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블랙리스트' 절박함에 사표 냈지만…법원행정처는 '無반응'

입력 2017-08-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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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해 항의성 사표를 낸 최한돈(52·사법연수원 28기) 인천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부장판사는 이날 현재까지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로 연가 중이다. 그는 지난달 19일 사의를 밝히면서 같은 달 28일까지 사표를 수리해달라고 한 바 있다.

최 부장판사 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 부장판사는 자신이 요구한 시점까지 사직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 이후에도 며칠간 더 출근했고 법원 휴정기에 접어들어 연가를 냈다. 사직서가 법원행정처로 전달되지 않았지만, 그만두겠다는 의사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법원행정처는 일단 소속 법원에서 잘 설득하라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요구한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거부한 뒤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진상조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최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양 대법원장의 조사 거부에도 면담 요청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7월 13일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면담 때 소위 위원들은 대법원장과 차장께 의견을 전달했고, 의견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최종 수리권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므로 전달자에 그치는 인천지법도 난감한 상황이다. 인천지법 관계자는 "법원장과 일선 판사들이 (최 부장판사의) 사직 의사를 만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 논의는 양 대법원장이 임기를 채울 때까지 뚜렷한 진전 없이 답보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 대법원장의 임기는 다음 달 25일까지고, 판사들의 사표를 언제까지 수리해야 한다는 시한은 없다.

사직 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상 최 부장판사가 일단 근무는 계속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직서 수리는 당사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가 아닌 수리행위가 요구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혹여 최 부장판사가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재판 업무를 보지 않는다면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재판을 받는 사건 당사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당분간 법원행정처를 찾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퍼포먼스에 그친 게 아니냐는 인상을 줄 수 있어 향후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전국법관대표들은 지난달 24일 2차 회의에서 "대법원장은 최 판사가 그동안 위원장으로 직무를 수행한 게 정당했음을 확인하고, 대법원장은 향후 그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성명을 냈다. 3차 회의는 다음 달 11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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