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假想을 깨는 가상화폐 산업

입력 2017-09-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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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특임교수

최근 가상화폐 붐이 심상치 않다. 가상화폐의 효시(嚆矢)이자 대명사인 비트코인(bitcoin)의 가격은 최근 1 BTC당 5000달러 가까이 치솟다가, 9월 4일 중국 인민은행이 가상화폐 발행을 통한 자금 모집인 ICO(Initial Coin Offering)를 불법으로 규정함에 따라 400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였다가 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것일까? 먼저 비트코인을 만든 나카모토 사토시(中本哲史)라는 인물은 완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이 사람이 금융위기의 와중(渦中)인 2008년 10월 31일 스스로 ‘비트코인’이라 명명한 암호화폐를 전 세계에 소개한 이래 남긴 글들을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반감으로 이러한 통화제도를 만든 것은 확실하다.

태생이 이런 가상통화가 하루가 멀다 하고 커 나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은 국가별 통화당국들이 관리하는 기존 통화시스템, 그리고 그와 연결된 금융시스템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가상화폐의 성장은 각국 통화 당국자들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를 어떻게 규제하여야 할까? 일단 아직까지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인정한 나라는 없다. 반면 비트코인을 금과 같은 상품(Commodity)으로 보려는 시각이 일단 우세한데, 이럴 경우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마다 거래세를 매겨야 한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인터넷상 지갑(Wallet)이라 불리는 주소만 공개될 뿐, 이 주소의 소유주는 전혀 공개되지 않으며 따라서 당국이 알아낼 방법 또한 없다. 이러한 과세의 기술적 난점상 미국 뉴욕주는 2014년 판매세를 폐지하였다. 영국도 부가세를 폐지했고, EU 역시 2015년 매매에 대한 비과세를 결정하였다. 드디어 2017년 일본도 소비세 폐지 조치를 취했다.

가상화폐를 일종의 증권으로 보고 규제하려는 당국의 움직임도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처음엔 무료로 발행되었지만 최근의 여러 가지 가상화폐는 돈을 받고 발행되므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유가증권으로 간주하고 규제하려는 조치가 7월 28일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에 의해 발표됐다. 이후 우리나라 당국도 9월 4일 유사수신행위로 보고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같은 날 중국 금융당국은 아예 가상화폐를 발행하여 돈을 모으는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강한 조치를 발표하였다.

그러면 비트코인 등은 화폐인가, 아닌가? 아직까지 화폐가 요구하는 가치의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보면 화폐라 부르기엔 부족한 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통화적 기능을 갖춘 세계 공통의 새로운 가치교환의 형태’임은 분명하고, ‘통화가 인터넷화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한편 인터넷상에서는 이 비트코인을 빌리려는 사람과 빌려주려는 사람 간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금리도 형성되기 시작했다.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에 따라 금리는 현재 12~30% 수준에 형성되고 있다.

이처럼 점차 통화의 모습을 갖춰감에 따라 매일같이 엄청난 수의 관련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종류를 보면 △채굴(Mining)과 관련한 회사 △각국 통화로 가상화폐를 바꾸는 것을 중개하는 거래소 관련 회사 △바꾼 가상화폐를 지갑 형태로 관리하게끔 어플을 제공하는 지갑(Wallet)회사 △비트코인 받기를 꺼리는 상점들과 비트코인으로 지불을 원하는 소비자 간 결제를 대행하는 회사 △해외로 송금된 돈을 해당 국가 통화로 바꿔 주는 회사 등이 있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는 가상화폐 산업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인터넷 산업 초창기를 보는 것 같은 기시감(旣視感)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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