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만났다] '일본 불매운동 로고 제작' 김용길 "내 아이에게 자랑할 만한 일을 한 것 같아요"

입력 2019-07-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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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맞대응하고자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일본 여행) 가지 않습니다.”, “(일본 제품) 사지 않습니다.”, “(일본산 음식) 먹지 않습니다.”, “(일본 제품) 팔지 않습니다.”

급기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본기업 제품 리스트가 떠돌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불길처럼 번졌다.

이번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확산을 이끈 데는 지금 각종 언론을 통해 확산한 'NO, BOYCOTT JAPAN'이라는 로고가 앞장섰다.

현재 일본 불매운동의 상징이 된 로고 'NO, BOYCOTT JAPAN'은 이달 3일 커뮤니티 사이트 '클리앙' 게시판에 처음 게시됐다.

해당 로고를 만들어 게시한 김용길 씨는 "물 한 잔 마셨습니다. 디자인이 별로일 수 있습니다. 네 시간 고민하고 그렸습니다. 이거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진심으로 전합니다.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며 "퍼가셔도 무방합니다"라는 말로 로고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 로고는 영어 단어 'NO'와 일장기가 합쳐져 절묘한 매칭으로 네티즌들로부터 극찬받았다. 클리앙 회원들도 해당 로고를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확산시키겠다며 "깔끔하고 효과적인 시각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평했다.

김 씨는 이 로고를 퍼가도 되겠냐고 질문하는 회원들에게 일일이 "마음대로 써도 된다. 다만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 시에만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길 바란다"라며 인쇄용 벡터 파일 링크까지 올렸다.

지금은 이 로고가 각종 언론과 시민단체, 온라인상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관련한 콘텐츠에 모두 사용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김 씨는 왜 이런 로고를 제작하게 됐을까. 김 씨로부터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해당 로고를 제작한 이유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바라보는 시선 등을 물었다.

- 간단히 본인에 대해 소개해달라.

“서울의 한 콘텐츠 제작사에 재직 중이다.”

- 원래 직업은 무엇인가? 그래픽과 관련한 일을 하는가?

“본업도 시각디자이너다. 캐릭터아트웍과 로고 타입, 심볼 등의 시각디자인 전반을 담당하는 팀에 있다.”

- 갑작스럽게 불매운동 로고를 만들기로 한 계기는 무엇인지.

“일본의 경제보복뉴스에 대한 불매운동 이슈가 막 인터넷에서 시작될 때쯤이었는데 시민들의 의지를 모을 심볼이나 포스터가 있으면 힘이 될 거라 판단했고, 백 마디 글이나 말보다 단순명료한 디자인 한 컷의 힘이 더 클 거라는 생각에 아이디어를 바로 디자인으로 옮기고 포스팅하게 됐다.”

- 클리앙에 처음 로고를 게재했는데, 특별히 그 커뮤니티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클리앙은 자주 포스팅을 하거나 활동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보는 사이트 중의 하나였고, 일본의 무역보복 뉴스가 나올 즈음 클리앙 회원들의 여론이 불매운동에 관해 얘기가 나오고 있었기에 생각하고 있던 디자인을 게시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 평소 일본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생각은 어떤 느낌이었나. 이번 사태가 일어나기 전 일본에 대한 감정은 어떠했나.

“일제강점기와 독도영유권 주장, 위안부, 강제징용배상문제, 최근의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까지 일본은 반성할 줄 모르는 나라가 아닌가. 이웃이 될 수 없는 국가라 생각한다.”

- 본인도 이번 불매 운동에 참가했으리라 여겨진다. 구체적으로 어떤 물품 구매를 자제했는지 알고 싶다.

“사실 의류나 아이 장난감은 일본브랜드를 구매한 적이 있고 그 외엔 평소 주위에서 소소하게 받은 물품들이 있다. 마트에서 맥주나 식음료 구매 시 일본산은 피하고 있고 의류나 문구 등 이번 기회에 상품성 좋은 국산 대체재가 많다는걸 알게 돼서 이제 정말 구매할 일이 없다.

일본여행은 불매운동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이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원전 근처의 해수욕장이 개장하고, 원전 근처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두고 먹어서 응원하자는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하고 있는데 정상국가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여론이 환기됐으면 한다. 포스터에 ‘가지 않겠습니다’를 ‘사지 않겠습니다’보다 상단에 배치한 것도 일본여행에 대한 경각심을 더 강조하고 싶어서였다.”

- 일파만파 퍼져나가 외신에서까지 이 로고가 노출되고 있다. 볼 때 느낌이 어떤지.

“우리 아이에게 자랑할 만할 일을 하나 한 것 같다.”

- 주위에서도 본인이 로고 제작자인 것을 아시는지?

“가족들은 알고 있고, 직장 부서원들도 알게 됐지만 구태여 밝히진 않았다. 불매운동에 같이 참여해주면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사가 우선이고 혹여나 불편해 질 수 있어서.”

- 본인이 이 로고를 제작했다는 사실에 대해 노출하기를 굉장히 꺼리는 듯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꺼리는 건 아니고 스스로 이목이 집중되는 걸 별로 즐기지 못하기도 하고 인터뷰까지 할 만한 일은 아니지 않나 싶었다.”

- 일각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의미가 없다거나, 혹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 제품 불매운동 후 열흘이 지나가고 있고 사회 전반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부가 하고 있고 국민은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미가 없다거나 시대착오적이라 말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한쪽으로 귀결되더라. 일본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듯한 논조를 주장하는 이들은 그냥 일본 가서 살라고 하고 싶다.”

- 향후 한일 간 경색된 경제 관계가 이어진다면 추가적인 로고 제작 의향도 있는지.

“여건이 허락한다면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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