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갈피 잡지 못하는 외환시장

입력 2017-02-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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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금년 들어 외환시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실시될 것으로 알려진 강력한 내수부양 정책 시그널에 따라 장기 금리가 상승, 미 달러화의 급등세를 불러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은 180도 돌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례를 깨고 직접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환율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면서부터이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 때 전례를 깨고 달러가 너무 강해서 “미국민들을 죽이고 있다(It’s killing us)”는 표현을 하였다. 그 직후 달러는 주요국 통화에 대해 급전직하하는 모습을 연출, 달러화의 주요국 통화에 대한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260에서 1247까지 수직 하락하였다.

1월 말 트럼프 행정부가 신설한 조직 NTC의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w) 의장 또한 독일을 겨냥해, ‘극도로 저평가된(grossly undevalued)’ 유로화를 이용하여 미국을 ‘착취(exploit)’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 직후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환율은 0.93에서 0.92까지 바로 빠지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나바로 의장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교감하에 이루어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제외환시장의 트레이더들은 모두 빠짐없이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매 시각 언제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는 대통령의 입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 때문에 트위터 주가가 급등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또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자국의 금리를 조절할 때 쓰는 용어인 소위 ‘공개시장 조작(open-market operation)’에 빗대어,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open-mouth oper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사실 가장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현재 중국 위안화 환율은 기묘한 균형 수준인 달러당 6.87~6.88 수준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인민은행은 2월 초 발표를 통해 1월 말 외환보유액이 처음으로 3조 달러대를 깨고 2조9882억 달러를 기록하였다고 밝혔다.

사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를 깨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발표가 충격적인 이유는 그간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지키기 위해 외환통제를 가하는 등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는 와중에 나온 뉴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중국의 담보제도 중에는 중국 내에서 담보를 제공하고 중국 밖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내보외대(內保外貸)’라고 부른다. 해외에서 빌린 돈은 해외에서 M&A 등의 자금으로 사용해야지 중국 국내로 반입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그런데 중국당국은 1월 26일 이를 전면 허용, 해외에서 빌린 자금도 제한 없이 국내로 반입할 수 있게 했다. 즉 개인당 해외 송금을 연간 5만 달러로 제한하고 기업들의 해외 M&A는 금지하는 등 중국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은 엄격히 통제하는 반면 해외에서의 자본 유입 문호는 활짝 열어 장려하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조 달러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키지 못하였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중국의 위안화는 폭락해야 하겠지만 현재의 위안화 환율은 기묘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위협하며, 위안화 환율 절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내부 환경 측면에서는 위안화 환율의 평가절하 압력이 가해지는 반면, 대외환경인 미 행정부에 의해서는 평가절상 압력이 맞서고 있어 국제외환시장에서는 현재 기묘한 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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