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人사이트] 강국창 동국성신 회장 “40년간 전자부품 국산화 …첫 작품은 냉장고 도어가스켓”

입력 2017-07-3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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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전자와 40년간 협력…국내 3개사·해외공장 4곳 사업 키워…동국성신 지난해 매출 460억

▲26일 인천 남동구 동국성신 사무실에서 만난 강국창 동국성신 회장은 “앞으로 제조업이 쉽지 않지만 100년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이동근 기자 foto@

강국창(74) 동국성신 회장은 지난 40여 년간 전자부품의 국산화라는 한 우물을 파온 기업계 유공자다. 기업인 강국창의 개인사는 한국 중소 제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26일 만난 그는 그러나 “앞으로는 제조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부터 내놨다. 강 회장은 “기술은 맨 처음 설계할 때만 필요한 것이고, 제조업은 그 기술을 활용해 물건을 대량 생산하는 일이다”라며 “기술 개발 자체는 큰돈이 되지 않는 반면 똑같은 것을 찍어내는 단순 반복 작업이 있어야 제품이 대량 생산되고 수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 제조업은 제품의 시장가뿐만 아니라 기술력 수준이나 재료비도 점점 모든 국가가 평준화되고 있다”면서 “기업이 흑자를 내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낮은 인건비가 더욱 필수적인데, 국내 최저임금이 계속 올라가는 바람에 제조업은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니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고 제조업 경쟁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강 회장이 보유한 전자부품 회사인 동국성신과 가나안전자정밀은 지난해 매출 각각 460억 원, 263억 원을 올린 탄탄한 중소기업들이다.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40%에 이른다. 두 회사가 각각 투자한 해외 공장만 해도 멕시코, 중국, 베트남 등 4곳이다. 두 부품 회사와 별도로 강 회장이 2003년 설립한 동국개발은 제주도에서 레저·관광업으로 75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 4곳의 본사 및 지사 직원수만 550여 명에 달한다.

▲26일 인천 남동구 동국성신 공장에서 직원들이 냉장고 제상히터 제조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이동근 기자 foto@

동국성신은 강 회장이 1976년 창업한 성신하이텍과 1983년 창업한 동국전자를 합병해 2015년 출범한 법인이다. 합병 전까지 세 회사는 40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전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동부대우(구 대우전자)와 각각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합병 후 동국성신과 가나안전자정밀은 각각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국내외 수많은 가전업체에 핵심 부품을 공급해 주고 있다.

협력관계가 40년 동안 탄탄하게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은 강 회장이 지난 세월간 하나둘씩 국산화를 이뤄낸 수많은 부품 덕분이다. 국내에서 1960년대 후반 처음 개발된 냉장고는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기술력이 필요한 내부 부품은 거의 일제 수입품 일색이었다. 당시 상공부에서는 수입 승인을 레버리지로 대기업들의 부품 국산화를 유도했다. 대기업들은 국산화 계획을 제출해야 했기에 업체들에 국산화를 장려했다.

“냉장고 도어가스켓(자석으로 문을 여닫는 부품)은 당시 국산화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고 그는 돌이켰다. 한 대기업의 냉장고 개발부장으로 일하고 있던 강 회장은 일본에서 전량 수입되던 도어가스켓을 직접 나서 개발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30대 초반에 과감하게 사직서를 내고 퇴직금으로 성신하이텍을 세운 그는 도어가스켓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가전부품 국산화의 물꼬를 튼 선두주자가 됐다. 이후 그가 국산화에 성공한 부품 목록은 성애제거용 히터, 보일러 부품, 온수매트, 비데용 보온시트 등으로 점점 길어졌고, 그의 회사도 대기업에 꼭 필요한 협력사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앞으로 제조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강 회장은 동국성신을 100년 기업으로 키우고 싶은 포부가 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고민해 왔다. “기업을 여는 것보다는 접는 게 훨씬 어렵고 국내에서 추가 채용은 어렵더라도 500여 명 직원의 밥그릇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단순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강 회장이 생각한 새 미래 먹거리는 의료용품이다. 회사는 최근 의료용 호스의 시제품 개발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세계에서 3개국밖에 양산하지 못하는 위 내시경용 호스는 가격이 비싸 환자들에게 재사용되는 의료용품”이라면서 “2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해 이제 막 시제품이 나왔는데, 앞으로 주사바늘처럼 싼 가격에 일회용품처럼 보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내시경용 호스는 앞으로 임상실험과 승인 등 행정적 절차를 앞두고 있으며 양산까지 2년 정도 걸릴 예정이다. 동국성신은 내시경 호스 외에도 다양한 의료용품 생산을 검토 중이다.

지난 40년간 사업을 키워오면서 강 회장은 국내에 3곳의 회사, 해외에 4곳의 공장으로 확장했다. 강 회장은 제조업에서 수산업, 레저·관광업까지 다양한 업종으로 국내외 곳곳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흑자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완전한 자율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 공장 같은 곳은 자주 가볼 수 없어 공장장에게 운영에 관한 자율성과 전권을 주고 있다”면서 “조건은 단 하나, 흑자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성을 줄수록 현지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공장장들이 직원수와 인건비를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재료비를 절감하면서 스스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도, 경영도 마찬가지”라면서 “규제를 많이 만들어 놓을수록 사람들은 그걸 면하기 위해서만 힘을 쏟게 된다. 자율권이야말로 내 경영의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서 “삶이든, 기업이든 ‘노력만으론 되지 않는다”며 ‘운칠기삼(運七己三)’이 아닌 ‘은칠기삼(恩七努三)’이라는 표현을 썼다. 기업을 일구는 것이든, 인생이든 개인의 노력이 3할이면 하나님의 은혜가 7할이라는 의미에서다. 그의 표현대로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천국’이 있다고 믿고, 그곳에 갈 수 있게 현재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요즘 ‘죽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적인 기업인이기도 했지만 그의 기업 철학은 독실한 신앙 윤리와 접점이 많았다.

강 회장은 “스스로 사업 목표를 세우고 달려왔다기보다는, 우연히 찾아온 선택의 갈림길마다 우연한 선택을 했고 그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고 뛰어오는 과정에서 주어진 기회를 잘 잡은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사업가로서의 내 판단력이 옳았다고 하지만 경영가로서의 판단력은 기회가 주어진 이후에 이뤄지는 전략적인 부분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아직도 내 선택은 진행 중이고, 그것이 잘한 선택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될 것”이라면서 “아직 성공한 사업가로 불러 주시기엔 이르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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