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가 꿈의 하우스로…1000만 원으로 도전한 셀프인테리어

입력 2017-02-20 16:56수정 2017-02-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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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구매비용 뺀 1000만 원으로 꾸민 자신만의 하우스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인터넷을 활용한 '손품' 덕

공사는 어렵지만, 최대 만족도를 주는 건식 욕실

(해상용 컨테이너를 활용한 실내 인테리어 모습./출처=서영봉 씨 제공)

서울 자양동 '커먼그라운드', 창동 '플랫폼 창동61', 대방동 '무중력지대 3호', 제주 게스트하우스 '쭈욱게스트하우스'…. 용도는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컨테이너로 지은 건물이다. 최근 냉난방이 어렵고 거주가 불편해 임시 거처로 인식됐던 컨테이너를 활용해 주거·상업·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가 늘고 있다.

전라남도 영암에서 가업을 이어 한우를 키우는 20대 서영봉 씨는 최근 컨테이너를 이용한 자신만의 집을 지었다. 페이스북 페이지 '집꾸미기'에는 서씨의 컨테이너 집 짓기 과정이 상세히 드러나 있다.

사무실 용도로 만든 컨테이너였지만, 암소가 분만할 시기 불침번을 서던 서씨는 소파에서 몇 번 잠을 청하다 '침대가 있으면 좀 더 편하게 잘 수 있겠다' 싶어 침대를 들이다 자신만의 집을 제대로 꾸미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자신만의 집을 짓게 된 계기가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혹시 영화 '리틀 포레스트' 보셨어요? 도시에서 살던 젊은 여자가 고향에 내려와 사는 이야기거든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사는 집에 매력을 느꼈어요. 특히 주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참 주방을 만들까 말까 고민을 하던 중이었는데, 주인공의 주방을 보고 ‘저렇게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비슷한 느낌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컨테이너 주택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냉난방을 위해 지붕을 얹었다./출처=서영봉 씨 제공)

(마루는 '멀바우 후로링'을 깔았다. 또 중문을 설치해 주방과 휴식공간을 분리했다./출처=서영봉 씨 제공)

그의 컨테이너 하우스는 27㎡(3x9m)크기의 해상용 컨테이너 1개에 약 9.9㎡의 가건물을 합쳐 총 약 39.6㎡(12평) 규모다. 웬만한 도시민 1인 생활 거주 공간보다 넓다.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길쭉한 원룸에서 주방과 휴식 공간을 구분했다. 그는 이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중문을 설치했다. 처음 하는 일이었지만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었다. 검색포털 사이트에서 목수 카페를 찾았고 거기서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목수를 섭외했다.

"목수와 작업을 할 때는 대화가 잘 통해야 해요. 원하는 걸 말했을 때 잘 이해하고 최대한 비슷하게 작업을 해주시는 분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컨테이너 외관은 빨간색 페인트를 칠해 세련미를 더했다. 처음 컨테이너를 인수할 때 보였던 회색의 우악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리고 통유리를 설치해 채광을 높이고, 지붕을 얹어 여름철 복사열 피하고 겨울철 서리를 막았다.

실내는 더 놀랍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자연주의와 실용적인 스타일의 북유럽풍 인테리어로 꾸몄다. 그가 선택한 실내 인테리어 컨셉은 브라운과 화이트의 '투톤컬러'다. 마룻바닥과 가구를 브라운으로 하고 벽과 소품들은 화이트로 통일시켰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공간은 감각적인 액자와 디자인 소품으로 꾸몄다. 그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평소 즐겨 보던 작가의 포스터를 주문해 액자에 넣었다. 가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에서 그의 '센스'를 알아볼 수 있었다. 작은 공간일지라도 참 알차다.

특히 그가 실내 인테리어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마룻바닥이다. 꼭 필요한 과정이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시작할지 몰랐던 그는 이번에도 인터넷에서 해답을 찾았다. 그는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니면서 나무의 종류와 가성비를 따졌다.

"우선 나무 종류와 쓰임새를 알아야 해요. 따로 책을 사서 공부할 필요는 없고요. 인터넷에 나무자재 파는 사이트가 많이 있거든요. 그런 사이트들에 나무에 대한 설명도 들어있어요. 여러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저는 ‘이솔○○’라는 곳을 선택했습니다. 나무 종류도 다양하고, 사진도 잘 찍어뒀고, 설명도 잘 되어있어요."

