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바보야, 문제는 관점이야”

입력 2017-06-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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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에 큰 부자가 있었다. 어느 날 소낙비가 내려 집의 담장이 무너졌다. 이를 본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당장 담장을 수리하지 않으면 도둑이 들 것 같아요.” 같은 날 이웃집 사람이 찾아와 같은 말을 했다. “담장을 고치지 않으면 도둑 맞을 걸세.” 공교롭게도 그날 저녁, 부잣집에 도둑이 들었다. 부자는 누구를 범인으로 추측했을까. 맞다. 이웃이었다. 아들에 대해서는 의심은커녕 준비성이 있다며 대견하게 생각했다. 똑같은 말도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이다.

시사점은 한마디로 “바보야, 문제는 (논점보다) 관점이야”다. 논점과 관점의 차이를 영어로 살피면 한결 이해가 쉽다. 논점은 ‘point’, 관점은 ‘point of view’이다. 논점은 논의나 논쟁의 중심이 되는 문제점이다. 관점은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 또는 처지, 사물과 현상에 대한 견해를 규정하는 사고의 기본 출발점을 뜻한다.

위 이야기에서 논점은 ‘무너진 담장으로 인한 위기 예방’이다. 똑같은 논점이었음에도 관점에 따라 도둑과 위기 예측자로 갈렸다. 꼭 부자 영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종종 현실에서 이런 실수를 범한다. 갈등의 원인은 관점에 있는데, 논점에서 맴도느라 해결점에 도달하지 못한다.

관점을 살피지 않고 논점만으로 다투면 논의는 빗나가고, 협치(協治)는 요원하다. ‘여기가 중심 포인트’라고 악을 쓰고 주장해봤자, 입장에 따라 중심과 변두리는 수시로 바뀐다. 관점이 문제인데 논점을 가지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을 벌이니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논점 공격의 칼날을 들이대 봤자 서로 상처만 깊어진다. 논점 방어의 방패로 막아보지만 또 다른 약점들이 계속 나오니 끝이 없다. 섬멸하거나, 소진되거나…. 대국이나 파국을 벗어나 ‘결국’ 해결책에 도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답은 관점에 있다.

첫째, 내 관점부터 살펴라. 내 관점을 알아야 상대와 이야기할 수 있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스승 무학(無學)대사가 한 다음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돼지의 눈으로 보면 모두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모두 부처로 보입니다.” 나부터 바꿀 것은 없는지 돌아보라. 같은 행동과 발언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보는 사람의 시력, 시각이 더 중요하다.

상대의 실수에 ‘네가 그러면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라며 부정적인 낙인을 찍지는 않는가. 못 미더워 일을 못 시키는 건지, 안 시켜서 못 미더워지는 것인지 인과 관계를 파악해보라. 필패(必敗)의 시각을 가진 관리자 밑엔 필패의 구성원만이 모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상이 온통 역주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역주행한 것이 이유일 수 있다.

둘째, 상대의 관점을 읽어라. 상대의 관점 해독은 환경, 배경 이해와 통한다. 관점을 알기 위해서는 부분, 표면이 아니라 전체, 이면을 읽어야 한다. 상대편 사람은 무엇이라고 말할까. 어떤 배경에서 이 말과 행동을 하게 됐을까. 어떤 면에서 그 말이 진실일까. 관점을 알수록 일도양단(一刀兩斷)의 섣부른 판단 실수가 줄어든다.

한 고교 상담교사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문제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얻은 교훈은 ‘나쁜 학생은 없다. 아픈 학생이 있을 뿐이다’였죠. 욕설에 대한 훈계 열 마디보다 집안형편을 조사해 관심을 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어요. 말보다 맘이 먼저입니다. 상대의 관점을 읽어야 맘이 보이더라고요.”

셋째, 우리의 관점을 개발해라. ‘바람직함’은 나만의, 너만의 옳은 주장, 최고의 의견이 아니다. 너도 좋고, 나도 좋을 수 있는 공동의 관점을 반영한 제안이다. 가치는 같이할 때 빛난다. 원대한 가치의 외바퀴보다 원만한 가치의 두 바퀴가 잘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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