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조 기운 역력한 성수동 골목상권

입력 2017-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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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많이 생기고 임대료 올라 짐꾸리는 업소 증가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결국 그렇게 되고 마는가 보다. 부동산 소유자는 가격이 올라 큰 돈을 벌게 됐으나 그곳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자영업자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느라 허리가 휜다.

도저히 견디기가 어려우면 돈을 들여 꾸민 인테리어 비용은 고사하고 각종 집기도 헐값에 처분하고 임대료가 싼 다른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서울숲과 개발 열기에 힘입어 성장 가도를 걷던 성수동 골목 상권의 얘기다.

몇년 전 허름한 단독주택 1층에 가게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다가 이제는 골목마다 온통 상가 세상이다. 성동구청이 이 일대를 도시재생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자 상가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강남권에서 한강만 건너면 닫을 수 있는 위치인데다 가내 수공업의 흔적이 남아있는 공간적 이미지가 고객을 만들어 냈다. 게다가 바로 인근에 힐링이 가능한 서울숲까지 자리해 성수동 골목은 사랑을 엮고 추억을 만들려는 젊은이들의 쉼터로 탈바꿈했다.

그래서 성수동 골목에는 이들을 맞을 점포들이 수없이 들어서면서 유명세를 탔다. 일반 콘크리트 빌딩이 아니라 낡은 붉은 벽돌주택이나 공장건물을 개조한 옛스러운 작은 점포들이 한적했던 골목을 북적이게 만들었다.

사람은 사람을 불러 모았고 그래서 성수동 일대는 서울의 새로운 유명 상권으로 발전했다. 초창기에는 상대적으로 싼 임대료 덕분에 내로라 하는 맛집들이 생겨났고 각종 아이디어 상품점도 진을 쳤다. 물론 장사도 잘됐다.

그랬던 성수동 골목상권에는 언젠가부터 석양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상가가 너무 많이 생긴데다 임대료가 크게 올라 자영자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건물주인이 임대료를 엄청 올린 게 화근이 됐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임대료가 오르고 점포수가 수없이 늘었으니 가게주인 입장에서는 이문을 남기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결국 높은 임대료를 못 견디어 짐을 싸는 가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성수동 골목 상권에 냉기가 돌았다.

상가정보연구소라는 상가 컨설팅업체가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자료를 통해 도출한 내용에서 실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성수동 골목상권으로 불리는 성수1가1,2동과 성수2가1,3동의 창업과 폐업 내용이다.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 주변인 성수1가1동 일대는 지난해 4분기 점포수가 2015년 4분기 대비 52.2% 증가했다. 반면에 폐업 신고율은 이 지역 전체 점포수 대비 2.4%다. 점포 증가율은 높게 나오지만 폐업율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개업 대비 폐업 신고율은 23.5%에 이른다. 새로 생기는 가게도 많지만 문을 닫는 업소도 적지 않다는 말이다.개업 점포 가운데 약 4분의 1이 폐업 신고를 했다는 소리다.

2호선 뚝섬역과 서울숲이 가까운 성수1가2동 사정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4분기 점포 증가율은 16.5%인데 반해 폐업 신고율은 3.1%이고 최근 3년간 폐업율은 14.7%다.

성수2가 1동은 점포 증가율이 41.4%이고 폐업 신고율은 2.5%, 3년간 폐업 신고율은 18.4%로 조사됐으며 성수2가 3가동은 점포 증가율 0.7%, 폐업 신고율 3.2%, 3년간 폐업 신고율 10,2%로 분석됐다.

성수동 골목 상권 폐업 점포의 영업기간은 평균 2.5년에 불과했다. 그만큼 생존률이 낮다는 뜻이다.

대신 건물주는 상권 개발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대폭 오른데다 임대료까지 인상해 이래저래 재미가 쏠쏠하다.

성수동 골목상권의 분위기를 보면 이런 식으로 퇴조했던 대학로·이대앞·압구정 로데오거리 상권이

떠 오른다.

근래들어서는 핫 플레이스로 불리던 홍대상권이나 가로수길마저도 높은 임대료 때문에 퇴락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성수동 상권은 제발 이같은 운명이 되지 않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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