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헌하라

입력 2016-12-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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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1919년 제정된 임시정부 헌장 1조이며, 1948년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이다. 민주는 주권 조항이고 공화는 권력 조항이라는 것을 1조 2항에서 밝혔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민이 직접 대표를 선출하는 민주는 분명하나,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는 공화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공화는 통치가 아니라 협치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제 탄핵 이후의 국가 과제에 대해 이성적인 논의를 해야 할 때다. 사람만 바꾼다고 우리의 삶과 국가 경제가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현 87헌법하에서 선출된 6명의 대통령 모두가 개인적으로 불행해지고 국가 경쟁력은 퇴보해 왔다. 6명 전원 실패에서 문제는 사람만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국가 제도의 문제임이 확연히 드러났다.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던 구체제(앙시앙 레짐)를 개혁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신체제를 만들어야만 한다. 바로 개헌이 탄핵 이후 최우선 국가 과제가 돼야 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 최초로 빠른 추격자 전략이라는 국가 발전 경로를 개척해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의 교과서가 됐다. 국가 주도로 경제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일사불란한 갑을 구조 효율하에 대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수출 중심의 불균형 발전 모델로 우리는 놀라운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고 부자 클럽인 OECD에 가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일사불란한 효율이 아니라 다양한 혁신의 경쟁이라는 완전히 다른 OECD 본선 게임의 법칙에 적응하지 못해 국가 경쟁력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권위주의적 갑을 구조라는 과거의 성공 경로에 빠져든 한국의 각종 제도와 조직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다. 효율에서 혁신으로 국가 성장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한데, 현재의 획일적인 제왕적 대통령제로는 가지 못하는 목표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은 인사권, 징벌권, 예산권의 3권에서 나온다. 대통령은 대법원장, 감사원장, 국군통수권, 장·차관을 포함한 5급 이상의 공무원과 산하 기관장에 대한 엄청난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모든 국가 조직들이 대통령과 청와대만을 바라보는 이유다. 감사원, 검찰청, 국세청, 국정원의 4대 권력 기관은 무한 징벌권을 가지고 기업과 국민들을 길들여 왔다. 대통령 말씀에 모든 기업들이 무조건 순종해야 하는 이유는 무원칙한 검찰과 국세청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예산 지원과 규제로 산업을 통제한다. 지방정부는 예산의 절반을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지방정부도 대통령이 행자부를 통해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무한 권력은 과거 개발 독재 시대에는 국가 역량이었으나, 이제는 대통령 4년차 징크스의 원인이고 최순실 농단의 근간이 됐다. 이러한 제도를 그대로 두고 5년 단임을 4년 중임으로 연장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가속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너무나도 크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과 2항의 정신에 맞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우선 인사권을 분리해야 한다. 장ㆍ차관 외 공무원 인사권은 부처에 완전히 돌려주고 장ㆍ차관의 책임을 묻는 사후 평가로 복귀해야 한다. 감사원은 외국과 같이 국회로 보내서 국정감사와의 중복을 없애야 한다. 나머지 3대 권력기관의 개방 투명화는 배심원제의 광범위한 도입으로 촉진될 것이다. 그러면 기업들의 미래의 불확실한 투자는 촉진되고 국가는 성장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지방자치는 경쟁과 자율의 원칙으로 복귀해야 한다. 일류 국가는 지방자치를 바탕으로 발전한다. 개별적 중앙정부 지원은 포괄적 예산 배분 원칙으로 개별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제와 민생 발전을 통한 지자체 간 경쟁의 룰을 확립해야 한다. 예컨대 중소기업 법인세의 절반이 지방세가 되면 지방정부들은 기업 유치와 활성화 경쟁에 나설 것이고 국가는 발전할 것이다. 헌법 117조에 지자체의 역할과 조세권을 명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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