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현장, 이투데이 기자가 간다③] 샤이니 종현 콘서트 일일 경호원에 도전하다

입력 2015-10-28 10:45수정 2015-10-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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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 체크 등 행사시작 몇시간 전부터 ‘스탠바이’… ‘그림자경호’ 긴장의 끈 늦추지 않아

▲오예린 문화팀 기자가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에서 샤이니 종현의 경호 업무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하루 일정이 많으면 네다섯 개가 겹칠 때도 있어요. 특히 주말이나 연말에는 하루도 쉴 수 없어요. 24시간이 모자를 정도죠.”

톱스타의 일과가 아니다. 스타와 대중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호원의 이야기다. 이들은 콘서트, 쇼케이스, 기자회견, 시상식 등 스타와 대중이 만나는 곳에서 늘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일하는 경호원들이 존재하기에 스타와 대중은 즐겁고 안전한 행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행사에 해외 팬들이 대거 밀려드는 것은 물론, 실시간으로 해외에 전파되고 있는 만큼, 안전은 더욱 중요해졌다. 다시 말해 이들은 한류의 숨은 조력자인 셈이다.

◇“남자친구를 경호한다는 마음으로 하세요”= “꼭 검은색 의상 입고 오셔야 해요. 소리 나는 구두는 피해 주세요.” 샤이니 종현의 솔로 콘서트가 열리는 8일, 몇 번이나 당부한 주문대로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에 도착했다. 이미 현장에는 굿즈(goods·연예인 관련 상품)를 사려는 팬들을 줄 세우고 있는 경호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경호업체 화랑단의 한요한 대리는 인이어(In-Ear) 이어폰이 연결된 무전기와 행사장 도면을 건넸다. 그는 “올림픽 체조경기장 같은 대형 공연장은 이른 아침부터 동선을 점검하고, 현장 굿즈 판매 부스에서 줄을 세운다”며 “코엑스 아티움은 규모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정오에 와서 동선을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공연 7시간 전이었지만, 6층 SM타운 씨어터에는 종현을 기다리는 팬들로 북적였다. 귀에서는 쉴 새 없이 각 구역의 안전을 확인하는 무전기 교신이 들렸다. 종현이 차에서 내리는 주차장부터 대기실 복도와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음향 장치가 있는 무대 뒤, 무대의 하부, 객석, 대기실, 입장 게이트까지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입구와 길은 샅샅이 돌아봤다. 심지어 대기실과 무대 위에 놓인 물의 개수까지도 확인했다. 그는 “가수가 공연 도중 물을 찾거나 인이어나 마이크가 오작동되면 챙겨 줘야 하는 것도 경호팀이 할 일”이라며 “가수가 최대한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선을 돌아보고 나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여간 힘든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귀에서는 “15분 뒤 아티스트 주차장에 도착합니다”라는 말이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낮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한 대리는 “아티스트와 출근해서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해요. 우스갯소리로 후배들에게 내 여자친구를 보호한다는 생각으로 하라고 하죠. 내 남자친구를 경호한다는 마음으로 하시면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6층보다 더 많은 팬이 이미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요즘 팬들은 아티스트가 들어가는 경로도 다 파악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장섰던 경호원이 말했다.

“도착 3분 전입니다”라는 교신이 들려오자 한 대리는 종현의 차 문을 열어주고 그의 뒤를 경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탓에 문을 열어주지 못했고, 결국 종현이 스스로 문을 열고 내렸다. 당황해서 행동이 멈춰 버린 기자에게 경호원은 어서 뒤를 쫓아오라는 눈빛을 보냈다. 작은 실수였지만 간담이 서늘해진 순간이었다.

공연장으로 올라온 종현은 곧바로 리허설을 시작했다. 리허설을 하는 동안에도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무대 뒤에서 그를 지켜봤다. ‘내 남자친구를 경호하는 마음으로….’ 이 문장을 몇 번이나 되뇌고 나서야 리허설은 끝이 났다.

▲가수가 공연 도중 물을 찾거나 인이어나 마이크가 오작동되면 챙겨주어야 하는 것도 경호팀이 할 일이다. 오예린 기자가 경호업체 ‘화랑단’의 직원으로부터 경호 지시를 받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한류 열풍에… 외국어 공부는 필수= 종현이 메이크업을 하러 간 사이, 잠깐의 휴식 시간이 생겼다. 보통 휴식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한 대리는 “화장실도 가고, 흡연도 하고 외국어 공부도 해요”라며 휴대전화 속에 담긴 외국어 강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는 “경호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들이 있다”며 “비에 파이 자오 워(사진 찍지 마세요)”, “음고치라데 오나라비 구다사이(줄을 서세요)” 등 중국어와 일본어 단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전 세계에 K팝 열풍이 불면서 국내 공연장에도 해외 팬들의 방문이 급증했다. 이날 공연장에서도 해외 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나라별로 팬의 특징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일본 팬들은 규칙을 잘 따르는 편이고, 중국 팬들은 한국 팬들의 적극적인 팬 문화를 배워 열정적”이라고 표현했다.

달콤한 휴식시간도 잠시, 어느새 공연장 입구와 굿즈 판매 부스에는 팬들이 몰려 있었다. 경호원들은 재빨리 옹기종기 모여 있는 팬들을 한 줄로 서게 만들었다. “안전을 위해 입장하는 줄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스탠딩 좌석의 줄을 무너지지 않게 세워야 하거든요. 만 명 넘는 관객을 아무 사고 없이 입장시키고 나면 희열이 느껴진다니까요.”

관객들이 입장하고 나서 공연장 안에서는 팬들과 경호원들의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바로 카메라 때문이다. 경호원들에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카메라 통제”라고 입을 모아 대답했다. 휴대폰부터 전문가들이 들고 다닐 법한 큼지막한 카메라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사진 찍지 마세요’라는 문장을 배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몸소 체험했다.

“우리는 아티스트와 안전과 다른 관객들을 위해서 카메라는 제재할 수밖에 없어요. SNS를 보면 카메라 통제했다고 해서 경호업체 이름을 언급하면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도 해요. 남을 위한 직업이기에 감수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일 열심히 하고도 욕 먹을 때는 솔직히 힘들어요.”

공연이 끝나고 종현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10시간이 넘게 진행됐던 이날 스케줄은 끝이 났다. 긴장이 풀리니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경호원들에게 자연스럽게 “대단하시네요”라는 말이 나왔다. 이렇게 힘들고 고된 일상에서 이들이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저희의 보람은 다른 거 없어요. 사고 없이 무사히 행사 끝나고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 그날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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