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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권의 생글센글] 5월 대선과 기업 사회공헌의 변화
입력 2017-04-18 17:37
대통령 탄핵 이후, 기업 사회공헌의 우려와 기대

5월 대선 이후의 기업 사회공헌, 어때야 할까?

억울함이 있든 없든, 기업 사회공헌은 5월 대선의 촉매가 되었다. 아니, 아주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가 되었다. ‘사회공헌의 외피를 두른 정경유착’으로 명료하게 요약되는 일련의 과정 탓에 지금까지 기업이 펼쳤던 사회공헌에 대한 신뢰 자산이 탕진될 지경이다. 일신과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장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첫 번째 우려는, 2017년의 사회공헌에 대한 계획과 진행이 지지부진 하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바, 대선 이후 새로 등장하는 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회공헌을 진행하기 위해 기업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역대 어느 정부든 중점 과제가 있었고, 이의 추진을 위해 기업의 참여를 독려해왔다. 새 정부라고 해서 다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선 선뜻 자의대로 사회공헌 예산을 집행하지 못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지만 기업과 정부의 관계가 그 본말이 전도되었고 아직도 구태는 우리 곁에 있다. 물론 원론적으로 기업과 공공의 협력은 그 자체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회문제에 대한 정부의 접근과 기업의 접근은 그 철학부터 방식까지 모두 다르다. ‘협력’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의와 역할분담, 실효성 있는 평가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한 공공과 기업의 협력은 ‘준조세’, ‘정경유착’ 등의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우려는, 사회공헌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노력이 사회공헌의 위축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주요 기업들이 사회공헌 예산의 투명한 사용을 위해 이사회의 사전 승인 등에 대한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가 사회공헌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리고 지배구조 등의 첨예한 이슈와 사회공헌이 연루되었을 때 이사회가 건강한 비판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자기 주식을 기업재단에 기부하고 이를 통해 오너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등의 시도를 할 때, 지금까지 기업 내부에서 보여줬던 모습은 적극적인 협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기업 사회공헌과 기부의 투명성을 높이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외부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 우려는 기대감이 섞여 있다. 이번 기회에 기업 사회공헌이 공익생태계에 미쳤던 영향에 대해 제대로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회공헌의 혁신이란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의 기업 사회공헌의 관행이 정부와의 관계에서만 문제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전체 공익생태계로부터 기업 사회공헌이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분명 개선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익 생태계의 관점에서 지금까지 기업의 기부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만들어냈다.

우선 공익 생태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다. 기부금의 규모가 크다 보니 기부금 운영의 안정감과 기관운영의 신뢰도가 높은 단체에 우선 기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에 따라 큰 단체에서 여러 문제에 대해 문어발식으로 접근하고, 전문성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반대로 특정한 사회문제나 지역사회에 집중하고 전문성을 키워온 작은 단체에게는 기업과 협력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다음 문제는 단체 지원에 있어 비합리적인 운영비 비율이다. 기업의 기부는 대개 기업의 후원이 명기되는 특정한 프로그램에 대한 요청과 함께 이루어진다. 그러다보니 기업의 기부가 사실상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대행요청에 가까운 경우가 있다. 단체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선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기업에선 기부금 속의 운영비의 비율을 최대한 낮게 책정하기를 원한다. 운영비 비율이 높으면 비윤리적인 단체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관행이 정착되다보니 단체의 활동가들과 사회복지사들은 열악한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게 된다. 이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도 제대로 마련되기 힘드니 단체의 지속가능성과 문제해결력에 문제가 생긴다. 적정 수준의 운영비 비율에 대해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하는 지금의 관행은 공익 생태계의 체질을 약화시킬 뿐이다.

요컨대, 지금 기업의 사회공헌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대화다. 사회공헌은 그 자체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을 전제로 하는데, 사회공헌의 변화의 국면에서 정작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배제되어 있다면 그 변화는 반쪽짜리 성과를 내놓을 뿐이다. 단순히 과거와 다른 것의 수준이 아닌, 과거에 비해 좋아지는 변화를 국민과 소비자는 바라고 있다.

고대권 코스리 미래사업본부장(accrea@kos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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