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아파트 불패는 없다

입력 2017-08-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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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개발사업과 맞물려 급등 여지 많아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8.2 부동산 대책의 직격탄을 받은 곳은 서울 강남권 아파트시장이다. 정부 정책도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꼽히는 강남권을 압박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을 잡지 않고는 주택가격 급등을 제어할 수 없다는 시각이 강하게 작용됐다.

오죽했으면 주택시장의 유동 수요로 불리는 가수요 차단을 위해 강남권에다 투기과열지역·투기지역 지정이라는 이중의 자물쇠를 채웠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요즘 강남권 주택시장은 찬바람이 쌩쌩 분다. 시세보다 최고 2억원이 싼 급매물이 등장해도 거들 떠 보는 사람이 없다.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8.2대책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크게 하락해 이제 그 가격에 매입하면 이문을 남길 수 없다고 판단해서 그런지 매기가 싹 사라졌다. 웬만하면 매수자가 나타날 만도한데 분위기는 영 말이 아니다.

한때 신화처럼 여겨졌던 ‘강남 불패’의 자존심이 하루아침에 엉망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강남 불패 신화는 사라질까.

아니다. 가격이 너무 오른 재건축 단지는 좀 조정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당분간 정중동(靜中動) 형세를 보이다가 다시 정상적인 시장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근거가 뭐냐 하면 우선 강남권에 초 대형 개발사업이 잡혀있다는 점이다. 삼성역과 봉은사역간 영동대로 밑에는 엄청난 규모의 지하도시가 만들어진다. 그냥 도시가 아니라 서울 전역은 물론 전국으로 연결되는 철도와 지상 교통망이 갖춰진다.

기존 지하철 2호선과 9호선에다 수도권 광역철도·고속철도 등 7개 철도 노선이 지하도시와 연계된다.

이렇게 되면 유동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서울시는 하루 58만명이 이곳을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옛 한전부지에 지하 7층, 지상 107층 규모의 GBC(글로벌 비즈니스센터) 빌딩을 건설하는 등 삼성동 일대가 대규모 국제교류업무지구로 개발된다. 또 잠실운동장 부지에는 국제회의·관광·전시산업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마이스(MICE)단지가 들어서는 것으로 돼 있다.

이뿐만 아니다. 수서역 주변의 빈 땅에는 주거복합단지가 들어서고 낙후지역 구룡마을에는 고급 주택단지가 조성된다.

이런 매머드 급 개발사업아 강남권에 추진되면 부동산 시장이 온전할 리가 없다. 돈이 풀리고 사람이 몰려들면 주택가격은 오르게 돼 있다. 사업이 본격화하면 그 여파가 바로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대형 개발사업으로 생성되는 새로운 주택 수요를 막을 수는 없다. 이 수요가 강남권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또 한 차례 요동을 치지 않을까 싶다.

영동대로 지하도시가 완성되면 이곳에 근무하는 인력들은 일터와 가까운 곳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근무 형편 상 먼 거리 출·퇴근은 힘들기 때문이다.

사무실 고급 인력들도 기반시설과 주거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강남권 아파트를 선호할 게 분명하다.

판세가 이런데도 강남권 주택시장이 침체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지금이야 정부가 다주택자 등에 대해 세금을 잔뜩 매기겠다고 하니 싼 값에라도 집을 팔려는 사람이 있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예전 분위기로 돌아설 가능성이 많다.

개포지구의 헌 아파트는 집이 너무 낡아 재건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여서 정부가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을 환수한다고 해도 결국 세금만큼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에 식견이 좀 있으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정부가 대출을 억제하고 금리를 올리면 수요가 확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자기 자본이 두둑한 부자는 오히려 좋은 투자기회를 맞을지 모른다. 힘든 고비를 견디지 못한 값싼 매물이 속출하면 입맛에 맞는 상품을 투자 가방에다 주어 담을 것이라는 소리다.

부자들만 돈을 버는 세상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외환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시장이 쑥대밭이 됐던 몇 년 전을 생각해봐라. 3~4년 전만해도 위치 좋은 아파트도 미분양이 발생했다.

자금난을 우려한 주택업체들은 가격을 대폭 낮춰서라도 집을 처분해야 하는 처지였고 정부도 미분양 주택을 구입자에게 양도세 면제 혜택까지 주었으니 투자자들은 얼마나 신이 났겠느냐 말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부자들의 돈벌이를 도와 준 꼴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아파트 미분양사태까지는 아니지만 경기 침체에 힘이 부친 급매물은 당분간 쏟아질 여지는 많다.

부자 투자자들은 이런 값싼 매물을 노릴 것이라는 얘기다.

가격이 싸게 나온 급매물은 앞으로 강남권 대형 개발 프로젝트와 맞물려 가격이 급등할 여지가 많다.

결국은 돈 있는 사람이 돈을 버는 시장으로 바뀌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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