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한미 FTA 공동위서 강공 모드…양측 입장차 재확인

입력 2017-08-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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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한미 통상 당국이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청을 논의하는 첫 만남을 가졌지만 아무런 합의 없이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 등에 대한 양국 공동 조사 없이는 개정 협상을 할 수 없다며 초강수를 뒀다. 한미 양국이 첫 만남부터 8시간 동안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한미 FTA 개정 논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 FTA 특별 공동위원회를 열었다. 미국 측은 2011년 한미 FTA 발효 이후 5년간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 적자가 2배 증가한 점을 거론하며 조속한 시일 내 FTA 개정·수정을 촉구했다. 또한 자동차ㆍ철강ㆍ정보통신(IT) 분야에서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산지 검증 등 각종 FTA 이행 이슈를 해소해 달라고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공동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FTA가 상호 호혜적인 이익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며 미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 등에 대해 양측 전문가의 공동 조사·분석·평가를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국은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 한미 FTA가 아니라 미국의 낮은 저축률과 한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수입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가 대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객관적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며 “미국 측 무역적자의 원인을 먼저 따져보는 게 꼭 필요하고 공동 조사에 대한 미국 측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 측 답변 없인 실무회의도 없을 것이라며 강수를 뒀다. 또 다음 회의 일정은 정해진 게 없다며 “우리 페이스대로 가면 된다”고도 했다. 김 본부장은 ‘폐기(termination)’란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국이 차기 회의 일정을 정하지 못하면서 미국이 제안한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는 이날 회의로 종료됐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자국 입장이 정리되면 언제라도 한국에 회의 재개를 요구할 수 있다. 다음 회의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는 가급적 개정 협상 수순을 피하겠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사실상 개정 협상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FTA 폐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한미 FTA는 효력이 정지된다.

한미 FTA를 개정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다시 확인된 만큼 미국 측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가 양국에 윈윈 효과가 있었다고 한들 미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개정 협상을 통해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하는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바탕으로 우리의 전략적 비교 우위를 공고히 만들 수 있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속도를 내는 만큼, 이를 참조해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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