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이코노미] 영화 '썬키스 패밀리'…콘돔의 경제학
입력 2019-04-01 12:23

▲결혼 20년 차인 준호(박희순 분)와 유미(진경 분)에게 찾아온 첫 위기는 옆집으로 이사 온 미희(황우슬혜 분)의 등장이다. 준호는 미희와 아무 사이도 아님을 강조하지만, 유미는 미희 집을 드나드는 준호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출처=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또 임신시키지 말고!”

준호(박희순 분) 장모는 결혼 20년 차에도 뜨거운 유미(진경 분)와 준호 집에 방문해 콘돔 한 박스를 테이블에 들어붓는다. 장모는 아이가 셋이나 있는데 또 생길까 좌불안석이다. 밤마다 뜨겁게 불타는 준호는 오히려 장모에게 당당하게 외친다. “아이고, 평생 할 수 있겠는데요?”

영화 ‘썬키스 패밀리’는 부모의 뜨거운 밤뿐만 아니라 아들 철원(장성범 분)의 풋풋한 밤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다. 철원은 할머니가 집에 가져온 수십 개의 콘돔을 한 움큼 집어가 애인 집으로 달려가지만, 경험 부족 탓인지 관계 시도에 번번이 실패한다. 무용지물이 된 콘돔. 나중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준호는 아들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그럼 대체 콘돔 가져가서 어디에 썼어?”

▲준호는 철원에게 “너희 엄마가 첫사랑인 것이 아니라, 너희 엄마와 결혼했기 때문에 첫사랑이라고 믿고 계속 살아가는 것”이라며 아내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출처=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콘돔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 프랑스 콩바렐 동굴 벽화와 고대 이집트 드로잉에는 콘돔을 착용하고 있는 남성들의 그림이 남아있다. 1500년대 이탈리아 해부학자 가브리엘 팔로피오는 성관계로 전염되는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린넨으로 만든 덮개를 발명했다. 해당 덮개를 소금 용액에 담그면, 성관계를 하는 동안 덮개에 보호막이 형성되는 원리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콘돔의 재료는 다양해졌다. 기름종이, 얇은 가죽, 물고기 방광 심지어 거북이 껍질 등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1855년 ‘타이어의 아버지’라 불리는 찰스 굿이어에 의해 현대적인 콘돔이 발명됐다. 굿이어는 필라델피아 철물상으로, 고무의 저항성은 향상하면서 탄력성은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데 일생을 보냈다.

독일 저널리스트 모임 '난젠&피카드'가 쓴 '에로틱 세계사'에 따르면, 굿이어는 밤낮없는 고무 연구에 몰두하다 우연히 유황에 의한 생고무 경화 조직 원리를 알아내게 된다. 이후 고무 덧신, 고무 커튼 등을 발명했고, 세계 최초의 상업용 고무 콘돔까지 선보였다. 당시 고무 콘돔 두께는 2mm로, 측면에 이음매가 있었다. 당시로써는 엄청난 문명의 진보였다.

▲철원(장성범 분)은 계속되는 애인과의 잠자리 실패에 약국을 방문해 ‘칙칙이’를 달라고 한다. 칙칙이를 구매한 뒤에는 과다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또다시 잠자리에 실패하게 된다. (출처=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현대의 콘돔은 매번 발전을 거듭해, 최첨단 신소재를 활용한 발명품으로 탄생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콘돔 시장은 매년 10%가량 성장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최대 10조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피임과 성병 예방이라는 목적을 넘어, 즐거운 성관계라는 부차적 목적까지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인식 변화가 콘돔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국내 콘돔 시장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규모는 연간 300억 원에 달한다. 유통경로를 보면,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 약 200억 원, 호텔과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약 100억 원인 것으로 각각 추정된다.

편의점 기준으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제품은 일본 오카모토산업의 ‘오카모토’로, 34.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동아제약 ‘아우성’(20.5%), 메디바이스코리아 ‘플레이보이’(8.5%), 컨비니언스 ‘바른생각’(3.3%) 등이다.

2016년까지 국내 콘돔 시장은 글로벌 1위 콘돔 브랜드인 영국 레킷벤키저의 '듀렉스'가 35% 점유율로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논란을 일으킨 옥시의 모기업이란 사실이 보도되면서, 듀렉스 제품은 편의점과 약국 등 주요 유통망에서 사라졌다. 오카모토 역시 위안부에 콘돔을 공급했던 전범 기업이었던 것이 알려지면서 점유율이 하락했으나, 듀렉스 불매운동의 반사이익으로 다시 점유율을 회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막내딸 진해(이고은 분)는 매일 밤 엄마 아빠의 침실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더 이상 나지 않아 불안해한다. 엄마 아빠의 진한 스킨십이 사라지자 둘이 이혼하는 것은 아닌지 깊은 불안감이 진해를 엄습한다. (출처=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앞서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차세대 콘돔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이 재단은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에 10만 달러씩을 지원한다. 공모전에는 소 힘줄에서 추출한 콜라겐 섬유로 만든 콘돔, 그래핀을 이용한 콘돔, 수막 코팅을 활용한 콘돔, 폴리머 층을 갖춘 콘돔 등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감춰야만 했던 부끄러운 물건에서 실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품이 된 콘돔. 영화 ‘썬키스 패밀리’는 온 가족이 콘돔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만지고,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을 통해 부모와 자녀 간에 오가는 성에 관한 대화가 왜 필요하고, 얼마나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삐그덕 쿵, 소리가 이제 안 난단 말야!”

삐그덕 쿵. 매일 밤 엄마 아빠의 침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가족의 행복을 예측하던 막내딸 진해(이고은 분). 진해는 예쁜 옆집 아줌마로부터 아빠를 구하기 위한 작전에 나선다. 아직 부모와 자녀가 삐그덕 쿵 소리에 부끄러워하고, 콘돔을 대화 소재로 삼기 민망하다면, 이번 주말 영화 ‘썬키스 패밀리’를 함께 관람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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