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국책과제 정보 투명하게 공개돼야

입력 2017-05-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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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4차 산업 국책과제 수행 업체로 선정된 것을 반환했습니다.”

한 상장사 대표의 말에 필자는 의아했다. 대부분 상장사들은 국책과제 수행 업체로 선정되면 자율공시나 보도 자료를 통해 홍보한다. 게다가 4차 산업이라면 최근 주식시장에서 관심이 높아 주가 IR측면에서도 좋은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상장사 대표는 “본업과 다른 분야에 국민들의 세금을 받아 헛되게 쓸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런 상장사 대표들만 있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연간 20조 원에 달하는 국가 R&D(연구개발) 예산은 ‘눈먼 돈’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연구비를 개인 생활비용으로 착복하거나 물품 구입 비용을 부풀려 과다 계상하는 등의 문제는 수시로 적발되고 있다. 실제 업계의 이야기로는 적발되는 것은 ‘일부’라고도 하니 문제가 심각하다.

국책과제 수행 업체에 진행 사항을 확인해 보면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어떤 상장사는 자신의 회사가 국책과제 업체로 선정돼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확인하다 보면 거의 모든 부서를 확인해야 하기도 하고, 선정 당시 담당자가 퇴사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다. 국책과제 지원금만 받고 특별한 연구 개발을 하지 않는 경우도 태반이다.

상장사 상당 업체들은 국책과제 업체로 선정될 때는 자율공시나 보도자료, 사업보고서를 열심히 공개하는 것과 달리, 진행 사항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국책과제에 대한 결과물이 없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는 연구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세금이다. 한국연구재단과 같은 연구 관리를 위한 전담기관 수는 2009년 10개에서 지난해 22개로 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예산도 1조1900억 원에서 2조400억 원으로 71.4%나 불어났다. 20조 원의 연구개발 세금을 관리하기 위해 2조 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R&D 투자 세계 1위 수준이다. 매년 20조 원에 가까운 국민 세금을 쓰면서 제대로 된 국책과제 결과는 왜 없을까.

업계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정부가 국책과제 연구 성과나 상용화에는 관심이 없다 보니 기업들도 보고서 등 형식적인 과정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또한 국책과제 선정 기준이 연구 개발 단계로 국한돼 있어 정작 개발은 했는데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배제되고 있다고 한다.

국책과제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또 제품 상용화까지 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는 주식시장을 통해서도 효과적으로 가능하다.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투자자들과 주주, 언론 등 상장사는 지켜보는 눈이 많다. 국책과제에 대한 진행 사항과 결과에 대해 의무공시 사항으로 하거나 회사가 정보를 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들이 요구하면 공개하도록 제도를 도입해도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하지만 가장 먼저 기업들이 국책과제가 국민의 세금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책임감을 갖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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