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대화방] 'SK·현대·남양' 잇따른 재벌3세 마약 파문…"아예 합법화한다면?"
입력 2019-04-04 11:02   수정 2019-04-04 12:30

▲대마 합법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대마의 유해성과 중독성이 담배보다 현저히 낮다며, 형평성을 위해 대마와 담배 흡연 모두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마약 청정구역’은 이제 옛말이 됐다. 구글에 ‘마약 구매’를 검색하면, 텔레그램과 라인 등 각종 채팅 앱을 통해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트위터에는 #클럽마약판매 #신의눈물판매 #크리스탈판매 #히로뽕판매 #코카인판매 #강력환각제판매# #빙두샘플판매 등의 검색어와 함께 판매자 아이디를 공개해 둔 글도 다수다.

최근 ‘버닝썬 게이트’를 계기로 촉발된 마약 범죄 조사에 재벌가 3세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게 됐다. 마약 공급책 이모 씨를 붙잡아 조사하자 SK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 손자 최모 씨,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손자 정모 씨와 주고받은 메신저가 나왔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 역시 상습 마약 투약‧판매 혐의를 받고 있다.

거론된 재벌가 3세들은 대부분 보안성이 강한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거래했다. 이들이 마약 공급책 이 씨에게 돈을 보내면, 이 씨는 받은 돈을 비트코인으로 바꿔 마약 판매자에게 마약을 샀다. 판매자가 이 씨에게 마약을 보내면, 이 씨는 다시 구매자들에게 택배로 마약을 배송했다.

마약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의 마약 유통경로는 대부분 SNS다. SNS를 통해 마약을 거래할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이 없어 경찰의 추적과 수사가 어렵다. 대검찰청 ‘2017 마약류 범죄백서’ 자료에 따르면 마약류 범죄 모니터링 시스템에 적발된 불법 게시물과 사이트는 2014년 345건에서 2017년 7890건으로 20배 넘게 증가했다.

마우스 클릭만으로 구매가 가능해진 마약. 주된 마약 유통 경로로 지목되는 채팅앱들은 별도의 성인인증 없이 가입할 수 있어, 미성년자 마약 구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아예 국가가 대마 흡연을 합법화해 국가의 관리 아래서 마약을 허용하는 것은 어떨지, 극과 극의 생각을 가진 뉴스랩부 기자 2명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마약 구매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SK그룹 창업자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 모(31) 씨가 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들어서고 있다. 최 씨는 지난해 평소 알고 지낸 마약공급책으로부터 고농축 대마 액상을 5차례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마 흡연, 유일한 단점은?

김정웅 기자(이하 김): 가장 원초적인 것부터 지적할게. 바로 ‘형평성’이야. 담배는 되고, 대마는 안 되는 이유가 뭐지? 여러 의학 보고서와 논문에 따르면 대마는 심지어 담배보다 중독성, 유해성이 적어.

나경연 기자(이하 나): 저는 대마가 가지는 환각 증상이 형평성의 문제를 이긴다고 생각해요. 담배를 피운다고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지거나, 환각 효과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대마를 피면 그 환각 효과가 사라질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해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양에 따라 최소 3시간은 지속한다고 하는데, 대마를 피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평소처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김: 예를 들어, 직장인의 경우 업무 시간에 대마를 하게 되면 어떻게 일을 하겠냐고 묻는 거지? 나는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봐. 전 세계는 술과 담배가 합법이야. 하지만 업무시간에 소주 3병을 먹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은 찾아보기 힘들어. 대마도 마찬가지야. 소주도 마실 사람은 마시고 안 마실 사람은 안 마시는 것처럼, 대마가 합법화되더라도 정상적인 직장인들은 절대 업무 시간에는 피지 않을 거란 뜻이지. 밤에 친구들과 즐기는 유흥 시간에 피는 게 일반적인 모습일 거야.

나: 하긴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네요. 담배가 합법이지만 담배 자체에 관심도 없고, 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사실 더 많으니까요. 그런데 여전히 궁금하긴 해요. 대마가 담배보다 중독성이나 유해성이 덜 하다는 말을 많이 듣긴 했는데, 어떤 연구 결과가 있었던 건가요?

김: 좀 찾아봤는데, 2016년 미국의학협회지 정신건강 의학에 실린 매들린 마이어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연구팀 발표가 유명하더라고. 이 연구팀은 뉴질랜드 국민 103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어. 18~38세 사이의 조사 대상자들이 약 20년간 대마초를 사용할 경우, 육체적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목표였지. 결과는 어땠을까?

