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견제” vs “또다른 권력” 가을국회 쟁점 떠오른 ‘공수처’

입력 2017-09-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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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위, 세부사안 막바지 심의 작업… 우선·배타적 관할권 모두 부여“권한 막강 부작용 우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9월 정기국회의 최대 쟁점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여부다. 정부 여당은 이번 정기회 안에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검찰 등 주요 권력기관을 견제하겠다는 것인데, 반대로 또 하나의 권력기관을 탄생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제외한 여야 4당 공수처 신설 추진=공수처는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 기소하는 독립기관을 일컫는다.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로, 전직 대통령·국회의원·판검사·지방자치단체장·법관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 기소할 수 있는 기관이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이양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제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정치적 기소를 하거나 불법을 앞에 두고도 눈감거나 머뭇거린다는 비판에 공수처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수처 신설 논의는 지난 대선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검찰개혁을 위해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권한 뒤 지난 7월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올해 안에 관련 법률 제정을 통해 공수처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공수처 신설 관련 법안은 모두 3건이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과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의 안, 민주당 양승조 의원의 안,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안이 대표적이다.

가장 주목을 받는 건 ‘박범계 안’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지난해 8월 공동 발의한 법안으로 공수처의 규모나 권한이 가장 크다. 박범계 안은 대통령(전직)을 포함해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검찰총장, 국회의원 등 주요 수사대상을 적시했다. 김영란법 위반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도록 했고, 불기소심사위원회를 둬 공수처가 불기소 처분을 내릴 때 그 적정성에 관해 국민 의견을 반영하도록 했다. 공수처 구성은 처장 1명, 차장 1명, 특별검사 20명 이내로 한다. 처장 임명은 국회 등 추천으로 구성한 ‘공수처장추천위원회’에서 단수 후보자를 추천하면,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추천위는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3명과 국회의장 및 국회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협의 추천한 4명 등 7명으로 구성되며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국회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이 연서(連署)할 경우 공수처가 즉시 수사에 착수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의원 수 30명 이상의 정당은 별도의 견제 없이 수사 착수를 요구할 수 있다.

◇ “필요 이상의 권한으로 또 다른 권력 낳을 수도” 비판도 제기=집권여당인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지난 대선에서 공수처 신설 공약을 내놓았다. 바른정당은 조건부 반대다.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도록 하는 여권의 공수처 안이 과다한 권력 독점으로 국민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게 문제라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신설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대선 때부터 공수처 설치에 반기를 들었다. 홍 대표는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주는 방식으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국회 법사위원장은 한국당 소속 권성동 의원이다. 권 의원 역시 공수처 신설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선진화법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을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하려면 전체 재적 의원 299명 의원 중 180명 이상 확보가 필요하다. 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40석)의 의석수를 합해도 161석에 그쳐 20석 바른정당의 협조가 절실한 형국이다. 일단 정부는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 속에서도 공수처 신설을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검찰개혁 청사진을 그리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도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세부안을 확정하기 위한 막바지 심의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개혁위는 지금껏 국회에 발의된 공수처 법안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개혁위는 △공수처가 검·경보다 먼저 수사할 수 있는 ‘우선 관할권’과 △사건을 강제 이첩받을 수 있는 ‘배타적 관할권’을 모두 부여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위는 빠르면 이번 주중 공수처 신설 관련 권고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두 권한 모두를 갖게 되면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본적으로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비롯해 검찰과 비슷한 기관을 또 만드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비판이다.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것 이상의 권한이 주어져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여당에서도 걱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부 한 관계자는 “공수처는 또 다른 권력을 낳을 수밖에 없다”면서 “공수처가 최선인지는 아직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율사 출신의 민주당 한 의원은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거기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권력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다”고 다소 비판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미 공수처 직제가 나왔다”며 “검찰 내 일부 수사관들이 공수처로 가길 희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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