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아세안] 수주 가뭄에 목마른 ‘건설韓流’ 아시아로 주춧돌 옮긴다

입력 2017-05-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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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들은 대부분 중동시장 진출에 앞서 아시아 지역에서 토목을 기반으로 하는 공사로 해외 진출의 첫발을 내딛는다. 최근 중동 열기가 사그라들며 건설사들은 다시 아시아 지역에 눈을 돌리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시공한 싱가포르 마리나센터.

저유가 장기화되며 발주물량 급감… 국내 건설업체 텃밭 중동서 ‘고전'

“脫중동” 아시아로 중심축 대이동…AIIB 참여로 亞 개도국 진출 확대

최근 2~3년 사이 국내 건설사들의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해외건설이 반토막이 났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며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이나 다름없던 중동 지역의 발주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에서 저가 수주한 물량들로 몇 년 동안 어려움을 겪은 건설사들이 건전성 높이기에 몰두한 것 역시 영향을 받았다.

◇중동 대안지역으로 떠 오른 아시아 =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이 진행하고 있는 해외 프로젝트에 중동 국가는 없다. 지난해 해외수주액에서 상위권 대형건설사들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던 현대엔지니어링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수주금액 57억 달러 중 중동에서 벌어들인 수주액은 약 4000만 달러로 0.7%도 되지 않는다.

이처럼 국내 건설사들의 탈(脫) 중동 현상은 공통된 흐름이다. 1980년대까지 해외건설 수주의 90%를 차지하던 중동 지역은 2000년대 이후 60% 이하로 떨어지다가 지난해 40% 이하로 급감, ‘최대 수주지역’ 타이틀까지 뺏겼다.

중동 지역을 대신해 아시아가 국내 건설사들의 새로운 수주텃밭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 10억~20억 달러에 불과했던 아시아 지역 수주 규모는 2007년 이후 100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2014년 159억 달러를 기록한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2015년에 197억 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세계적인 불황으로 126억 달러로 줄었다. 올 들어서는 현재까지 32억 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다. 건설업의 특성상 하반기에 수주 물량이 몰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확정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사업 영토가 확장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IIB는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개발사업에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된다.

◇건설사별 맞춤형 진출 성과 = 업계 맏형 현대건설은 1965년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로 해외 진출에 첫발을 뗐다.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특정한 사업부문에 치중하지 않고 외부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현재 인프라·건축과 플랜트·전력부문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말레이시아·태국 등을 중심으로 국가별 특성화 마케팅 전략에 기반해 사업진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제휴업체 선정 및 영업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만 315개 프로젝트를 거쳤고, 수주금액만 38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가 현대건설의 첫 해외진출이었다면, 현대건설의 이름을 알린 공사로는 말레이시아 페낭대교를 빼놓을 수 없다. 총 연장 7958m, 폭 19.5m(4차선) 교량인 페낭대교는 당시 동양 최대, 세계적으로는 3번째로 긴 다리였다. 대교 중간의 440m는 사장교 양식으로 건설됐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0년 베트남 호찌민 중심가에 지하 3층, 지상 68층(270m)의 파이낸셜센터 빌딩(초고층 오피스 빌딩)을 완공하기도 했고, 싱가포르에서는 단일 건축공사 규모로는 최대인 ‘마리나사우스 복합개발공사’를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 역시 아시아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설사다. 대우건설은 1983년 싱가포르 주택국이 발주한 PC공법 주택공사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필리핀 등 14개국에서 현재까지 111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총 공사비는 117억 달러 규모다.

아세안 회원국인 말레이시아에서는 1983년 수방공항 격납고 건설공사를 시작으로 진출한 이래, 1992년 플라자 라키아트와 1995년 비전시티프로젝트 등 말레이시아의 랜드마크를 건설해 왔다. 또 동남아 최대 건설시장인 싱가포르에서도 PC공법 주택 8000가구 공사를 시작으로, 1999년 플라우 다마 라우트지역 항만공사, 2001년 칼랑-파야레바 고속도로 공사 등을 진행했다. 이후 11년 만인 2012년에는 4000만 달러 규모의 발모랄 콘도미니엄 공사로 싱가포르에 재진출했다.

GS건설의 동남아 지역 수주 실적은 토목·건축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도로와 지하철 분야의 강점을 활용해 베트남과 싱가포르에서 지속적인 공사 수주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건축분야에서도 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에서 다수의 건축 프로젝트를 수주해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실제 GS건설의 토건 부문 해외 진출은 1990년대 이후 사실상 단절됐다가, 2009년 싱가포르에서 지하철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특히 까다롭기로 유명한 싱가포르 시장에 이어 베트남을 해외 토건(토목+건축)시장의 전략적 요충지와 시장 다변화의 핵심 지역으로 꼽고, 주요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며 베트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해외 토목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GS건설이 베트남에서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며, 베트남에서 해외 글로벌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건설업체로 명성을 거두고 있다.

대림산업 역시 1974년 시부 항만 확장공사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한 이래 토목, 건축, 석유화학·발전플랜트 등 다방면에서 공사를 수행했다. 2000년 IMF 외환 위기를 겪으며 말레이시아에서 철수한 대림산업은 말레이시아 TNB 패스트 트랙 3A 석탄화력발전소 수주를 통해 13년만에 재진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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