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노출 카우치 사건 10년, 실체와 파장은?[배국남의 X파일]

입력 2015-07-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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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30일 '음악캠프' 생방송 도중 알몸을 노출시켜 업무방해와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선고된 카우치. (사진=뉴시스)
2005년 7월30일 오후 4시 18분. 한국 방송사와 대중음악, 그리고 인디음악계에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후 10년이 흘렀다. MBC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펑키 그룹 럭스가 ‘지금부터 끝까지’를 부르는 도중 춤을 추던 카우치 멤버 두 명이 갑자가 카메라로 다가와 상하의를 벗고 성기 등 알몸을 노출시킨 것이다. 카메라맨들이 손 쓸 틈도 없는 상황에서 이 방송 장면은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MC몽과 신지는 할 말을 잃었고 “죄송하다”는 사과로 이날 방송을 마무리했다.

사건의 파장은 엄청났다. 이날 생방송에서 알몸을 노출한 카우치는 신모씨와 오모씨는 업무방해와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10월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당시 MBC 김영희 예능국장은 국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음악캠프’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일부 시청자단체와 시민단체의 마녀사냥식 비판이 MBC와 인디음악계에 쏟아졌다. 심지어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카우치 사건과 관련해 “각 구청을 통해 그 같은 공연이 불법으로 이뤄지는 곳이 어디인지 일제히 점검하라”고 엄중 지시하는 한편 “사회 통념에 맞지 않는 퇴폐 공연을 하는 팀의 리스트를 만들고 시 산하 각종 공연에 초청하지 말라”는 비문화적 처방을 제시해 인디음악계의 거센 반발과 논란을 초래했다.

1990년대 홍대를 중심으로 한국대중음악계에 대안과 새로운 음악을 수혈하며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사랑 받으며 진화를 거듭하던 인디음악계는 카우치 사건으로 그 존재 의미조차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며 대중과 종교단체, 지자체의 비난의 뭇매를 맞았다. 홍대 앞 음악인 비상대책위원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음악캠프’의 카우치 방송 사고에 대해 “홍대 앞에는 30여개의 공연 클럽과 500여개의 밴드들이 활동 중이다. 500여개의 밴드들은 밴드의 개수만큼이나 다양한 음악장르와 자신만의 표현방식과 언어를 갖고 있다. 홍대 앞 인디음악이 쏟아내고 있는 독창성과 창조성은 바로 이 다양성에 기초하고 있다. 우발적 방송사고로 인해 홍대앞 인디음악문화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며 매카시즘적 비난과 당국의 비문화적 대처에 비판을 가했다.

▲2005년 카우치 사건으로 인디음악계에 대한 마녀사냥식 묻지마 비난이 쏟아지자 인디음악인들이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전달했다. (사진=뉴시스)

MBC ‘음악캠프’는 KBS‘뮤직뱅크’나 SBS ‘생방송 인기가요’ 등 유사한 음악 프로그램이 시도조차하지 않았던 음악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일환으로 매주 방송마다 인디밴드 등을 출연시켜 한국 음악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동시에 인디음악이 대중과 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때문에 “기존 지상파 음악방송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던 MBC ‘음악킴프’ 제작진의 노력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일순간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요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음악산업의 침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고 대중음악의 질적 향상을 꾀했던 제작진의 의도가 어떤 이유에서건 폄하되거나 훼손되지를 않기를 바란다”는 음악인들의 주장과 함께 반대서명운동이 전개됐다. 하지만 카우치의 일탈행동은 ‘음악캠프’폐지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댄스음악이 지배하는 대중음악계와 차별화한 음악으로 한국 음악의 지평을 확장한 인디 음악계의 10여년의 노력이 물거품 되며 인디음악의 위축을 가져왔다. 또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 일어나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위해 몇 초간 딜레이 방송을 시작한 것도 카우치 사건이 초래한 방송 변화였다.

한국방송사와 대중음악계에 충격 그 자체였던 카우치 알몸 노출사건이 10년이 흘렀다. EBS ‘스페이스 공감’, MBC ‘무한도전’등 지상파TV에서 인디밴드를 출연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방송에선 인디음악을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홍대를 중심으로 한 인디음악은 20여년의 세월 속에 위기도 있었지만 한국대중음악의 건강한 대안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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