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라운드2 ③LG그룹] 장자승계 전통…38세 구광모, 실탄마련 ‘시간과 싸움’

입력 2016-06-27 10:47수정 2016-06-2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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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LG 최대주주땐 그룹지배 가능…구 상무 지분 6.03% 3대주주

LG그룹은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대기업집단으로 꼽힌다. LG그룹은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장자(長子) 승계 원칙을 고수해 경영권 분쟁도 없다. 1969년 구인회 창업주가 타계한 이후 장남 구자경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고, 장손인 구본무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향후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주)LG 상무가 4세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LG그룹 후계자 구광모 상무 ㈜LG 3대주주 올라 = 구광모 ㈜LG 시너지팀 부장은 지난 2014년 LG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상무로 승진했다. 1978년생인 구 상무는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한 뒤 2006년 9월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그룹에 입사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휴직한 채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MBA를 수료했다. 이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에 근무했다. 2013년 초 귀국해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13년 LG전자 부장으로 진급한 후 ㈜LG 시너지팀으로 이동해 1년 6개월 만에 상무 승진했다. 2006년 LG전자 대리 입사 후 8년 만에 임원 승진한 것이다.

구 상무는 LG가의 장손이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이지만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구본무 회장은 딸만 둘이다. 구 상무는 2009년 중소 식품회사 보락 정기련 대표의 장녀 정효정 씨와 결혼했다.

재계는 구 상무의 임원 승진을 두고 LG그룹의 4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구 상무는 임원 승진 후 ㈜LG 지분을 서서히 늘리고 있다. 구 상무는 2014년 12월 14일 친부인 구본능 회장에게 ㈜LG 지분 190만 주를 수증(受贈)했다. 2015년 4월과 5월에는 ㈜LG 주식 9만 주, 7만 주를 각각 장내매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구 상무는 ㈜LG 지분을 6.03%(2015년 말, 보통주 기준)까지 늘렸다. 구본무 LG그룹 회장(11.28%), 구본준 ㈜LG 부회장(7.72%)에 이어 3대주주 지위를 공고히 한 것이다. 구 상무는 구본무 회장 양자로 입적할 당시 ㈜LG 지분이 0.26%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해에만 지분을 2.64%까지 끌어올렸다. 구 상무는 향후 범 LG가에 분산된 ㈜LG 지분을 매입하거나 증여받는 방법 등을 통해 지분확대 작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 4세 경영 승계자금 마련이 핵심 =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는 구본무 회장과 친부인 구본능 회장 등에게 LG 지분만 적법하게 물려받으면 사실상 끝난다. 이는 순수지주회사 체제인 LG그룹의 안정적인 지배구조 덕분이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지난해 말 기준 구본무 회장과 특수관계인 36명이 총 지분 48.4%를 보유하고 있다. LG는 LG화학(33.5%), LG전자(33.7%), LG생활건강(34.0%), LG유플러스(36.0%), LG상사(27.6%) 등 주력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주요 자회사들은 사업부문별로 수직계열화 된 손자회사를 두고 있다. 순환출자가 없는 순수지주회사의 모범 격으로, ㈜LG 최대주주에 올라서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따라서 LG그룹의 4세 경영은 후계 승계를 위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 ㈜LG의 주가는 6만4700원이다. 현재 주가 기준 구본무 회장의 ㈜LG 주식(1945만8169주) 가치는 1조2600억 원, 친부인 구본능 회장의 주식(595만5032주) 3가치는 830억 원이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 재산이 30억 원을 초과하면 50%의 상속세율이 적용된다. 구 상무가 이들의 지분을 물려받으려면 단순 계산만으로 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LG상사에 인수된 물류회사 범한판토스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 산하 공익재단에 지분을 증여해 세금을 줄이는 방법도 언급된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은 회사가 주식을 기부하면 일반 공익법인은 보유주식의 5%, 성실공익법인은 10%까지 상속ㆍ증여세를 면제해 준다. 현재 LG그룹 산하 LG연암학원과 LG연암문화재단은 각각 LG 지분 2.09%, 0.33%를 보유 중이다.

다만 구 상무가 아직 38세로 젊은 나이여서 경영권을 넘겨받기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50살이 되던 해(1975년)에 그룹을 물려받았다. 구본무 회장도 50세 때(1995년) 회장에 올랐다. ‘안정’을 추구하는 LG가 특성상 긴 시간을 두고 승계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재계와 증권가에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이 구 상무가 그룹 경영을 맡을 때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거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LG그룹 국내 최초 지주회사 모범적 지배구조 = LG그룹은 지난 3월 말 기준 자산총액 105조9000만 원 규모로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순위 6위 기업이다. 순수지주회사인 LG를 포함해 68개 기업이 소속돼 있다. LG그룹은 창업주인 구인회와 그의 사돈인 허정만이 공동출자하고 경영하며 만들어진 기업이다. 구(具)씨와 허(許)씨 집안의 동업은 1947년 LG그룹 모체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창립부터 시작됐다. 현재는 구씨 3세 일가가 지배하고 있다. 장남 구본무 씨가 LG그룹 회장을, 차남 구본능 씨가 희성그룹 회장을, 삼남 구본준 씨는 LG전자 부회장을, 사남 구본식 씨는 희성그룹 부회장을 각각 맡고 있다.

많은 형제가 있지만 LG그룹은 철저한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없었다. 국내 최초의 지주회사 전환 기업으로 지배구조도 투명하다. LG그룹은 2001년부터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상속과 승계를 위한 정지 작업이었다. 1999년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던 지주회사 제도가 허용됨에 따라 LG그룹은 이를 활용해 복잡하게 얽혀 있던 친인척 지분관계를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공동창업가문인 허씨 일가(현 GS그룹)와 분리 작업도 추진했다.

㈜LG의 지주회사 구축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에 걸쳐 이뤄졌다. 2001년 화학부문 사업지주회사 LGCI를 만들어 화학업종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2002년에는 전자부문 사업지주회사 LGEI를 설립해 전자업종 계열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다시 LGCI를 순수지주회사로 전환시키면서 LGEI를 합병시켜 2003년 통합 순수지주회사인 ㈜LG를 만들었다. 2004년에는 ㈜LG를 분할해 또 하나의 순수지주회사 GS홀딩스를 만들고 14계의 계열회사를 편입시켰다. 공정위는 2005년 GS그룹을 독립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2005년 각각 구씨와 허씨에게로 분할 승계됐다. 국내 재벌사에 보기 드문 ‘아름다운 이별’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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