그렇게 고심 끝에 선택한 마루는 '멀바우 후로링'이다. 보통 체육관이나 학교 복도에 많이 쓰이는 자제다. 멀바우 후로링은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은 자제다. 그는 나무로 뭔가를 작업하고 싶다면 꼭 목재상에 방문해 보라고 권했다.

(해상용 컨테이너를 활용한 실내 인테리어 모습./출처=서영봉 씨 제공)

욕실은 실외에 있다. 컨테이너에는 욕실을 만들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컨테이너 옆 별도의 벽돌 건물을 지었다. 본격적으로 컨테이너에 살기 위해서는 샤워를 할 수 있는 욕실이 필요했다. 욕실 또한 예사롭지 않은 인테리어로 꾸몄다. 그는 매력적인 욕실 사진 수십장을 골라 저장하고 현실적으로 자신이 구현할 수 있는 욕실 인테리어를 설계했다. 그의 감각적인 셀프 인테리어의 성공 포인트는 다름 아닌 손품에 있었다.

욕실 인테리어의 특징은 건식이다, 건식으로 꾸민 수도 시설 덕분에 바닥은 컨테이너 하우스과 같이 마루를 깔았다. 바닥에는 보일러가 들어가 있어 언제나 뽀송뽀송해 맨발로도 문제없다. 어차피 온수를 위해서는 보일러가 필수였고 바닥은 항상 마른 상태를 유지해야 곰팡이를 예방할 수 있다. 그는 건식 욕실 바닥에서 누울 수 있을 만큼 편안함을 준다고 설명했다.

최근 젊은 층이 선호하는 건식 욕실은 일본과 유럽에서 비중이 높다. 건식과 습식 욕실의 가장 큰 차이는 배수구의 위치인데 습식 욕실에서는 욕실 바닥에 배수구를 두어 물을 사용하고, 건식 욕실은 세면대와 욕조에만 배수구를 연결해 바닥으로는 물이 흐르지 않도록 한다. 이 차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마감재가 달라지고, 수납장을 하단에 둘 수 있는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인테리어 디자인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해상용 컨테이너를 활용한 욕실 인테리어 모습./출처=서영봉 씨 제공)

그는 이번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제일 손이 많이 간 곳이 욕조라고 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 작업을 했다. 다만, 타일 붙이기는 자신의 정신건강(?)을 지키고 내구성을 위해서 전문가의 손을 빌리길 권했다.

냉난방은 어떨까. 그에게 컨테이너 하우스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냉난방을 물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엄청나게 춥습니다. 여름엔 에어컨과 서큘레이터(공기순환기)로 아주 시원하게 보낼 수 있어요. 하지만 겨울엔 답이 없습니다. 바닥에 보일러를 안 깔았거든요.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어마어마해요. 라디에이터 두 대를 켜면 그럭저럭 버틸 만하지만, 컨테이너 안에서는 옷을 두껍게 입고 있어야 해요."

그는 컨테이너 바닥에 보일러를 설치하지 않았다. 온돌식 난방 대신 라디에이터를 이용한 대류식 난방에 의존한다.

이쯤에서 제일 궁금할 법한 총 건축 비용을 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략 2300만 원정도 들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해상용 컨테이너((3mx9m) 한 개가 1300만 원, 내부 인테리어(바닥, 벽, 가구, 전자기기 등 포함)에 1000만 원들었다. 컨테이너 구매 비용을 뺀다면 1000만 원으로 자신만의 컨테이너 하우스를 완성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셀프 인테리어를 계획하고 있거나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꿈꾸는(정말 원하는) 미지의 공간을 마음속에 품어보세요. 책을 읽는 것, 영화를 보는 것, 좋은 음악을 듣는 것, 제게는 이런 것들이 도움되었습니다. 그러한 공간에 살게 될 자신을 상상하며 지내다 보면 상상했던 것과는 똑같지 않지만, 그 비슷한 집을 갖게 될 거에요. 물론 약간의 돈도 필요합니다."

(출처=서영봉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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