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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의 인문경영] 악수는 힘이 세다
입력 2017-07-17 10:42

#악수는 강력한 소통의 리더십이다

악수, 한자로 ‘쥘 악(握)’에 ‘손 수(手)’다. 악수는 문자상의 ‘손잡는 의미’ 그 이상이다. 의식(儀式)을 넘어 의식(意識)이 맞부딪친다. 힘을 재보고, 마음을 대보는 한판의 기 대결이다. 몇 초간의 접촉을 통해 상대의 역량과 기량과 국량(局量)이 한 번에 스캔되는 진실의 순간이다. 관심과 의도와 동기가 응축된 종합 소통상품이다.

악수의 본질은 상호 신뢰다. ‘내겐 당신을 해칠 무기가 없다’, 즉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손바닥을 펴 전달하는 평화 행위다. 무장해제를 하고, 꼼수를 두지 않겠다는 신뢰의 증명이자 우호(友好)의 표명이다. 고대에는 낯선 사람을 만날 경우 상대의 손에 무기가 없거나 싸울 의사가 없으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이때의 악수는 평화의 메시지다. 근대에 들어 악수는 계약을 굳건히 지키겠다는 약속의 의미가 추가됐다.

#악수의 상호존중 효과를 알아야

L 사장은 리더들의 직위 수명을 잘 알아맞힌다. 비결은 간단하다. 악수 태도를 관찰하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과 악수를 할 때의 태도를 유심히 본단다. 성의 있는 악수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상대를 응시하지 않고 다음 차례를 쳐다보면서 손끝만 걸치는 듯, 고개만 까닥하며 무성의한 악수를 하는 사람치고 오래가는 사람이 적더라는 지적이었다. 악수는 의례를 넘어 사람의 직위 수명 운까지 예측케 하는 시금석(試金石)인 셈이다.

프란체스카 지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악수의 실제 효과’를 알아보는 협상실험을 진행했다. MBA 수강자들을 부동산 구매자-판매자로 짝을 지어 두 팀으로 나눴다. 한 팀은 악수를 한 후 협상에 임하도록 했다. 다른 한 팀은 악수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협상을 진행케 했다. 악수를 한 팀은 악수를 하지 않은 팀보다 수익 분배, 정보 공유에서 더 공정한 협상 자세를 보였다. 정보에 대한 의도적 독점이나 사기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지노 교수팀은 이번엔 취업 지망자-고용주로 짝을 지어 연봉, 근무 시작 날짜, 근무 장소 선택 등의 복잡한 이슈를 갖고 다시 실험을 해보았다. 이번에도 악수를 하고 협상을 진행한 팀은 악수를 하지 않은 팀보다 상호 개방성과 양보를 통해 합의점을 이루려는 노력이 한결 높았다. 지노 교수는 “부모가 싸운 자녀들을 화해시킬 때 서로 손을 잡게 한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악수는 상호 존중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악수를 하면 관계가 좋아진다

악수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소통 방법이다. 서로 간에 선의, 호의, 합의를 이끌어낸다. 악수를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관찰자의 호감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다. 관계가 좋아야 악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악수를 하면 관계가 좋아진다.

단, 명심할 것은 악수도 악수 나름이다. 잘못한 악수는 말 그대로 악수(惡手)가 된다. 윤동주 시인의 시 ‘쉽게 쓰여진 시’에 나오는 것 같은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악수는 소통의 악수다. 반면 이상(李箱)의 시 ‘거울’에 나오는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오’의 악수는 불통(不通)의 악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악수’를 통해 노골적인 ‘세(勢) 대결’을 벌인다. 힘으로 끌어당기거나, 토닥이고, 흔들고, 잡아채고, 거부했다. 주도권을 과시하는 ‘갑질’의 불통 악수법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내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주먹을 맞부딪치는 인사였다. 힘이 넘치되 경쾌한 인사법이었다. 계층 간, 세대 간 벽을 무너뜨리는 수평적 인사법으로 그다웠다. 문재인 대통령의 악수는 따뜻하다. 상대방과 눈을 마주하는 ‘감성 악수’를 한다. 악수에 진심을 담으면 상대를 떠나 관찰자인 제3자까지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

자, 오늘 악수에서 당신은 상대의 손만 쥘 것인가, 마음까지 잡을 것인가. 아니면 마음을 달아나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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