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열풍에 그래픽카드 동났는데…국내 관련주 왜 잠잠할까

입력 2017-06-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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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를 ‘채굴’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관련 기업의 주가는 별다른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의 경우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흐름이어서 주목된다.

최근 비트코인(Bitcoin·BCT), 이더리움(Ethereum·ETH) 등 온라인 가상화폐의 몸값이 무섭게 치솟았다. 연초 997달러였던 1BTC 가격은 현재 3000달러를 넘어섰고, 1만 원 초반에 거래되던 1ETH는 지난달 말 현재 35만 원 가량으로 무려 35배 이상으로 폭등했다.

가상화폐 급등은 때아닌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으로 이어졌다. 가상화폐는 컴퓨터를 이용해 복잡한 암호를 풀면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이같은 암호 해독과정을 ‘채굴(mining)’이라고 부르며, 고성능 GPU(그래픽프로세서유닛)이 탑재된 그래픽카드가 필수적으로 이용된다. CPU(중앙처리장치)가 아닌 GPU를 암호해독에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 수학적 연산을 고속으로 반복처리하는 데 GPU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더리움의 경우 병렬 처리에 최적화된 해쉬 함수를 기반으로 채굴을 하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증시에서는 엔비디아, AMD 등 GPU 설계 생산업체의 주가가 수혜를 입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29.32% 올랐다.

가상화폐 채굴수요 급증에 따른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은 국내에서도 나타나는 중이다. 제이씨현 관계자는 “인기 모델인 AMD 라데온 RX400, RX500 시리즈는 이미 재고가 동났고, 엔비디아의 GTX1060, GTX1070도 품귀된 상황”이라며 “개당 100만 원이 넘는 고사양 그래픽카드까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관 기업의 주가에는 의미 있는 변화를 찾기 어렵다. 라데온 계열 그래픽카드를 국내 유통하고 있는 제이씨현시스템의 지난 15일 종가는 7380원이다. 연초 대비 7.89% 오르긴 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6.08%)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수치는 아니다. 이마저도 기간상 가상화폐 열풍보다는 새 정부 출범으로 올랐던 ‘드론 테마’에 편승한 면이 크다.

대만 기가바이트의 국내 공식 유통사인 피씨디렉트의 주가 역시 가상화폐 열풍을 무색하게 만드는 1.77% 상승에 그쳤다. 시장수익률 대비 4.31%포인트 낮다. 최근 기가바이트가 가상화폐 채굴 전용 그래픽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뉴스도 있었지만, 투자심리로 연결되지 않았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그래픽카드 관련주가 가상화폐 열풍에 영향을 받지 않은 이유를 명쾌하게 해석하긴 어렵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을 내 놨다.

최근 가상화폐 관련 보고서를 발간했던 한승훈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 비중이 작다는 점을 들었다. 한 연구원은 “가상화폐 채굴에 동원되는 그래픽카드는 주로 중국의 ‘마이닝풀(채굴공장)’로 들어간다”며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의 GPU를 독점생산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지만, 한국 시장이 유통업체가 기대할 수 있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수요와 실적의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들 업체는 완성된 PC부품을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는 업체”라며 “시장에서 수요가 커졌다고 해도 생산업체, 조립업체에서 제공받는 물량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공급을 늘릴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한 PC부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급등이 그래픽카드 관련기업으로 연결되는 스토리를 국내 시장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더리움의 급등세가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던 것이 지난 4월 말 이후였기 때문에 2분기 실적에서 관련 매출의 증가분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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