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영국 내 사업체들 “2년 너무 길다”

입력 2017-03-3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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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서명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서한이 29일(현지시간)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전달되면서 브렉시트 협상의 막이 올랐다. 협상 기한은 2년이지만 이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영국 내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30일 CNN머니가 보도했다.

영국와 EU 간 협상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29일 영국이 어떤 형태로 EU를 떠날 것인지 분명히 정해지지 않으면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영국은 이혼 분담금과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동시에 협상하길 원하지만 EU는 탈퇴 비용을 먼저 치르라고 요구하고 있다. 협상이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홀링스워스 애널리스트는 “새 무역협정 문제가 2021년까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머니는 불확실성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기업들은 2년이라는 협상 기한도 기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브렉시트 여파를 최소화하고자 업체들이 영국에서 사업장을 미리 철수한다는 의미다. 미국 최대은행 JP모건이 대표적이다. JP모건은 유럽에서 런던의 비중을 축소하고 런던을 대체할 도시를 물색 중이다. 또 런던에 있는 직원들을 유럽의 다른 나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더블린과 프랑크푸르트가 물망에 올랐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글로벌 금융기관인 HSBC와 USB도 런던에 있는 직원 1000여 명을 옮기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자동차 제조업계도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BMW의 하랄드 크루거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사업 방향은 브렉시트 협상안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에 달려있다”며 “우리는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 유럽 지부의 짐 파라리 CEO는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논의 없이 협상이 끝나버리면 영국 자동차 제조업은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며 “산업의 경쟁력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약 2년 안에 영국이 EU와 협상 합의를 맺지 못하면 세계무역기구(WTO)의 일반 관세를 그대로 적용받기 때문이다. 시장정보업체인 LMC오토모티브의 저스틴 콕스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매우 긴장하고 있다”며 “사업체들은 장애물을 만나면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게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항공 일정표를 미리 짜야 하는 항공사들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일정을 계획하려면 협상안이 내년 중반까지는 나와야 한다.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지난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 외 EU 국가에 사업을 집중했다. 라이언에어의 케니 자콥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영국의 항공사와 공항은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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