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근의 거리와 사연들] '7년째 골조만' 신림백화점, 공사 재개는 언제쯤?

입력 2014-12-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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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중단된 신림백화점의 흉물스러운 모습은 신림역 일대 어느 곳에서나 보인다.

수풀이 우거졌다는 데서 이름 붙여진 신림(新林)동. 무성히 관목들이 뒤덮었던 자리는 어느덧 먹거리, 패션, 주점 등의 상권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순대촌으로 유명한 신림역 상권은 몰려드는 인파로 365일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저가 먹거리 상권과 유흥가라는 한계는 있지만, 일일 유동인구만 약 14만명에 이르는 서울 서남부 최대 상권으로 꼽힙니다.

파이가 큰 만큼 신림역 주변엔 크게 네 구역으로 나눠 상권이 형성됐습니다. 포도몰로 대표되는 1·2번 출구 일대, 순대촌이 있는 3·4번 출구, 르네상스 쇼핑몰이 있는 7·8번 출구로 구분됩니다.

그러나 유독 5·6번 출구는 죽어있습니다. 모텔과 오래된 건물들의 영향 탓이기도 하지만, 주요한 이유는 을씨년스럽게 방치된 신림백화점 때문입니다.

▲짓다 만 신림백화점은 도심 흉물로 방치돼 있다.

신림백화점은 지난 2007년 3월 C&그룹 계열인 C&우방이 착공한 복합쇼핑몰입니다. 연면적 3만9670㎡, 지하 7층∼지상 12층 규모 계획됐습니다. 포도몰, 르네상스 등과 더불어 신림 3대 쇼핑몰로 야심 차게 계획됐습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정률 50%에도 머무르지 못한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신림백화점이 방치된 건 C&우방의 무리한 사업 진행에서 초래됐습니다. 사업 초기 공사대금 확보가 마땅찮은 C&우방은 투자자 유치를 통해 약 700명에게서 전체 분양대금 3000억원 중 선투자액만 1200억원을 확보하고 사업을 진행합니다. 이에 더해 농협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통해 800억원을 빌려 총 2000억원을 갖고 지난 2007년 착공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C&우방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공사 시작 1년 만에 위기를 맞습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C&그룹에 유동성 위기가 번져가며 자금줄이 막힌 겁니다.

이후 신림백화점은 금호산업이 도급 형태로 새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공사가 재개되는 듯 보였지만, 지난 2012년 3월 이마저도 중단됩니다. 일부 분양자들이 분양가 인하 등을 요구하며 중도금 납부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2009년 완공만을 바라보며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낸 이들이 더 이상의 대금 납부가 힘들었던 겁니다.

▲하루에도 수만명이 오가는 지하철 2호선 신림역의 출입구가 방치된 공사장 인근에 있다.

그 결과 신림백화점은 이도 저도 아닌 흉물이 돼 버립니다. 매일 수천명이 지나가는 길목, 외벽조차 완성되지 않은 건물은 언제라도 철근 골조가 떨어질 듯 위태롭습니다. 5m 높이의 공사장 펜스와 그물망이 유일한 안전장치입니다. 안전요원 한 명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 물론 묶여버린 투자금에 2차 피해까지 발생했습니다. 쌈짓돈을 투자한 개인들에겐 눈덩이 대출 이자만이, C&우방에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에겐 빚더미만 남았습니다.

서남권 최대의 상권인 신림역 일대. 이 위험천만한 공사장은 보행자를 위협합니다. 수백억원 이상이 투입된 초고가 흉물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공사 재개의 기약도 없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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