른 방안은 있나.

공급이 최선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이는 주택업체 등의 얘기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듯싶다.

서울에는 이제 빈 땅이 없어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기 어렵다.

외곽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택지를 만들 수 있으나 이것도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용으로 대폭 풀어 남아있는 게 별로 없다. 있다 해도 서울과 너무 멀어 정작 무주택 서민이 생활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결국 강남권 등 서울 노란 자위 지역에 있는 헌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길밖에 없다.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확 풀어 시장을 활성화하면 서울권에 엄청난 물량의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일단 서울 주택난은 어느 정도 해결될지 모른다.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서민용 임대주택을 대량 짓도록 할 경우 가난한 사람들도 서울 도심 한 복판에 거처를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문제는 재건축을 위해 일시에 많은 집을 철거할 경우 주택 부족난이 심해져 집값·전셋값 파동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까짓 것 수많은 새 집이 완공될 때까지 넉넉잡고 한 3~4년간 참으면 모든 게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그 몇 년간을 견디기가 어렵다. 집값· 전셋값이 폭등하면 관련 수요자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를 감안하면 재건축도 정답이 아니다.

한번 오른 집값·전셋값은 원점으로 되돌아가지 않아 재건축 활성화 정책은 결국 집값만 올려놓은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소리인가.

묘책은 없다. 해갈이 심하면 물을 뿌리고 너무 습하면 불을 지피는 길밖에.

무슨 의미냐 하면 그때그때 해결하는 게 상책이라는 얘기다. 시장열기가 너무 뜨겁게 달아오르면 이를 냉각시켜야 하고, 너무 추우면 불을 때서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말이다. 많이 경험한 일이고 부작용도 컸는데도 매번 이런 수법을 반복적으로 적용하는 이유는 이게 상책이어서 그런 것 아니겠나.

공급이 넘치면 가만히 있어도 시장 분위기는 가라앉게 돼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데 가격이 오를리 만무하다. 살 사람이 없으면 공급도 줄어 자연적으로 수급균형이 만들어진다.이런 가운데 가수요 이른바 돈 놓고 돈 먹는 투기수요가 개입되면서 시장은 다시 불균형이 생긴다. 주식시장에 작전세력이 개입돼 가격을 조작하듯 주택시장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수급 조절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는 부양책 또는 억제책을 내 놓아 시장 흐름을 바꿔 놓는다.

이런 얘기를 하는 연유는 8.2대책 때문에 너무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서울권은 여전히 수요가 많아 과대 평가된 일부 재건축 단지 빼고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소리다.

왜냐 하면 중ㆍ장기적으로 볼 때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주택가격은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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