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리뷰] 미세먼지 방독면…지금은 나 혼자 썼지만, 앞으론 우리 모두가 쓰게 될지도 모를…
입력 2019-03-26 05:00
[이투데이 김정웅 기자]

'직썰리뷰'는 중소기업이나 해외 아이디어 제품들을 직접 사용해보고 제품의 특징과 장단점을 솔직하게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실생활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이 있다면 이재영 기자(ljy0403@etoday.co.kr)김정웅 기자(cogito@etoday.co.kr)에게 제보해주시면 직접 사용해보고 솔직한 후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쒸익...쒸익... 뒤의 여의도 빌딩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먼지는 합성한게 아니라 실화다. 안개의 영향도 감안해야 하겠지만. (나경연 기자 contest@)

‘쒸익…쒸익…’. 숨만 쉬어도 ‘쒸익쒸익’ 소리가 난다.

요즘 미세먼지가 너무나 심해서, 정말 정화 효과가 좋은 마스크를 리뷰해보기로 했다. 원래는 어차피 하는 김에 정말 멋들어지고, '과한' 모습의 마스크를 리뷰해보고 싶었다.

'과한' 마스크라는 게, 엄격·근엄·진지하게 말해서 진짜로 아래 사진과 같은 수준의 마스크를 말한 것이다. 근데 선배한테 “지금 장난치는 거지? 이런 걸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어딨어”라고 혼났다. 그래서 보다 눈에 덜 띄는 마스크를 선택했다.

▲아, 오바...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스틸컷)

‘Woobi Plus 미세오염물질 마스크(HEPA필터)’

가격은 3만8900원. 여분의 필터는 1개가 포함되어 있다. 필터는 4개에 1만2000원으로 묶어 판매하고 있으니, 필터 하나에 3000원꼴이다.

‘아로마 팟’ 이라는 발향 기능을 가진 부속품도 함께 끼워준다. 필터 사이에 끼우면 숨 쉴 때마다 아로마 향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밖에는 정화통의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까만색의 뚜껑과, 휴대가 편리하도록 담을 수 있는 주머니도 제공한다.

‘정화통’이라…. 그렇다. 이 제품은 마스크라기보다는 방독면에 가까운 제품인 것이다.

▲‘Woobi Plus 미세오염물질 마스크(HEPA필터)’의 모습. 오른쪽의 큰 원이 공기가 들어오는 정화통이고, 왼쪽의 작은 원은 공기가 빠져나가는 배출구다. 왼쪽에 달린 끈을 뒤통수에 감아 오른쪽 정화통에 둘러 착용한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 뚜껑을 열어 필터를 장착한 뒤 사용하면 된다. (김정웅 기자 cogito@)

◇“담배 연기는 못 막아도 먼지는 완벽 차단…숨쉬는 것도 크게 불편하진 않아”

3월 20일은 서울시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이었다. 마스크를 시험해보기 더없이 좋은 환경.

먼저 정화 성능. 일단 ‘HEPA필터’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HEPA(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필터는 우리말로 ‘고효율 미립자 공기 정화 필터’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클린 룸 등 고도의 청정환경을 만들 때 사용하는 필터로, 이것을 사용하면 99.97%의 여과율을 유지할 수 있다. 미세먼지를 94%, 혹은 80%를 차단해 준다는 ‘KF94’, ‘KF80’ 인증 마스크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성능이다.

이 마스크에 달린 필터가 HEPA필터다. 판매사에 따르면, 4중의 필터 구조로 미세먼지만큼은 확실하게 차단된다고 한다.

▲선배가 가혹행위를 하기 위해 담배연기를 기자에게 뿜고 있는게 아니라 기자가 성능 시험을 위해 일부러 해달라고 한 거다. 아무리 언론사 위계질서가 강하다 해도 이 정도는 아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미세먼지 차단 성능에 대해서는 판매업체의 말을 믿기로 했다(실은 검증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그래도 공기 중의 유해성분을 어디까지 차단하는지 궁금하긴 해서 담배 연기로 실험해 보기로 했다.

‘담배 냄새가 하나도 안 났다!’를 기대하신 독자가 있으셨다면 유감이지만, 담배 연기는 전혀 차단되지 않고 전부 다 들어왔다. 담배 연기는 미세먼지보다 훨씬 더 미세한 입자라서 HEPA필터로도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

후배기자 K는 “선배, 이 마스크를 쓰고 최루가스를 터트려보거나, 화생방실에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었다. 이상하다. 이 친구 평소에 잘해줬는데 왜 내게 이런….

군대에서 배우기로 최루가스는 ‘갈고리 모양’의 큼직한 가스 입자가 호흡기를 ‘긁기 때문에’ 아픈 것이라고 들었다. 실험해 볼 순 없었지만, 아마 최루가스 정도는 넉넉히 막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막상 써보면 아주 많이 불편하지는 않다. (나경연 기자 contest@)

다음으로 독자들이 궁금한 것은 착용감일 것이다. 먼저, 당연히 불편하다. 원래 마스크를 쓰면 마스크 안 썼을 때보다 불편한 게 정상이다. 문제는 '얼마나 불편하냐'는 부분이다.

아주 많이 불편하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호흡기를 가리는 ‘KF94’ 마스크보다도 나은 착용감이었다. 마스크와 코‧입 사이에 약간의 이격이 있는 덕분‘막혀있다’는 느낌이 마스크보다 조금 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바람이 다른 구멍으로 새진 않는다. 정화통을 막으면 숨이 안 쉬어지기 때문에 이건 확실하다.

