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껌씹기의 이로움

입력 2015-01-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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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즈카 미노루, ‘껌만 씹어도 머리가 좋아진다’

“저 친구들, 버르장머리 없이 저렇게 껌을 찍찍 씹을까.” 메이저리그 중계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 시각에서 보면 ‘경박하다’거나 ‘매너가 나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경험을 통해 껌씹기가 긴장을 완화시키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나가와 의과대학 명예교수인 오노즈카 미노루의 ‘껌만 씹어도 머리가 좋아진다’(클라우드나인)는 껌씹기에 대한 통념을 과학적이고 경험적 증거로 뒤집는 책이다. 저자는 “수시로 의식하면서 껌을 씹으라”고 적극적으로 권할 정도다.

이 책을 접하기 전부터 현대인들이 지나치게 부드러운 음식을 먹음으로써 뇌 발달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어왔다. 하지만 이처럼 체계적으로 씹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은 드물었다. 씹기는 왜 중요할까. 뇌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쁜 현대인에게 매 끼니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씹으라고 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좋은 대안이 바로 껌씹기다. 어떤 껌이 좋을까. 저자는 당분의 함유량에 신경을 쓰라고 권한다. 설탕이나 포도당, 물엿, 과당 등 충치의 원인이 되는 산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성분 표시에 ‘당류 0그램’이라 기록된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그 다음에는 껌을 어떻게 씹어야 할까. 껌을 씹어서 뇌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의식하며 천천히 꼭꼭 씹기’다. 정확하게 32초를 정할 수는 없지만 대략 32초 동안 천천히 꼭꼭 씹고 32초 동안 쉬는 것을 반복하면 뇌의 운동 영역과 감각 영역 등이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음식물과 마찬가지로 껌도 그냥 씹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천천히 꼭꼭 씹을 때만이 껌씹기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꼭꼭 씹는 동안 구체적으로 뇌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 “인지 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연합 영역뿐만 아니라 운동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보조운동 영역’, 운동이나 감각을 중계하는 ‘시상’, 운동의 학습이나 기억을 담당하는 ‘소뇌’, 입과 턱의 정보가 포함된 다양한 정보를 입력하는 ‘섬’ 등 뇌의 넓은 영역이 활성화된다.”

또 하나, 껌을 씹을 때마다 우리는 긴장이 이완되는 효과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일까. 확실히 껌을 씹으면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 근거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바람직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편도체의 활동을 억제한다.

‘지금 이것이야말로 스트레스다!”라고 결정하는 전두연합 영역의 활동을 확실하게 감소시킨다. 끝으로 껌씹기는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부신피질자극 호르몬의 분비를 줄인다. 저자는 극도의 긴장 상태가 찾아오기 전에 10분 정도만 껌을 씹으면 긴장감 완화 효과에 있어 확실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껌씹기의 장기 효과는 더욱 놀랍다. 반복된 껌씹기는 단기적으로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뇌세포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따라서 노인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할 만한 습관이다. 노인들 틀니나 임플란트를 조정한 다음에 무엇이든 씹을 수 있게 된 상태가 치매 증세를 비롯해 많은 변화를 일으킨 임상 경험이 제시되고 있다.

저자는 틀니와 임플란트를 한 뒤 음식을 제대로 씹는 것만으로 치매 증상이 개선된 사례들을 수없이 관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이가 들수록 껌씹기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저자는 힘줘 말한다. 얇지만 통념 깨뜨리기를 입증한 대단히 실용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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