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노무현 인사들 금융권 점령

입력 2017-09-08 09:58수정 2017-09-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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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보다는 인연.’ 노무현 정부와 관련 있는 인물들이 금융권 수장 자리를 채우면서 이 같은 평가가 금융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노무현 정부와 인연을 맺었는 지가 인사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라는 명제는 이번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내정자의 경우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2005년 대통령 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최 내정자는 당시의 경력으로 참여정부 인물들과 폭넓은 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기고 1년 선배이기도 하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내정자는 2003~2004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1~2년차 때다. 이 내정자는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전부터 금융권 요직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가 문재인 캠프에서 비상경제대책단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내정자는 시민단체에서 유력하게 추천한 금융권 인사이기도 하다. 당초 이 내정자가 금융위원장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지만 재벌 개혁에 무게를 두기 위해 정부에서 그를 산은 회장으로 내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내정자는 산은 회장을 역임한 뒤 향후 설립될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 초대 원장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인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도 현 정권 인맥으로 분류된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이다. 김 전 부회장은 2012년,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금감원장과 산은 회장은 법상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될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의 인사들이 대거 등용되는 것은 그만큼 문재인 정부의 인사 풀이 제한돼 있는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금융권에 활용할 인맥이 많지 않은 탓에 예상되는 후보들이 속속 임명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조는 현 정권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대학교, 고등학교 지인들이 연이어 등용되면서 장 실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는 "장 실장 혼자서 금융권 인사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학연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자리는 금융위원장의 의중을 반영한다"며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내정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추천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거론되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도 금융위에서 역추천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들이 금융권을 독차지하면서 일각에서는 송인배 현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비서관이 인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을 제기한다. 송 비서관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15대 국회의원이었던 1990년대부터 그와 함께했던 인물이다. 송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일 때는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혁신추진팀 행정관,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이 같은 경력 때문에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복심 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철학을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앞으로 있을 금융권 주요 인사도 노무현 정부와의 인연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서울보증보험 수장은 공석인 상태다.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 올해 10월,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내년 5월 임기가 각각 만료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올해 11월에 끝난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간 회사 인사까지 개입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며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에 한해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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