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오히려 불안”…코스피 공포지수의 역설

입력 2017-02-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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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지수 9.79로 역대 최저…“과도한 낙관으로 위험자산 선호 부추길 수도” 우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오히려 불안감이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2100을 돌파한 코스피 지수에 변동성을 더 키울 요인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VKOSPI는 전일 대비 0.04포인트 오른 9.79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9.70포인트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종가기준으로는 22일 기록한 9.72포인트가 가장 낮은 수준이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토대로 한 달 뒤 지수가 얼마나 변동할지 예측하는 지표다. 미국 변동성지수(VIX)에 비유되는 한국판 ‘공포지수’로 불린다.

VKOSPI가 역사적 저점을 기록한 데는 튼튼한 기초 여건을 토대로 코스피가 안도랠리를 펼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때문이다. 실제 이날 코스피는 2107.63을 기록하며 2015년 5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통상 ‘불확실성’은 주식시장의 최대 적이다. 따라서 변동성이 낮다는 것은 일단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의 VKOSPI가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이 지수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보였던 2011년 4월에도 17~19포인트를 오갔다.

VKOSPI는 시장 변동성을 보여주는 척도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수와 반대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 수준이 ‘적정선’을 벗어났다는 데는 상당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변동성지수가 극단적으로 낮은 상황”이라며 “변동성 또한 평균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범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낮은 변동성 뒤에는 결국 큰 폭의 변동성이 올 수밖에 없다”면서 “VKOSPI와 코스피는 역사적으로 -0.7에서 -0.9 정도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다시 말해 큰 변동성이 왔을 때 코스피 지수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변동성지수가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남경옥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 모두 실제 불확실성이 상당함에도 변동성지수가 장기 평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낮은 변동성지수에 안주하고 있는 반면 계절적 요인 등으로 변동성 지수가 어느 순간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VKOSPI를 비롯한 변동성지수의 왜곡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치를 나타낸 VKOSPI 자체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에 따른 후폭풍 등 실제 정책 불확실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정책불확실성지수(EPU)는 지난해 말 기준 390포인트로 지난 3년간 7배 가까이 치솟아 VKOSPI와 다른 움직을 보여왔다. 남경옥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한국 등의 증시 공포지수가 전반적으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있느냐는 이야기도 있다”며 “방향성만 참고하는 정도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변동성지수 바닥론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 실장은 “VKOSPI의 적정 수준을 논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최근 시장 자체 상승세를 감안하면 변동성이 낮아진 것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충현 기자 lamuz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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