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재부 1차관실ㆍ정책조정국장실 압수수색… 최상목 차관 주목

입력 2016-11-24 11:40수정 2016-11-24 13:28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청와대 회의 4차례 열며 미르재단 명칭부터 기업 출연금까지 관여 의혹

▲24일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1차관실 앞에서 카메라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롯데그룹과 SK그룹의 면세점 사업 선정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24일 오전 검찰은 기재부 내 1차관실과 정책조정국장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지난해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지시에 따라 재단법인 미르의 설립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최 차관은 당시 청와대 회의를 주재하면서 9개 대기업과 미르재단 출연금을 조정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최순실은 기업체 자금 출연이 이뤄지지 않아 재단 설립이 지체되던 중 리커창 중국 총리의 10월 하순경 방한 정보를 입수하고 “양국 문화재단 간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9일 안 전 수석에게 재단 설립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경제금융비서관이던 최 차관에게 “300억 원 규모의 문화재단을 즉시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최 차관은 이틀 뒤인 21일 전경련 관계자가 참석한 1차 청와대 회의를 주재하고 “10월 말로 예정된 리커창 총리 방한에 맞춰 300억 원 규모의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한다. 출연하는 기업은 삼성, 현대차, SK, LG, GS, 한화, 한진, 두산, CJ 등 9개 그룹”이라고 지시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고, 사무실은 서울 강남 부근으로 알라보라”고 안 전 수석에게 지시했고, 안 전 수석은 이를 다시 최 차관에게 전달했다.

최 차관은 다음 날인 22일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가 참석한 2차 청와대 회의를 주재해 전경련이 준비해온 문건을 보고받고 “재단은 10월 27일까지 설립돼야 한다. 전경련은 재단 설립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고, 문체부는 27일 개최될 재단 현판식에 맞춰 반드시 설립허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면서 전경련이 보고한 9개 그룹의 분배 금액을 조정해 확정했다.

회의 결과에 따라 전경련 전무 박모 씨는 23일 오전 각 그룹 임원들에게 그룹별 출연금 할당액을 전달했다.

이날 최 차관은 문화체육비서관 등이 참석한 3차 회의를 주재해 “아직까지도 출연금 약정서를 내지 않은 그룹이 있느냐. 그 명단을 달라”고 말하며 모금을 독촉했다.

회의를 마친 후에는 ‘미르’라는 재단 명칭과 주요 임원진 명단을 관계자에게 전달하면서 “이사진에게 따로 연락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또 “롯데도 출연 기업에 포함하라”고 지시하고 다음 날인 24일 미르와 전경련 관계자들이 참석한 4차 청와대 회의를 열어 재단 설립 진행경과를 확인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다.

◇ 최상목 1차관 “문제점 전혀 모르고 전달만 지시받은 것”

최 차관은 공소장에 나타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자신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최 차관은 “자료를 위에서 받았고 연락은 다 돼 있으니까 전달하라고만 지시받은 것”이라며 “(본인이 주재한 회의는) 기업들의 자금을 모집하거나 지시하는 회의가 아니고 기업과 금액, 재단 설립이 정해진 상황에서, 한ㆍ중 민간협력을 요청하니까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실무적으로 설립을 지원하는 회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까지 필요하다 하는 게, 재단의 이름과 인원이 필요하니까 위에서 정한 걸 수석이 명단과 자료를 줬다. 그걸 받아서 전달한 것”이라며 “누가 정했는지, 재단 사람들이나 임원들이 누군지 전혀 몰랐고, 전경련과 우리는 실무적으로 준비하니까 자료를 전달하라고 할 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차관은 “지시는 절대로 아니다. 지시할 회의가 아니었다. 이미 위에서 얘기가 돼서, 금액과 기업이 확정이 돼서 금액 올릴 때도 위에서 지시가 되고, (본인은) 관여한 적도 없다”며 “상식적으로 실무자들이 넣어라 빼라 할 수가 없다. (이런 부분은 검찰 조사에서) 참고인으로 가서 얘기를 다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실무적으로 필요하다고 얘기해서 4일만 (회의에) 나왔다. 처음부터 알았던 것도 아니다. 소집하는 회의만 했다”며 “오히려 재단의 재산비율 계산과 관련해서 (설립 당시에)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미르재단에 이상한 점이나 의문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당시는 그렇다. 지금 생각하면 여러 가지로 그런데(의혹이 드는데)”라며 “당시는 대통령이 문화융성 창조경제 말을 많이 했고, 기업 기여가 필요하다 말했다. 또 기업이 사회공헌사업을 여러 가지 해왔고, 그래서 좋은 취지로 설립을 하는 재단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한ㆍ중 정상회담을 하는데 중국에서 민간협력을 요구해 우리도 그렇게 한 거 같다. 재단을 빨리 만들어 정상회담 때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단순히 생각했다”며 “(현재) 상상도 못하는 얘기들이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관계는 밝혀지겠지만 당시는 대통령 국정과제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비서관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 법조계 “사실 인지 여부가 관건…이상한 점 알았다면 방조”

법조계는 최 차관의 사실 인지 여부에 따라 무죄와 유죄가 나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점을 전혀 몰랐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지만,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알고도 안 전 수석을 도운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실을 인지했을 경우 알면서 소극적으로 했다면 방조, 적극적으로 했다면 공모 공동정범이 된다”며 “인지 정도에 따라 방조와 공모는 종이 한 장 차이라 미묘한 부분이 있다. 완전히는 몰라도 분위기 파악을 하고 도왔다면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내막을 모른 채 특별히 의심하지 않고 했다면 문제가 안 된다”며 “하지만 문제점이나 이상한 의도를 눈치채고서도 협조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다르다. 보통 위법한 상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도 위법하다고 하는데, 이번 사건은 검찰의 수사 범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