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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박삼구 회장의 로맨스, 혹은 불륜
입력 2017-04-20 10:38   수정 2017-04-20 16:48

나는 해도 되지만 남이 하면 욕먹어 마땅한 일들이 있다. 기업경영도 비슷해서 예컨대 내가 하면 절세지만 남은 탈세다. 해외자본과 손잡은 나의 기업인수(M&A)는 외자유치지만 다른 이에게 팔리면 국부유출이 된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산업은행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대결이 날카롭다. 빈 곳을 찾는 수 싸움도 눈이 가지만, 팔려는 산은도 사려는 박 회장도 중국 자본과 연결돼 있다는 대목이 특히 흥미롭다.

산은은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려한다. 박 회장은 하이난그룹, 캠차이나 등의 힘을 빌리는 정황이 보인다.

누가 로맨스이고 누가 불륜인가.

큰 목소리를 가진 이들은 산은과 더블스타를 불륜이라 꾸짖는다. 기술기업인 금호타이어를 중국 자본에 매각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유력한 근거는 중국 자본의 과거 행태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던 상하이자동차, 하이디스를 사들였던 BOE의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리 있다. 기술만 빼먹고 기업은 버리다시피한 상하이차와 BOE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국적이 문제였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만약 ‘중국 자본’이 근심의 뿌리라면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최근 행보는 매우 걱정스러워야한다.

우선 중국 하이난그룹으로부터 투자받는 반대급부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또 박 회장이 채권단의 허락을 요구하고 있는 컨소시엄에는 중국 국영화학기업 캠차이나가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있어서다. 캠차이나는 금호타이어 중국 공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타이어 제조와 기내식 제공이 어떻게 같을 수 있느냐 반문할 수 있다. 기술 무식자이자 요리 무학자인 입장에서 기내식 서비스에 얼마나 대단한 첨단기술이 동원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타이어가 자동차라는 완성품의 주요 부품 가운데 하나이듯 기내식 또한 항공 서비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속물이다. 타이어 기술과 경험 유출이 우려된다면 기내식의 그것 또한 걱정해야 마땅하다. 땅콩 한 봉지만 실수해도 사달이 날테니.

자본의 국적 뿐 아니라 성격을 문제 삼을 요량이라해도 마찬가지다. 같은 논리라면 하이난그룹과 캠차이나의 출신성분 또한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

하이난항공홀딩스는 중국 정부가 지분 70%를 가진 사실상의 국영기업이다. 중국 자본 정도가 아니라 중국 정부에 우리 국적 항공사의 핵심 서비스를 내준 셈이다. 그것도 30년이나(아시아나항공은 아직 설립한지도 30년이 되지 않았다). 캠차이나가 과연 이유없는 호의를 베풀지도 따져볼 일이다. 캠차이나는 지난해 예비입찰에 참여했을 만큼 금호타이어를 탐내는 기업이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도록 실탄만 제공하고 그저 뒷전으로 물러나 있을지 의문스럽다.

어떤 이는 지역경제와 고용을 말한다. 중요한 지적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가 향토기업일 수는 있어도 지역기업일 수는 없다. 글로벌 소비재 생산업체이자 거래소에 공개된 상장사이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2014년 결산부터 3년 연속 배당을 하지 않았다. 4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8500원으로 내려 앉아있다.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07%. 한국타이어 16.66%의 4분의 1이며, 업계 꼴찌라는 넥센타이어의 13.09%에도 턱없다. 멀쩡하던 금호타이어가 박 회장의 품을 떠난 뒤 망가졌다 옹호할 수 있다. 하지만 멀쩡한 그 회사를 팔아버린 사람은 누구였던가.

금호타이어를 다시 인수하겠다는 박 회장의 결기에서 주주와 시장, 소비자를 향한 배려는 드물다. 미안함까지 바라면 욕심이다. 다만“되찾겠다”는 소유욕 만큼 강렬해야 할 “되살리겠다”는 책임감이 읽히지 않아 아쉽다.

재계 20위 대기업 집단의 28개 계열사를 끌어가는 박 회장의 깊은 내공을 어찌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그에게는 분명 오랑캐로 오랑캐를 막겠다는 신묘한 계책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는 이는 혼란스럽다. 도대체 누가 로맨스이고 누가 불륜인가. /정일환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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