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파워엘리트] 한승희 국세청장, 지능적 탈세·정치적 논란 세무조사 ‘손 본다’

입력 2017-09-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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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주택자’ 첫 타깃…기업자금 불법유출 등 변치적 탈루 행위 ‘꼼짝마’

▲8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한승희 국세청장에게 꽃을 달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6월 29일 제22대 국세청장에 오른 이른바 국세청 ‘한승희 호(號)’가 순항 중이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7월 말 국세청 내 1급 자리인 국세청 차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부산지방국세청장 등에 대한 인사를 지역과 임용 구분에 따라 발탁한 데 이어 2급 이하 청장과 국장급 인사도 잇따라 단행했다.

한 청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이번 인사는 정권 교체 이후 호남·비고시 등 다양한 출신들이 대거 등용된 점과 행시 36회가 약진한 점이 눈에 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연령대가 높은 행시 기수보다는 조직의 안정성을 우선시 한 인사로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국세청의 주요 업무인 세수 확보와 탈세 차단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한 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세수를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한다”며 “고의적 탈세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 청장은 △납세자의 성실납세 유도를 통한 세수 확보 △지능적 탈세 엄단 △세법 집행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서민생활 안정 및 일자리 창출 지원을 4대 핵심과제로 꼽았다.

◇세무조사 건수↓… 역외탈세 등 지능적 탈세 ‘엄정 대응’ = 국세청은 올해 세무조사 건수를 지난해보다 다소 축소해 운영할 방침이다. 다만, 대기업·대재산가의 변칙 상속 및 증여, 조세회피처를 통한 역외탈세 등 지능적 탈세에 대해서는 조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또한 기업자금 불법유출과 차명재산 운용, 변칙 자본거래를 통한 탈루행위, 일감몰아주기 과세회피를 통한 사주 사익편취, 자녀 출자법인 부당지원 등의 변칙적 탈루행위에 대해서는 조사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반면 중소납세자에게는 간편조사를 확대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조사 착수 전 조사유예 제도를 충분히 안내하고, 납세자가 신청할 경우 최대한 이를 승인해줄 계획이다.

이밖에도 국세청은 주식변동조사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올 상반기 주식변동조사 추징세액이 직전 연도 상반기(603억 원) 대비 무려 500%(3600억 원)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성과를 매개로 국세청은 올 하반기에는 보다 고도화된 ‘차명주식 통합분석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계열기업 등 규모 있는 법인 위주로 주식 명의신탁 혐의를 분석하는 한편 합병·분할, 지주회사 전환 등을 통한 편법 탈루행위에 대해서는 검증을 대폭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승희號 세무조사 ‘첫 타깃’은 다주택자… 예견된 조사 = 국세청은 최근 서울 전 지역(25개구), 경기 7개시(과천, 성남, 하남, 고양, 광명, 남양주, 동탄2), 세종, 부산 7곳(해운대, 연제, 동래, 부산진, 남, 수영, 기장) 등 청약조정대상 지역과 기타 주택가격 급등지역 부동산 거래 과정을 분석해 탈루혐의가 짙은 286명을 선별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한승희 국세청장 취임과 함께 ‘세무조사’ 첫 타깃이 된 셈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사 대상은 다주택 보유자이거나 30세 미만이면서 고가 주택을 취득한 사람 중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시세보다 분양권 프리미엄을 과소 신고한 사람들이 대상이다. 또 △분양권 다운계약이나 불법 전매를 유도하는 등 탈세 행위를 조장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 중개업자 △고액 전세금을 편법 증여받거나 △주택가격 급등지역에서 소득을 축소 신고한 주택 신축 판매업자도 세무조사 대상이다.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 일각에서는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세무조사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고, 부동산 거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8·2 부동산대책 이전부터 부동산 과열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올 초부터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 등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 중점관리 지역을 선정해 거래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탈세정보를 수집해 왔다.

국세청은 또 이번 다주택자에 대한 세무조사 이외에도 양도소득세 및 증여세 등 탈루 혐의자에 대해 보다 신속하고,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정치적 논란 ‘세무조사’ 현미경 검증 = 한승희 국세청장은 과거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일부 세무조사에 대해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있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일환으로 민관합동 국세행정 개혁 TF(이하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크고 작은 사건에 국세청이 연루된 상황을 적잖게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박근혜 정권 때 터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행정 개혁 TF는 2개의 분과로 구성되며, 세무조사 개선 분과가 과거 문제 소지가 있는 정치적 세무조사를 점검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높이기 위한 세무조사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세행정 개혁 TF 단장은 강병구 인하대 교수가 맡았고, 각 분과는 학계·시민단체·경제단체 출신의 외부 위원 5명과 국세청 내부 위원 4명으로 각각 구성되어 있다.

국세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도 있지만 또 다른 일부에서는 국세행정 개혁 TF에 대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세 행정 시스템 측면에서 정치적 논란이 된 문제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세무조사 차단 방법을 시스템 측면에서 제어하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 논란이 된 일련의 사건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라며 “실질적으로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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