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아내 친구가 준 교훈

입력 2017-07-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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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16년 만에 미국에서 귀국한 친구를 만나고 왔다. 아이들을 참 반듯하게 키웠다며, 착하고 대단한 친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부부와 알고 지내는 사이여서 미국으로 가기 전 부부 동반 모임을 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선하고 편안해 보이는 부부의 모습이 여전히 좋았다.

내 나라 내 가족을 떠난 외국에서의 16년, 영주권이 없어서 더 힘들었을 세월 속에서도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 낸 부부가 존경스러웠다.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을 크게 잘못 키웠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집 아이들의 독립심이나 신앙심은 남달랐다.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생활비의 일부를 내고 집안 경조사가 있으면 그 경비의 일부를 꼭 부담했다는 태도가 놀라웠다. 신앙심도 독실해 하루를 기도로 시작하고, 자기 수입의 10분의 1은 십일조로 아낌없이 바친단다.

집에 차가 없어서 친구 차를 얻어 타고 등교를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불평하지 않고 좋은 대학을 나와 반듯한 회사에 취업했다고 한다.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고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나가는 아들들이 얼마나 든든하고 자랑스러웠을까!

부부나 가족 간에 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귀가 따갑도록 하지만 일상적인 대화나 피상적인 대화조차 안 하고 사는 가족도 많다. 하지만 아내 친구네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참 많은 대화를 나누며 사는 가족이었다. 서로의 기대나 바람, 감정과 생각, 고민이나 상처, 가족이 처한 상황 등 모든 것을 투명하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며 진정으로 ‘소통’하는 가족이었다.

아내의 친구는 어느 날 남편에게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모든 얘기를 다 털어놓고 있는 자신과 그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남편을 발견했다고 했다. 군대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들을 위해 남편은 직접 노래를 부르고 녹음한 파일을 보냈단다. 그리고 아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그 노래를 들으며 감동했단다.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다. 이번 왕복 항공비도 아들이 마련해 주고 미래의 결혼자금도 스스로 준비한다며, 어려움과 결핍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부부는 겸손해했다. 자식 농사를 잘 지은 두 사람이 부러웠다.

아내 친구의 남편은 “귀한 집의 딸을 데려다 고생시켜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아내 친구는 “항상 내 얘기를 경청하고 내 편이 되어 주는 남편이 옆에 있어서 지금껏 버틸 수 있었구나 생각하니 남편이 매우 존경스럽다”고 했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고마워하는 아내 친구의 부부가 참 보기 좋았다. 잘 참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한결같이 함께해준 아내에게 고마워하는 남편을 보면서 ‘부부가 저렇게 30여 년을 잘 살아내는 것도 능력이고 예술이구나’ 싶었다.

성당을 함께 나가자고 권하면서도 아내가 냉담(冷淡) 중이라는 핑계로 주일을 지키지 못한 지 오래다. 참신앙을 갖고 모범적인 삶을 사는 두 사람을 보면서 영적인 성장을 위해 우리 부부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반성했다.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나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축복이다.

방송과 강의 등에서 주장한 대로 살려고 노력했다고 자부(自負)한다. 하지만 묵묵히 삶을 통해 실천하는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 삶은 그다지 특별한 게 없어요.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두 분의 모습이 부럽네요”라며 아내 친구는 겸손하게 말한다. 자신의 삶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고 감동까지 받은, 또 다른 부부도 있다는 사실을 두 사람이 알고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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