마스크를 쓰고 줄넘기도 해봤다. 역시 불편하지만, 할 만하다. 그렇다고 숨이 턱 끝까지 찰 만큼의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고, 그냥 조금 격하게 움직여도 견딜 만하다는 의미다.

결론만 말하면 쓰고 돌아다니는데 문제없는 정도다. 착용감엔 전혀 하자가 없다.

◇타인의 시선 #1. 내가 모르는 사람들

다들 보면 느끼시겠지만, 이 마스크를 선택하길 망설이게 만드는 진정한 문제는 사실 착용감‧가격‧성능 따위가 아니다. 당연히 진짜 문제‘과연 이 마스크를 썼을때 타인의 시선이 어떨 것인가’이다.

기자는 이 마스크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디젤펑크’ 스타일의 그 음울한 느낌이 맘에 들었다. 솔직히 더 화려하고 현란한 디자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자평하기로 마스크의 디자인이 기자의 패션 스타일과 잘 어울려 보였다.

길을 걷던 행인들의 반응은, 사실 반응이랄 게 없다. 기자가 그간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보다 세상 사람들은 ‘나’라는 타인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솔직히 관심 좀 받아보고 싶기도 했는데, 그냥 ‘흘긋’ 쳐다보고 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오래 쳐다보는 사람이라 해도 ‘?’하는 표정으로 2초쯤 바라보는 정도. 그뿐이었다. 아, 혹시 너무 이상한 사람 같아서 일부러 눈을 안 마주친 거였나? 행인 한분 한분마다 어떻게 보시냐고 물어본 건 아니라서 그분들의 속마음까진 잘 모르겠다.

▲나는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김정웅 기자 cogito@)

◇타인의 시선 #2. 내가 아는 사람들

다음은 지인들의 반응. 대체로는 기자 선후배 동료들의 의견을 물었다.

선배기자 O는 기자가 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면 ‘모른 척할 것’이라고 했다. 여러 번 되물었더니 “아, 벌써 세 번 말했잖아! 진짜 모른 척할 거라니까!”라고 말했다. 선배가 진심으로 한 말임을 믿게 됐다.

외견에 대한 품평(?)도 많았다. 타 매체 L기자는 사진을 보여주니 “이게 뭐얔ㅋㅋㅋ. 입마개한 진돗개 같잖앜ㅋㅋㅋ”이라고 답장을 보내줬다. “진돗개만큼 귀엽단 뜻?”이라고 물었더니 “아니, 그건 아냐”라고 단호박을 선사해줬다.

증권부 L부장은 “이야 멋있네. 잘 어울린다. 그거 쓰니까 멋있네”라고 했다. 살짝 기분이 좋았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얼굴의 3분의 1을 가리니까 더 멋있다는 의미였다. 이게 칭찬일까?

나쁜 평도 꽤 있었는데, 이날 같이 점심을 먹은 동료 기자 K는 “숨만 쉬어도 ‘씩씩’ 소리가 나니까 너무 웃기다. 솔직히 말하면 웃기기보단 너랑 같이 다니기 창피하다”라고 말했다. 편집부의 선배 두 분은 “친구가 이런 걸 쓰고 나타나면 ‘미친 ○인가?’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도 말했다.

내친김에 구체적인 설정을 부여한 질문도 해봤다. "만약 소개팅에서 이 마스크를 쓴 상대방이 나타난다면?"

좀 특이한 취향을 가진 듯한 L선배는 “트렌디해 보이고 괜찮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만약 상대방이 ‘먼지 참 심하죠? 여기, L씨도 받으세요’라고 말하며 나도 하나 주면 꽤 멋있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음…이거 3만8900원인데 소개팅 자리에서 주기엔 좀 부담스러운 선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기관지가 약한 분과 소개팅하시는 분들은 참고할 만 하겠다.

사회부 J부장의 멘트로 마무리 짓는게 좋을 듯 하다. “솔직히 작년에만 해도 이런 거 쓴다는 생각이 굉장히 ‘오버’ 같았다. 올해 들어선 나도 이런 마스크를 쓸까 고민이 된다.”

▲중국에선 실제로 얼마 전부터 이런 방독면을 쓰는 사람이 흔해졌다고 한다. (연합뉴스)

씁쓸하다. 기자도 J부장과 같은 생각이다.

원래 먼지에 둔감한 기자도 이런 걸 쓴다는 상상을 작년까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마스크 끼는 것도 정말 싫어한다. 근데 한 번 써보니 정말 극심한 미세먼지로부터 차단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게 된다. 그래서 재미 삼아 껴본 건데, 앞으로도 진짜로 자주 착용하게 될 듯한 느낌이 든다.

‘디젤펑크’ 콘셉트로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환경이 실제로 ‘디젤펑크’ 수준으로 나빠져 버렸다. 지금은 기자 혼자 써보면서 웃긴 얘기를 떠들었지만, 먼 미래엔 이 글을 보시는 독자 대부분이 이런 방독면 느낌의 마스크를 하나씩 구비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에선 벌써 이런 마스크가 흔하다고 한다.

예전의 맑은 하늘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사용해본 마스크의 품질은 좋았는데, 그래서 더 씁쓸하다.

▲이 사진은 원래 쓰지 않으려 한 B컷이다. 근데 ‘미세먼지 때문에 죽을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는 듯 해서 같이 올려봤다. 실제로 먼지 때문에 죽을 것 같기도 하고. (김정웅 기자 cog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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