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만났다] 한강 “유튜브가 주류? 책과 문학은 영원히 출현하는 것”
입력 2019-06-19 20:32   수정 2019-06-19 20:36

▲한강이 관람객들에게 책과 그에 관한 자신의 생각들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홍인석 기자 mystic@)

“제 목소리 잘 들리시나요? 제가 목소리가 작아서요.”

작가 한강은 청중들에게 계속 물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마이크 음량을 몇 번이고 고쳤다. 자신을 보기 위해 애써 강연장을 찾은 독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보였다.

“5월에 유독 여행을 많이 해서요. 올여름에는 어디 안 가고 책을 완성하기 위해 글을 쓸 계획이에요.”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작가 한강이 특별 강연자로 나섰다. 이번 행사의 홍보대사이기도 한 그는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종이책과 문학의 가치를 전했다.

한강은 “결국 가장 새롭게 출현하는 것은 우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종이책과 문학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유튜브가 주류 매체로 자리 잡았지만, 영상은 인간의 오감을 충족시켜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한강은 “책은 가방에서 꺼내 펼치고, 귀퉁이를 접고, 밑줄을 긋고 반복해서 읽을 수 있다”라면서 “이런 매체를 사람들이 점점 그리워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영상이나 증강현실 시대가 도래한다 하더라도 누군가의 내면, 감정으로 들어가는 일은 책과 문학 작품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모든 책이 종이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라면서 "종이책으로 소설을 보면 언제 끝날지 예상할 수 있고, 전체 구성이나 디자인도 독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자책이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2019 서울국제도서전이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가운데 작가 한강이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종이책과 문학의 가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41개국의 431개사와 저자 및 강연자 358명이 참여한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한강이 이토록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책을 읽으면 “강해졌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책을 많이 못 읽는 시기에는 희미해지고 부서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책을 읽으면 ‘충전됐다’라는 느낌도 들고 씩씩하고 강해졌다는 기분도 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문학 잡지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문학 잡지가 사라져가면서 작가들의 등단 기회가 사라지는 현실도 안타깝다고 했다. 한강은 “가끔 세상에 다 망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때마저 ‘문학 잡지는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 상실감이 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학 잡지가 사라지면 편집자, 출판사, 인쇄소, 서점 등 모든 체계가 사라지는 것이 무섭다”라면서 “지원이 줄면서 문학 잡지도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책 표지에 얽힌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한강의 책은 해외에서 책이 출간될 때 표지가 다채롭게 나와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는 “채식주의자 일본어판이 나올 때, 표지에 주황색 양파 하나가 가운데에 있었다. 편집자에게 ‘디자이너가 책을 읽었냐’고 물었더니 일본 독자는 단순한 걸 좋아해서 담담하게 가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책의 표지가 구성되는 것이 재밌다고도 설명했다.

한강은 노르웨이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로 선정돼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 '미래도서관 숲'에서 100년 뒤에 출간할 미공개 소설 원고를 재단 측에 전달했다.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이다.

그는 “프로젝트 자체가 우리 모두 죽어 사라질 100년 후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미래에 대한 기도 같았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글을 썼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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