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뚝딱대출’ 좋긴한데…‘뒷감당’이 숙제

입력 2017-07-3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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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잔액 눈덩이… 사흘만에 2260억

금리 업계 최저… 저신용자도 年 3%로 가능

대출잔액 증가속도 케이뱅크보다 5.5배 높아

예대마진 적고 신용문턱 낮아 수익차질 우려

은산분리법에 증자 못하면 대출중단 사태도

국내 2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빠른 속도로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상품 자체가 예대마진이 적고 저신용자도 대출 대상에 포함돼 있어 향후 수익성 관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서운 대출 속도… 2000억 돌파에 카뱅 4일, 케뱅 한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영업 개시 4일째 카카오뱅크의 대출잔액은 2260억 원으로 케이뱅크(410억 원)보다 증가속도가 5.5배 빠르다. 카카오뱅크(27일 오전 7시 개시)는 지난 30일 오후 3시, 케이뱅크(지난 4월3일 자정 개시)는 지난 4월6일 오전 8시를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다.

카카오뱅크 대출액는 141억 원(27일 오후 5시 기준), 440억 원(28일 오전 7시 기준), 920억 원(28일 오후 3시 기준), 2260억 원(30일 오후 3시)으로 급속도로 증가했다.

카카오뱅크가 4일 만에 돌파한 대출액 2000억 원도 케이뱅크는 한 달(4월3일 0시~5월 2일 오전 8시)이 지나서야 달성했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상품이 예대마진이 적은 데다, 상환능력이 낮은 저신용자에게도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는 점이다.

예금 이자를 더 얹어주고 대출 금리가 저렴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좋지만,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은행 입장에선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 상품은 금리가 연 2%로, 시중은행 평균 예금 금리인 1%초중반보다 높은 것은 물론, 케이뱅크의 정기예금 금리(연 1.68~2%)보다 높거나 같다.

반면 대출금리는 업계 최저 수준인 2~3%대다.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인 연 4%대 중반보다 낮다. 케이뱅크도 지난달 판매를 중단한 연 2.73% 상품(직장인K대출)을 제외하면 연 4~5%대 대출 상품을 팔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일반 신용대출 상품은 최저 연 2.86% 금리로 최대 1억5000만 원을 빌려준다.

상환능력이 낮은 7~8등급 저신용자에게 연 3%대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것도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1~8등급을 대상으로 연 3.35%금리(300만 원 한도)로 대출을 해준다.

시중은행들도 사잇돌대출을 통해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도 대출을 해주지만, 4~6등급인 중신용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도 연 6~10%대 금리는 받는다.

◇은산분리법 발목에 대출 중단 우려 없나

일각에선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데 적시에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케이뱅크와 같은 대출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대출 상품(직장인K신용) 판매가 급증하자 BIS비율 하락을 우려해 지난달부터 이 상품 대출을 중단했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대출 등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것인데, 자본을 못 늘리는 상황에서 대출만 증가하면 BIS 비율이 급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설립을 주도한 산업자본인 KT(8%)와 카카오(10%)는 은산분리 규제로 각 은행의 지분을 10% 이상(의결권 지분 4%) 소유할 수 없다.

카카오뱅크가 추후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카카오의 지분 확대 제한이 증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증자에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와는 달리 최대주주가 금융주력자인 한국투자금융지주(58% 지분)인 만큼 은산분리 규제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7~8등급 저신용자들에게 소액대출(300만원 한도)로 대출해주는 것은 은행 고객이 아닌, 기존 대부업체나 캐피탈, 저축은행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것”이라며 “대출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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