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소셜봇과 정치공학

입력 2017-01-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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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일이 오는 20일로 다가오면서 현대 정치에서의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미국 극우파가 만들어 내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가짜 뉴스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에서 4선 연임에 도전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소셜봇(social bot)과 가짜 뉴스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소셜미디어가 자칫 정치 민주주의 실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인식마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미디어가 공론장으로서 정치 발전과 민주주의 실현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은 새삼 새로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은 당시 유력한 미디어를 잘 활용, 경쟁자들을 누르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1950년대 선거에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라디오를, 1960년대는 존 F. 케네디가 텔레비전을, 그리고 1990년대는 조지 W. 부시가 인터넷을 활용, 선거에서 승리했다. 21세기 들어서는 버락 오바마가 소셜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 선거는 물론 정치 자금 모집에서 상대 후보에 우위를 점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라디오와 텔레비전과 같은 구(舊)미디어부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와 같은 뉴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정치공학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실시된 미국 대선 기간 내내 하루에도 몇 차례씩이나 트위터를 통해 본인의 의견을 유권자에게 전달하고, 상대방 후보를 곤경에 몰아넣었던 트럼프 역시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물론, 이번 미 대선에서 트럼프는 물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했다. 이들 후보의 소셜미디어 활용은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소셜봇, 특히 트위터봇의 활약이었다. 대선 막바지에 실시된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의 조사 결과 트위터에서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글의 33%는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트위터봇이 작성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에는 지지 트위트의 22%가 트위터봇이 생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소셜미디어와 그곳에서 유통되는 정보, 특히 가짜 정보가 선거 표심에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메르켈 총리가 최근 연설에서 “오늘날에는 가짜 사이트나 소셜봇, 그리고 악성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 등이 특정 알고리즘으로 자기 복제를 하며 여론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를 인식하고 필요한 규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미국 선거에서 소셜봇은 소셜미디어, 특히 트위터에 올라오는 관련 글들에 대해 사실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글의 원천에 대한 신뢰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리트위트함으로써 여론을 왜곡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남가주 대학(USC)의 에밀리오 페라라 교수는 이와 관련, “오늘날의 소셜미디어 환경은 수백만 명의 개인들이 경제적인, 또는 정치적인 동기를 가지고 이를 위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마치 소셜미디어가 인간과 같은 행위를 하도록 하는 데까지 진화했다”며 “소셜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지는 콘텐츠가 정치·사회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새로운 차원의 가치 척도 등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정치에서도 소셜미디어는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실시될 대선에서 소셜미디어 역할이 크게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이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결정 여부에 따라 올 대선이 벚꽃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레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소셜봇이 일상화하고 있는 이번 선거에서 소셜미디어가 일반의 우려를 불식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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