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8ㆍ25 대책, 그리고 보금자리론 중단에…서민만 우네

입력 2016-10-1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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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정책사회부 기자

“빚 내서 집 사라며 온갖 규제를 풀면서 집값 올려놓을 땐 언제고, 이제와서 대출을 막아버리면 평생 남의 집에 살라는 건가요?” 전셋집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을 찾던 한 지인이 보금자리론 대출이 사실상 중단되자 한 말이다.

8·25 가계부채 대책 이후 오히려 집값이 올랐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신규 주택공급을 줄여나가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오히려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주택 아파트 값이 최고점을 찍고, 분양시장 역시 호황을 누렸다. 시행 한 달 동안 서울 매매가격은 1.21% 올랐고, 분양시장 인기 척도인 청약경쟁률은 2008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값은 10년 만에 주간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동산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서민들이 집을 살 수 있는 창구는 오히려 막히게 됐다. 주택금융공사가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위해 고정금리·장기 저금리 대출상품 ‘보금자리론’의 대출 자격요건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보금자리론 대상이 되는 주택가격은 9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내려갔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5억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집을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물론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 연간 공급 목표치인 10조 원을 이미 훌쩍 넘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이면서 해당 상품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해 보금자리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움 중에서 가장 큰 설움은 집 없는 설움이라는 말이 있다. 가계부채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는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그로 인한 모든 직격탄을 서민만이 전방위에서 고스란히 맞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이후 부동산 관련 정책만 16번 나왔다. 그 16번 중에서 서민의 입장을 배려한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듯이, 이번에도 서민들만 배신 당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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