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과도한 규제보다 탄력적 정책으로 주택시장 연착륙 유도해야

입력 2017-04-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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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시계제로’ 부동산 경기 규제완화 필요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건설산업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뿐 아니라, 고용·공간 복지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규제보다는 진흥정책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SOC 역시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불안정한 부동산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 줄 것을 차기 정부에 당부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가계부채 조정 방안으로 집단대출 규제라는 카드를 꺼낸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마저 무산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주택 금융 규제가 필요 이상으로 강화되면 주택 시장은 당연히 침체될 것이고, 경기 또한 가라앉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3월 제27대 대한건설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은 취임 50여 일이 지났지만, 숨 돌릴 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녹록지 않은 건설업계 현실을 대변하기 위해 정치권, 정부부처, 협단체들과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있다.

유 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건설업계 먹거리를 책임져 온 주택 시장의 위축과 함께 공공공사 감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미소 짓던 얼굴이 바로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는 “최근 2~3년간 재건축·재개발 시장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고,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과열 현상까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규제가 당장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다른 규제를 내놓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있는 만큼 과도한 규제보다는 탄력적인 정책 추진과 공급으로 부동산·주택 시장의 연착륙(軟着陸)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그는 현재까지 분양된 물량에 대해서만이라도 집단대출 규제 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근본적인 업계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 도시재생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해 나간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유 회장은 “우선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노후 인프라 시설을 모두 조사해 개선 공사를 법제화(法制化)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청와대든 국회든 가리지 않고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취임 50일… 업체간 상생 토대 만들 것

△취임한 지 50여 일이 지났다. 그동안 협회와 업계를 돌아본 소회를 말해 달라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건설 단체인 대한건설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것은 개인적으로 더할 수 없는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2017년은 건설업계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와 도전을 겪는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평생을 건설업에 몸담아 오면서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3년간 우리 업계의 화합과 통합, 그리고 협회의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이다.

우선 대·중·소 업체의 구분 없이 회원사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맞춤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각종 서비스 업무를 발굴해 나갈 것이다. 또 새로운 시대 조류에 걸맞게 급변하는 건설 환경을 주도하는 협회로, 회원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직으로 만들 계획이다.

특히 업계 발전에 대한 자문을 수시로 받을 수 있도록 원로회의를 신설하고, 대형사의 적극적인 협회 참여 장치를 마련하는 등 대·중·소 업체 간 화합·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가겠다.”

△당선 후 많은 회원사를 만났을 텐데 어떤 요구 사항들이 있었나

“현재 건설업계는 국내 건설 물량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체들은 무엇보다 새로운 건설 시장 발굴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신규 공사 위주로 건설시장이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는 기존 시설물의 노후화에 따른 성능 개선 및 스마트화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노후 시설물 스마트화, 생활밀착형 시설물 발굴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불합리한 규제와 발주처의 불공정 행위를 개선하고,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겠다. 특히 해외 건설 시장에 우리나라 업체가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투자개발형 사업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중소건설업체를 위한 해외 진출 지원 사업도 추진토록 하겠다.”

공공 공사 낙찰률 10% 상향조정 필요

△적정 공사비 확보를 제1공약으로 내세웠다. 향후 어떤 식으로 개선할 것인지 전략을 말해 달라

“정부가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폐해를 해소하고자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를 도입해 낙찰률이 소폭 올랐지만, 수익성 개선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마저도 종심제 심사기준 곳곳에 입찰자의 저가 입찰을 유도하는 인위적인 장치가 있어 낙찰률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이다. 실제로 평균 낙찰률은 지난해 1분기 81.38%에서 2분기 79.83%로 70대에 진입한 후, 4분기에는 77.39%까지 떨어졌다.

중소건설업체가 주로 수주하는 300억 원 미만 적격심사낙찰제 대상 공사 역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약 17년 동안 낙찰률이 고정됐다. 이에 반해 표준시장단가 적용 대상은 확대되고 원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공사비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일본의 경우 실효성 있는 저입찰가격 조사제도, 최저제한 가격제도 등의 운용을 통해 낙찰률이 통상 92% 수준이다. 100%를 넘는 투찰 사례도 빈번하다. 때문에 양질의 공공 공사 품질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도 낙찰률을 현행 대비 10%는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종심제의 경우 균형가격 산정 방식과 단가 심사 기준 개선, 가격산식 계수 조정, 동점자 처리 기준 개선 등의 방법이 검토될 수 있다. 공사비 이의신청제도를 도입하면 공사비 산정의 오류와 발주자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앞으로 대정부 설득은 물론, 국회 건의, 토론회 개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적정 공사비 확보를 관철시킬 계획이다.”

정부, 건설산업 진흥정책 펼쳐줬으면

△정부의 SOC 예산 역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데 어떤 대안이 있는가

“정부는 올해 SOC 예산을 전년 대비 1.6조 원 감소한 22.1조 원으로 확정했다. 향후 5년간 연평균 6% 축소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국토연구원, 건설산업연구원 등은 우리나라의 SOC 질적 수준이 OECD 국가 중 중간 수준에 불과하고, 특히 노후화가 급증하고 있어 지속적인 SOC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 일용직 근로자가 약 40만 명인 점을 감안할 때, SOC 투자 축소는 서민 일자리 감소와 지역 경제 침체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SOC 투자를 1조 원 줄일 경우 약 1만4000여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또 3500억 원의 민간 소비가 감소하고, 0.06%포인트의 경제성장률 감소 효과를 야기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SOC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국민 안전 차원에서 노후 시설물에 대한 성능 개선 사업 역시 매우 절실하다.

협회는 국회와 정부에 SOC 예산 확대를 건의하고, 관련 세미나를 개최해 SOC 투자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교통 SOC 시설 예산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2018년 폐지 예정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지속 유지를 추진할 것이다.”

△건설협회장으로서 차기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현재 건설산업은 언제 붕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해외 수주가 1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고, 대내적으로는 SOC 투자 축소, 주택·부동산 시장 침체 등 한마디로 ‘시계제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건설산업을 타 산업과 달리 규제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건설산업은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 고용·공간 복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 규제보다는 진흥 정책 중심으로 건설 산업을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정부는 SOC 예산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예정이지만, 최근 국토연구원 등에서는 선진국 사례를 들어 앞으로 SOC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고, 시설물의 노후화가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상하수도 노후화로 싱크홀이 발생하는 등 SOC 시설의 노후화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후 시설물에 대한 성능 개선과 스마트화 추진이 매우 절실하다고 본다.

또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이중과세 논란이 있는 규제는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유주현 회장은

유주현 회장은 1953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건설 현장 근무를 거쳐 1993년 신한건설 대표 자리에 오른 뒤 지금까지 경영자의 길을 걷고 있다. 1993년 건설협회 경기도회 간사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경기도회 부회장, 경기도회 18·19대 회장을 역임했다. 2003년부터 6년간 경기도 양궁협회 회장으로 일하는 등 지역 사회에서 다방면의 활동을 펼쳤다. 이 후 올해 3월 대한건설협회 제27대 회장이자,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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