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공매도 논란] 기술수출 호재 다음날 5만471주 공매도… ‘의문의 28분’

입력 2016-10-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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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주식 ‘비정상거래’

한미약품이 악재성 공시를 내기 전 이 회사에 대한 대규모 공매도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악재성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내부자 등이 공매도에 뛰어들었을 것이라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매도 공시제도의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미약품이 독일 제약사와의 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공시를 낸 것은 지난달 30일 오전 9시 28분이다. 이날 장이 개장한 지 채 30분이 안 된 시점이었다. 반면 개장 전부터 오전 9시 28분까지 이뤄진 공매도 양은 총 5만471주에 달했다. 이날 한미약품에 대한 전체 공매도 거래(10만4327주)의 절반가량이 악재성 공시가 나오기 전에 신속하게 이뤄진 것이다. 금액으로 보면 이날 하루 공매도 거래대금 616억1779만 원 중 320억2600만 원이 공시 전에 거래됐다.

공매도란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주식을 빌려 주식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주식을 공매도한 뒤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주식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주가가 비쌀 때 공매도 주문을 내고, 주가가 떨어졌을 때 이를 갚아야 이익을 낼 수 있다. 통상 기관과 외국인투자자 등 대형 투자자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더욱이 전날 한미약품이 미국 제약사와 1조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이날 공매도 주문을 낸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통상 기술수출 성사 공시 후에는 해당 종목 주가가 급등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비정상적인 공매도 동향은 악재성 정보가 내부자 등을 통해 사전 유출됐고 이 정보를 손에 쥔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뛰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으로 지적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보다 더 많은 정보와 자금을 가진 누군가가 공매도 제도를 악용해 시장을 교란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거래를 투명화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공매도 공시제’를 시행했지만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공매도 공시제란 개별 주식에 대한 공매도 잔액 0.5% 이상 보유자의 보유 내역을 거래 3일 후 공시하는 제도다. 이번 사태의 경우 하지만 3일이라는 시간차 때문에 투자자로서는 제도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에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높여 거래를 활성화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적 측면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이번 사태가 공매도 제도에 대한 존폐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주식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 65곳 중 공매도를 금지하는 나라는 16곳에 불과하다. 공매도를 맹목적으로 규제할 경우 외국계 자금 유출입이 위축되는 등 자본시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면서도 이번 사태의 본질이 공매도 자체의 문제점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경우에도 문제의 발생 원인을 명확히 분석해 최소한의 규제만 시행함으로써 시장에 과도하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시장 어디서나 공매도는 존재하는 제도며 외국인 투자자가 30~40%인 상황에서 폐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규제만 하겠다고 한 것은 ‘모니터링’ 수준의 대응을 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한편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공매도 제도는 필요한 제도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일반투자자들로서는 시장 공정성과 형평성에 충분히 의심을 제기할 만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금융당국으로서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일반 개인투자자를 달랠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결국 공매도 논란의 배경은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해 가진 불신”이라며 “꼭 공매도가 아니더라도 정보가 공정하게 유통되지 않는 상황을 악용한 투자자들이 있으며 당국이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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