나: 아무런 유해성이 없었어요? 뭐라도 하나쯤은 안 좋아지지 않았을까요?

김: 연구팀은 대마초의 유일한 단점으로 치아건강 문제를 하나 발견했어. 대마초를 흡연한 사람들은 38세에 잇몸 건강이 대마초를 피우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더 나빴다는 것인데, 대마초 흡연 여부로 유의미한 건강상 차이를 찾긴 힘들었다는 뜻이지.

▲가수 박유천의 전 여자친구이자,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는 마약 구매 혐의가 있음에도 경찰의 비호 아래 구속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마초…마약으로 가는 관문?

나: 물론, 신체적인 면에서는 담배보다 덜 해로울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정신적인 부분이에요. 대마의 환각 효과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은 그걸 계속 찾게 된대요. 정신적인 의존이 더 무서운 것이죠.

김: 정신적 의존 측면에서는 나도 동의해. 하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이미 니코틴에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중독자 아닐까? 알코올 중독자는 말할 것도 없고. 나는 무엇인가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은 꼭 대마가 아니어도 이미 비슷한 약물에 의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 단순히 대마를 합법화한다고 해서 대마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일차원적인 추측이지.

나: 물론 사람들이 담배를 구매하듯, 심각한 의존 성향 없이 기호품의 하나로 대마를 구매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봐요. 하지만 대마를 구매하고 과연 그것으로 끝날까요? 점점 더 심한 마약을 찾게 되겠죠. 요즘 뉴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LSD, 코카인, 히로인 같이 환각 효과가 대마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뇌를 손상시키는 강력한 마약들이 많잖아요. 대마는 이런 종류의 마약에 접근성을 높여주는 촉발제가 될 것 같아요.

김: 글쎄, 그 부분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 같아. 이를테면 합법화의 종류와 수준에 관한 합의 말이야. 나는 술과 담배가 합법이니, 그와 비슷한 수준의 마약류인 대마 흡연만 합법화하는 것이 맞다고 보거든. 일종의 조건부 찬성이지. 나는 절대 경험이 없지만, 대마를 피면 술을 마신 것과 상태가 비슷해 진다고 하더라고. 기분이 되게 좋아지면서 둥둥 떠다니는 기분 같은 것 말이야. 이 정도의 수준은 인간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봐. 다만, 더 심한 약물에 대해서는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채팅앱을 통한 마약구매는 개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고, 성인 인증이 필요 없어 청소년들의 마약 구매 유통 경로로 활용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작용충, 아무것도 못 해!

나: 청소년 마약, 약물 중독 문제가 뉴스에 보도되고 있잖아요. 본드 흡입 사고는 매년 뉴스에 나오기도 하고요. 대마가 합법화되면 편의점에서도 버젓이 유통되고, 구매도 쉬워지겠죠. 청소년 담배 구매를 막는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잖아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이 단순히 미디어에 노출된 대마 흡연의 모습만 보고, '할리우드 스타가 하니까 나도 해야지'하는 마음을 가질까 봐 우려되기도 해요. 대마 흡연 후 일어날 사고도 당연히 걱정스럽고.

김: 글쎄. 빠르면 초등학생들도 수련회에 가서 술을 마시고 방과 후에 담배를 피우잖아. 어떤 학생들은 학교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말이지. 하지만 원인이 술과 담배일까? 난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지 않다고 봐.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술 때문에 그런 짓을 할까? 술을 먹지 않아도 폭력적 성향이나 환경에 있는 사람인데, 술로 인해 행동이 극대화될 뿐이야.

나: 그 말도 맞는 것 같아요. 대마 흡연 후 범죄가 일어난다고 해도 대마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하기에는 여러 가지 변인이 존재하니까요. 그리고 대마 흡연 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술을 먹고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일 확률도 높겠죠.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의료용 대마를 제외한 기호용 대마가 불법인 이유는 부작용은 물론이거니와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논의가 전무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김: 단순히 부작용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 한다면 ‘부작용충’ 아닐까? 음주운전이 무섭다고 금주령을 내리거나, 살인이 두렵다고 칼을 모두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게 해법은 아니잖아.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세상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어. 부작용이 있더라도 그것을 딛고 얻을 수 있는 효용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야. 네 말대로 대마 합법화를 논의하는 제대로 된 공론장이 없었으니, 우리의 대화가 그 시작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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