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잡담] 강남역 살인사건 1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입력 2017-05-17 11:11수정 2017-05-1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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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7일 새벽
지방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A씨가 일주일에 한 번 서울 집에 오는 기분 좋은 날입니다. 그날 밤 그는 대학교 선배가 밥을 사준다며 만나기로 약속해 강남역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A씨는 선배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공용 화장실에서 무참히 살해됐습니다.

2016년 5월 17일 새벽
조현병을 앓고 있던 B씨는 강남 일대를 50분간 칼을 들고 서성이다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공용 화장실로 들어갑니다. B씨는 화장실을 이용한 6명의 남자들이 나가기를 기다립니다. 이후 A씨가 화장실로 들어오자 칼로 찔러 무참히 살해합니다.

(출처= 연합뉴스)

‘나는 어쩌면 당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오늘도 운이 좋아 살아남았습니다’
‘다음 생엔 남자로 태어나요’
‘저는 뭘 더 조심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A씨가 들어가기 전 B씨가 공용 화장실에서 마주한 사람은 6명. 모두 남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고 결국 그의 희생양이 된 것은 힘없는 ‘여성’, A씨였죠.

그리고 가해자 B씨가 진술한 범행 동기는 “여자들이 나를 항상 무시해서”.

이 때문에 강남역 살인사건은 ‘묻지마 범죄’가 아닌 여성을 타깃으로 한 ‘여성 혐오’ 범행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또 강남역 10번 출구는 여성들이 피해자에게 공감하며 남긴 수만 장의 추모 포스트잇으로 도배됐죠.

피해자 B씨는 지난달 징역 30년을형을 확정받았습니다. 대법원은 당시 “약자인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을 뿐 여성 혐오 범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지만,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금까지 대표적인 여성 혐오 범죄로, 또 여성 혐오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불러온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강남역_1주기 #변한것과_변하지않은것

그렇다면 강남역 살인사건 후 1년이 지난 지금은,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최근 트위터에서는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를 추모하는 해시태그와 함께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한 글들이 속속 올라왔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의 여성 혐오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출처= 트위터)

@pupu1415
#강남역_1주기 #변한것과_변하지않은것
변한 것 : 미처 감각하지 못 했던 일상 속 차별에 대해 예민하게 보기 시작한 것.
변하지 않은 것 : 여전히 페미니즘을 일부 ‘쎈 여자들’의 이슈로만 생각하는 한국 사회와 여성을 여자로 규정하려는 사람들!

@witness2_
#강남역_1주기 #변한것과_변하지않은것
변한 것 : 나만 억울하고 무섭고 예민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버린 나
변하지 않은 것 : 여전히 나를 억울하게 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세상

@uprevelup
#강남역_1주기 #변한것과_변하지않은것
변한 것 : 나 자신부터 여성의 인권에 관심을 갖고 계속 공부하고 고민하게 됨
변하지 않은 것 : 일상에서 여성 혐오를 마주하지 않은 날보다 여성 혐오를 마주한 날이 많다는 것

@YellowPumpkin23
#강남역_1주기 #변한것과_변하지않은것
변한 것 : 어느새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이 페미니스트로 자각한 것
변하지 않은 것 : ‘일부’ 한남(한국 남자)

@21_twent
#강남역_1주기 #변한것과_변하지않은것
변한 것: 내가 페미니스트가 된 것. 페미니즘을 하고 부당함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변하지 않은 것: 여전히 변하지 않은 대중매체


(출처= 강남역을 기억하는 하루행동)

오늘(17일)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를 맞아 곳곳에서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되새기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립니다. ‘5·17 강남역을 기억하는 하루행동’ 행사는 이날 오후 12시 광화문편(1차)을 시작으로 오후 3시에 신촌편, 오후 5시에 홍대편을 열어 여러 시민들과 여성 단체 및 시민단체가 발언을 하고 포스트잇 퍼포먼스를 벌입니다.

또 오후 7시부터 살인사건 발생 인근인 신논현역 6번 출구에서는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는 주제로 추모 문화제가 열립니다. 이날 행사의 드레스 코드는 검정. 행사 참가자들은 강남역 10번 출구까지 침묵 행진을 한 뒤,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입니다.

어쩌면 피해자가 나였을지도 모를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덧 1년.

다시 한번 여성에 대한 차별과 여성 혐오, 나아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까지, 성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1년, 여러분이 생각하는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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