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실적 좋다던 국내 제약사들, 처방약 시장 '속빈 강정'

입력 2016-06-29 07:19수정 2016-06-2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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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제약사들 처방실적 전년비 제자리..다국적사 신약 판매로 외형 확대

국내제약사들이 주력 사업영역인 내수 처방의약품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최근 해외사업에서 활발한 성과를 내는 일부 업체들을 제외한 상당수 제약사들이 다국적제약사의 수입 판매로 외형을 확대하며 자체개발 의약품의 판매는 홀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에 제출한 건강보험 의약품 청구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화이자가 가장 많은 5023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처방의약품 시장에서는 2011년 대웅제약이 1위에 오른 이후 4년 연속(2012ㆍ2013년 노바티스, 2014ㆍ2015년 화이자) 다국적제약사가 선두를 차지했다.

대웅제약과 종근당이 각각 4329억원의 처방실적으로 선두권을 뒤쫓았고 한국노바티스(4214억원)와 한국MSD(4158억원)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4·2015년 제약사 청구실적 순위(단위: 억원, %,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위 20개 업체의 지난해 처방실적은 총 6조355억원으로 전년대비 1.4% 늘었다. 다국적제약사 10곳이 1.9%의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국내제약사 10곳의 지난해 처방실적은 2004년보다 0.9%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동안 외형 확대를 주도했던 내수 처방약 시장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상위 국내제약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크게 개선된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성적표다. 지난해 대규모 기술수출로 급성장한 한미약품을 제외하더라도 유한양행(11.2%), 녹십자(6.9%), 대웅제약(10.1%), 종근당(8.9%), 일동제약(14.3%) 등 주요 제약사들은 전년대비 매출 상승폭이 컸다.

일부 업체들은 해외사업 등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며 처방약 시장의 부진을 메웠지만 상당수 제약사들은 자체개발 의약품 판매보다는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 대행으로 내수 시장에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몇 년간 다국적제약사 신약 판매에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유한양행은 지난해 수출을 제외한 내수 매출이 9415억원으로 전년보다 8.2% 늘었지만 처방실적은 11.6% 감소했다.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의 '트윈스타'와 '트라젠타', 길리어드의 '비리어드', 화이자의 '프리베나' 등 4개 도입신약만으로 27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다국적제약사와의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안국약품 역시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8.8%(1642억원→1952억원) 늘었지만 처방실적 매출은 5.7%(1236억원→1306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안국약품은 지난 2012년부터 아스텔라스의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하루날디’를 판매 중이고, 최근에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영업에 나섰다.

일동제약도 지난해 매출이 4013억원에서 4586억원으로 14.3% 급증했지만 처방실적은 1.6%(2242억원→2278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일동제약은 다국적제약사의 복제약(제네릭) 판매에도 나선 상황이다.

화이자의 '리피토'와 '세레브렉스' 등을 판매 중인 제일약품도 지난해 처방실적 성장률은 1.0%(1500억원→1515억원)으로 매출 성장률 16.0%(5127억원→5947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녹십자, 한미약품, CJ헬스케어, 보령제약 등도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국내업체들의 다국적제약사 제품 판매 의존도를 높이면서 의약품 상위권에서도 국내사 개발 의약품도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품목별 처방실적 상위 20개 품목 중 국내사가 자체개발한 제품은 대웅제약의 개량신약 알비스(13위, 519억원)와 삼진제약의 제네릭 '플래리스'(20위 479억원) 2개 품목에 불과했다. 기존에 상위권에 랭크됐던 동아에스티의 천연물신약 '스티렌', 한미약품의 개량신약 '아모잘탄' 등 간판 국산의약품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제품들은 국내업체의 영업력을 등에 업고 고공비행 중이다. 상위 20개 품목 중 절반에 가까운 9개 품목은 국내업체가 공동으로 판매를 진행 중이다.

▲2015년 품목별 처방실적 순위(단위: 억원, %,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체 처방실적 1ㆍ2위를 다투는 B형간염치료제 라이벌 '바라크루드'와 '비리어드'는 국내 제약업계 매출 선두 경쟁을 펼치는 녹십자와 유한양행이 판매에 가세했다. 화이자의 고지혈증약 '리피토'는 특허가 만료됐음에도 제일약품의 영업력을 기반으로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제약업체들은 “내수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이라도 판매해야 신약개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규제로 제네릭 중심의 영업이 처방약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외부 수혈로 실적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외형 확대를 위한 도입신약 의존도를 높이면서 국내업체 개발 의약품의 성장세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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