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3조 과징금 때린 EU, 다음 타깃은 아마존…“EU는 모든 미래를 겨냥한다”

입력 2017-06-2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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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담당위원이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글 과징금 부과 결정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 반독점 당국이 미국의 대표 정보·기술(IT) 업체 구글에 역대 최대 규모인 24억2000만 유로(약 2조7551억 원)의 과징금을 27일(현지시간) 부과했다. 이번 EU 당국의 결정이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을 부추기는 동시에 미래 산업이 집약된 미국 IT 기업들을 차례로 겨냥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막강한 온라인 검색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사들에 피해를 주었다는 혐의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 이날 EU가 발표한 24억2000만 유로는 2009년 인텔에 부과한 10억6000만 유로의 배가 넘는다. EU는 구글이 90일 이내에 불공정거래 혐의를 바로잡지 않으면 그 뒤 매일 하루 매출액의 5%에 해당하는 추가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의 매출을 추산하면 추가 벌금 규모는 일일 1400만 달러에 달한다.

EU 집행위원회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구글은 2010년부터 7년간 독점에 가까운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경쟁 업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방해했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구글은 쇼핑, 여행, 지역 검색 서비스 등 자회사에 혜택을 줬다”며 과징금을 부과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EU의 결정은 작년 8월 애플을 향해 벌금 철퇴를 가하고 나서 1년도 안 돼 미국 기업에 내린 응징이다. EU는 당시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에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며 130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U의 과징금 세례는 미국과 유럽 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 10년간 EU의 타깃이 된 미국 IT 기업들은 애플을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퀄컴 등이 있다. 2008년 MS는 경쟁사와 핵심 코드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EU로부터 8억99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2009년 인텔은 10억6000만 유로의 벌금을 내라는 명령을 받았고 현재 법원에 제소한 상태로 판결은 2018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올해 5월 왓츠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허위 정보를 전달했다며 1억1000만 유로의 벌금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구글은 이날 EU의 결정에 반박하고 나섰다. 구글의 켄트 워커 선임 부사장은 “EU가 내린 결정을 자세히 조사할 것이며 법원에 제소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쇼핑할 때 원하는 제품을 쉽고 빠르게 찾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동시에 광고주들은 홍보를 원하기 때문에 광고주와 소비자를 연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EU의 철퇴가 어디로 향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BBC는 EU가 온라인 공룡 아마존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혐의는 아마존이 룩셈부르크에서 세금을 내면서 불공정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앞서 아마존과 이베이를 빼고 자사만 걸고넘어진 EU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마존이 긴장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스마트 음성 인식 스피커 시장에서 아마존의 지배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받았기에 아마존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인 에코는 25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구글의 스마트 스피커인 구글홈의 24%보다 훨씬 높은 71%에 달한다.

2009년 EU에 반독점 혐의로 구글을 제소한 IT 기업 연합인 페어서치는 이날 EU의 결정이 IT 시장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페어서치의 토마스 빈지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다른 업체의 기술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며 “음성인식은 우리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음성인식 기술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만큼 이를 규제할 필요성도 크다는 의미다.

WSJ는 EU의 이번 결정이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실리콘밸리의 모든 기업이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T를 앞세운 기업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보스턴대학의 케이트 힐튼 반독점법 전문 교수는 “소프트웨어가 모든 제품에 필수 요소가 되는 만큼 IT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라며 “이 문제는 앞으로 계속 증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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