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세계 1위 진통제 '애드빌', 왜 한국시장서 절절맬까

입력 2016-10-18 08:24수정 2016-10-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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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내 발매 이후 고전ㆍ상반기 매출 2억대..늦은 시장 진입ㆍ취약한 영업력으로 존재감 미미

지난 2014년 6월 한국화이자의 소염진통제 ‘애드빌’이 국내 시장에 상륙하자 제약업계는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해외에서는 ‘타이레놀’을 제치고 일반의약품 진통제 시장에서 1위를 기록 중인 대형 제품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화이자는 애드빌의 돌풍을 기대했지만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했다. 애드빌은 왜 국내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을까?

18일 의약품 조사 업체 IMS헬스의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의 ‘애드빌’(‘애드빌정’+‘애드빌리퀴겔연질캡슐’)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2억7900만원에 그쳤다. 전년동기대비 18.4%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13년 말 국내 공식 발매된 이후 단 한번도 분기 매출 4억원을 넘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지난해 매출은 7억2900만원에 머물렀다. 애드빌은 이부프로펜 성분의 진통제다.

▲한국화이자의 '애드빌'
애드빌이 부진이 주목받는 이유는 해외 시장에서는 일반의약품 진통제 중 매출 1위라는 화려한 명성 때문이다.

지난 1984년 해외 시장에 발매된 애드빌은 2010년부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을 제치고 일반의약품 진통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매출은 10억5290만달러(약 1조16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는 해외 시장보다 29년 늦게 발매됐지만 국내 업체들은 애드빌의 유명세를 감안하면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견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애드빌 발매 당시 화이자는 "복용 후 15분 안에 시작되는 애드빌의 탁월한 진통 효과가 국내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반해 얀센의 ‘타이레놀(타이레놀정+타이레놀정ER)’은 올해 상반기 129억원의 매출로 여유있게 진통제 1위 자리를 유지했다. 2014년 254억원, 2015년 255억원의 매출로 애드빌의 시장 진입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분기별 타이레놀·애드빌 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IMS헬스)

업계에서는 애드빌이 지나치게 시장에 늦게 진입해 기존 제품들이 오랫동안 구축한 시장 경쟁구도에서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국내 허가받은 이부프로펜 성분을 함유한 진통제는 무려 240개에 달한다. 지난 1973년 삼일제약이 삼일부루펜을 내놓은 이후 43년 동안 국내외 제약사들은 끊임없이 이부프로펜 성분의 진통제를 내놓았다.

애드빌은 국내에서 이부푸로펜 시장이 열린 이후 40년이 지나 국내시장에 상륙했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구축한 명성만으로는 기존 제품들이 구축한 경쟁구도를 뚫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부프로펜 성분 제품 중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인 삼일제약의 부루펜시럽은 2014년 58억원, 2015년 54억원, 올해 상반기 30억원의 매출로 애드빌의 발매 이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1% 성장했다.

다국적제약사의 취약한 약국 영업력이 애드빌의 또 다른 부진 요소로 평가된다. 국내제약사의 경우 주력 일반의약품은 전담 영업팀이 적극적으로 약국에 영업을 하지만 다국적제약사는 주로 도매상 공급에 주력하고 약국 직접 영업은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는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유명세를 치른 약물이라도 똑같은 성분의 제품은 약효도 똑같다는 과학적인 판단에 따라 약사들의 권유와 소비자들의 구매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업체 한 영업본부장은 “동일 성분의 똑같은 일반의약품이 수십개 등장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을 지목해서 구매하지 않는한 약국에서는 마진이 높은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화이자가 수입 판매하는 애드빌은 국내제약사가 생산하는 상당수 제품보다 공급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에게 애드빌이라는 브랜드를 강력하게 인식시키지 못하면 기존 제품의 틈바구니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애드빌정'과 '애드빌리퀴겔연질캡슐'은 이미 2001년, 2006년에 국내허가를 받은 이후 12년 뒤에야 발매됐다. 일찌감치 국내 판매를 시도할 기회가 있었다는 얘기다.

당시 한국화이자는 "애드빌과 같은 대형브랜드를 발매하려면 많은 자본과 치밀한 현지 시장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본사 차원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이번에 발매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전략적으로 이미 포화 중인 시장에 뒤늦게 가세한 것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대형브랜드라는 이점을 활용해 뒤늦게 국내 공략을 시도했지만 뒤늦은 시장 진입으로 아직까지는 높은 시장 장벽을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진통제 시장에서 신제품이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기존 국내 브랜드가 확고한 위치를 구축한 상황에서 애드빌의 브랜드가 정착할 때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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