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팡팡] ‘왕벚꽃 자생지 제주’ 이름표를 달아준 신부님

입력 2017-03-2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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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팡팡] ‘왕벚꽃 자생지 제주’ 이름표를 달아준 신부님

봄의 전령사, 벚꽃이 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는 벚꽃 축제 준비로 들뜬 모습이고요.
상춘객들도 만개한 벚꽃 구경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벚꽃에 어린 ‘왜색’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벚꽃의 원산지가 일본이라는 ‘오해’ 때문이었는데요. 하지만 벚나무 종류중 가장 화려한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제주도라는 것은 이제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죠.

그런데, 100여 년 전 이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낸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는 뜻밖에도 외국인, 게다가 식물학자가 아닌 프랑스 출신 선교사였습니다.

그는 바로 에밀 타케(Emile Taquet), 한국명 엄택기 신부입니다.
타케 신부는 1898년 1월 한국 땅을 밟아 1952년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국을 제2의 조국 삼아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는데요. 주로 남쪽 지방으로 선교를 다닌 그에게 한국 생활 초기부터 13년을 머무른 제주도는 더욱 특별한 곳입니다.

1902년 제주도에 파견된 타케 신부.
그는 1906년 제주를 찾은 식물학자 포리 신부를 통해 식물채집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하루 8시간 이상씩 한라산 일대를 누비며 계속된 그의 채집 활동은 이후에도 20여 년간 계속됐는데요. 타케 신부가 채집한 식물 표본은 지금까지 미국, 영국, 일본의 표본관에 다량으로 소장되어 있을 정도죠.

그리고 1908년 4월 15일, 언제나처럼 한라산에서 식물 채집 중이던 타케 신부는 해발 600M 지점인 관음사 부근에서 자생하고 있는 한 나무를 발견합니다. 그는 표본을 채집해 독일의 식물학자 케네 박사에게 보내 감정을 요청하는데요.

그 나무는 바로 크고 풍성한 벚꽃을 피우는 ‘왕벚나무’였죠.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한국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최초의 순간입니다.

이후 타케 신부는 부산, 마산, 서귀포, 목포, 대구 등 부임하는 선교지마다 왕벚나무를 가져다가 심을 정도로 왕벚나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각지에 심어진 왕벚나무는 훗날 일본과의 원산지 논란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줬죠.

일본 학자들은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타케 신부 이후 1962년 국내 식물학자들은 제주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발견하고 DNA분석을 통해 이를 밝혀냈습니다. 물론 100여 년 전 타케신부가 기여한 부분이 시발점이 됐죠.

타케 신부가 왕벚나무의 존재를 알리고 받은 대가.
그것은 일본에 있는 포리 신부에게 받은 온주 밀감 14그루입니다. 그리고 한국 국민의 먹고 사는 일이 걱정됐던 그는 그것으로 제주 도민들의 감귤농업 기반을 마련해주었죠.

우리에게 보여준 그의 희생과 노력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요?

‘타케 신부 기념사업회’를 비롯해 천주교 제주교구 서귀포성당, 타케 신부가 말년을 보낸 대구대교구 등.
뒤늦게나마 타케 신부 기념사업 프로젝트, 전시회, 박물관 건립 등을 통해 타케 신부가 남기고 간 선물에 감사하고, 그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타케 신부가 묻힌 천주교 대구대교구.
그곳에는 그가 심은 왕벚나무 세 그루가 옆을 지키고 있습니다.

올봄 화사하게 핀 벚꽃을 보며, 에밀 타케 신부를 한 번쯤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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