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와 함께하는 주식 투자] 여전히 테마주식에 목매는 한국

입력 2017-04-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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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지인으로부터 하소연을 들었다. 어느 유력한 대선 후보가 출마를 철회함으로 인해 소위 그 후보의 테마주들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투자했던 고객들의 상심이 크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였다. 회사의 경쟁력을 보고 투자해야 하는데, 특정 회사가 특정 정치인과 학연이나 지연이 있다는 이유로 투자를 했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떤 특정 정치인이 당선하면, 그 정치인과 관련된 회사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심리에서 주식을 산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선진국에 들어선 한국의 투자 문화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러한 문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마음속에 형성되어 왔다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다. 정상적인 경쟁이 아니라 인맥으로 성공하는 것이 우리 마음속에 이미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비판 없이 이러한 생각을 받아들이고 있다면 투명한 사회로 발전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들이 잘못된 교육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느새 우리의 교육은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어떤 특정 그룹에 포함되기를 원하는 교육이 되어 버렸다. 좋은 학교에만 들어가면 저절로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유연성 없이 오직 정답을 맞히는 것에 급급한 모습이다. 남들보다 더 앞서야 한다는 심리에 선행학습도 당연하게 여긴다. 아이 스스로 재미를 느끼면서 갖가지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면 오히려 부모의 기대를 뛰어넘어 더 큰 재능을 발휘하는 인재가 될 수 있는데 말이다. 막연하게 공부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무모한 것이다.

미국에서 직업소개업(Head Hunter)을 오랫동안 해온 지인이 해줬던 말이 새삼스레 크게 와 닿는다. 미국에서는 연 약 8만5000명의 고급인력을 해외에서 취업 비자로 초청하는데, 그 숫자 중에 대부분이 인도에 할당되고, 한국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많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력서상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학력과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한국 출신 지원자들 대부분 시험을 잘 보는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장점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력서에 나와 있는 실력만큼의 성취를 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잘못된 방향의 높은 교육열이 오히려 많은 인재들을 경쟁력 없게 만든다.

최근 한국에서도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진로 탐색 기회 등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거꾸로 교실, 자유학기제, 성취평가제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자유학기제를 대비한다는 이유로 학원에서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한국 교육의 취지와 목적은 바람직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보지만, 좀 더 실효성 있게 시행되어야 한다. 교육은 점수화(點數化)하지 않은 아이의 숨은 재능을 찾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그동안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인력 자원과 높은 교육열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몸에 붙은 부지런함과 끈기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다만 한국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교육 환경을 바꿔야 한다. 단순히 학업 성적에 올인해서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여태까지는 교육의 양을 따져왔다면, 이제는 교육의 질을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때이다. 우리의 교육은 우리 아이들 각자의 자질을 발굴하며 다양성을 심어주고, 앞으로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재로 키우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시험을 잘 보는 것보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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