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바일게임의 도 넘은 ‘현질’ 유도

입력 2017-06-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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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산업2부 기자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초창기 시대 애니팡과 같은 퍼즐 게임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2014년부터는 수집형 RPG 장르의 게임이 인기를 끌었다. 2015년에는 레이븐, 히트, 블레이드 등 RPG(역할수행게임) 장르의 게임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MMORPG(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 장르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모바일 게임이 고도화되고 발전함에 따라 게임 컨트롤보다는 보유한 아이템의 성능을 뜻하는 ‘템빨’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다. 빠르게 눈으로 확인하고 손가락을 움직여 컨트롤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동사냥을 통해 가만히 있어도 사냥하고 레벨업을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출시된 모바일 게임에서는 장비 패키지가 판매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현금결제를 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착한 게임’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MMORPG를 즐기는 유저들은 게임 초반 일정 금액의 현금결제를 ‘당연한 통과의례’로 인식하고 있다. 원활하게 사냥하고 레벨업을 하는 과정에서 몇만 원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 규모가 과해져 일부 이용자들은 원하는 아이템을 구할 때까지 계속해서 현금결제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한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유저가 수십만 원의 현금결제 인증샷을 올려 화제가 될 정도로 헤비유저들의 현질(게임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는 것)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부에서 과도한 현금결제는 규제하고 있지만,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이라는 점을 들어 현질 자체를 제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돈을 쓰지 않으면 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게임업계가 각종 아이템으로 과도한 현금결제를 유도해 유저들의 주머니만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적은 돈으로 간편하게 유희를 즐기기 위한 게임이 소비자들에게 점차 부담이 되고 있다면 분명히 문제이다. 무리한 ‘현질’ 유도가 결국 유저들이 모바일 게임을 외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업계가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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