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남좋은 일만..’ 비아그라 복제약 물꼬 튼 CJ, 시장 철수

입력 2016-12-1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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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 복제약 '헤라그라' 허가 취하..특허소송으로 시장 개방 주도하고도 판매부진으로 백기

CJ헬스케어가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복제약(제네릭) 시장에서 철수한다. 국내에서 비아그라 특허를 무력화한 주역이지만 한미약품의 ‘팔팔’을 비롯해 경쟁 제품에 밀려 백기를 들었다. 특허소송을 가장 먼저 제기하며 시장 개방 시기를 앞당겼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특허소송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CJ헬스케어, 특허소송으로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 개방..판매부진으로 철수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CJ헬스케어는 지난 9일 ‘헤라그라정’ 3종(25mg, 50mg, 100mg)의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헤라그라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제네릭이다. 지난 2012년 3월 허가를 받은 이후 4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CJ헬스케어가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 개방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장 철수는 다소 의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CJ헬스케어 비아그라 복제약 '헤라그라'
당초 비아그라의 물질특허는 2012년 5월17일 만료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아그라의 개발사인 화이자는 비아그라를 발기부전치료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용도특허'가 국내에서는 2014년까지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CJ헬스케어(당시 CJ제일제당)는 지난 2011년 5월 비아그라의 용도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며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또 비아그라의 용도특허에 대한 권리범위 확인 심판도 청구했다. 이후 한미약품이 특허소송에 가세했으며 특허심판원은 2012년 5월 비아그라의 용도 특허 무효를 결정했다.

이 때 비아그라 특허 빗장이 열리며 제네릭 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CJ헬스케어는 2012년 3월 비아그라 제네릭 중 가장 먼저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현재 총 53개 업체가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매출이 부진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CJ헬스케어는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 개방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지만 정작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의약품 조사 기관 IMS헬스의 자료에 따르면 헤라크라는 발매 이후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7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매출은 3분기 누계 1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한 달에 약 1억원어치 판매하는 셈이다. CJ헬스케어는 물 없이 털어 먹는 가루형 제품 ‘헤라그라세립’도 내놓았지만 필름형 제품 등에 밀려 존재감을 알리지 못하고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한미약품 비아그라 복제약 '팔팔'
CJ헬스케어에 이어 특허소송에 가담한 한미약품과는 엇갈린 행보다. 한미약품의 비아그라 제네릭 ‘팔팔’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31억원어치 팔리며 비아그라, 시알리스를 제치고 발기부전치료제 전체 1위에 올랐다. 발매 이후 누적 매출은 868억원에 달한다. 심지어 청와대가 비아그라와 함께 구매할 정도로 유명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한미약품이 팔팔 발매와 동시에 저가경쟁을 주도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것과는 달리 CJ헬스케어는 다소 소극적인 영업을 펼치면서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CJ헬스케어는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서 특허 소송에 가담하지 않은 대웅제약(누리그라), 일양약품(일양실데나필) 등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CJ헬스케어는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면서 비뇨기과 영역 시장 확대를 기대했지만 부진이 지속되자 기존에 강점을 보유한 순환기, 소화기 약물 시장에 주력하기로 마케팅 전략을 선회했다.

결국 CJ헬스케어는 총대를 메고 특허소송을 제기하며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 개방 시기를 앞당기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 특허소송에 투입한 노력과 시간, 비용 등이 물거품된 셈이다.

◇경쟁사 특허소송 기다렸다가 제네릭 발매 '무임승차' 빈번

사실 CJ헬스케어와 같이 주도적으로 특허소송을 진행하더라도 특허소송에 가담하지 않는 업체와 성과를 공유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기존에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유효할 때에는 제네릭을 발매하지 않다가 특정 업체가 특허소송을 승소로 이끌어내면 제네릭 판매를 시도하는 ‘무임승차’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SK케미칼은 노바티스와 진행한 치매치료제 ‘엑셀론패취’의 특허무효소송에서 승소했다. 2년 동안 힘겨운 특허분쟁을 펼쳤지만 성과는 다른 제네릭 업체와 공유해야 했다. 현재 엑셀론패치의 제네릭을 발매한 업체는 20곳에 달한다.

지난해 특허가 만료된 B형간염약 '바라크루드'의 경우 한미약품,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제일약품, JW중외제약 등 5개사가 특허소송을 진행했지만 제네릭을 발매한 업체는 65곳에 이른다.

물론 지난해 3월부터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이러한 ‘특허 무임승차’는 많이 줄어든 상태다. 허가특허연계제도는 제네릭의 허가를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와 연계해 내주는 제도다. 가장 먼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무효를 이끌어 낸 제네릭은 9개월간 다른 업체의 진입 없이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경쟁사의 특허소송 소식에 뒤늦게 특허소송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아 우선판매품목허가도 공동으로 받는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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