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해봤다] 랜덤채팅 '아자르' 열풍?…영어회화 해보려다 성희롱에 '깜짝'
입력 2019-03-14 17:52
[이투데이 나경연 기자]

▲외국 친구에게 한국 문화를 알려주기 위해 인사동 쌈지길에서 영상채팅을 진행했지만, 외국인 친구들은 한국 음식이나 전통 한복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나이와 직업을 물어보고 신상정보에 관한 질문들을 던졌다. (나경연 기자 contest@)

“나 소개팅 좀.”

봄바람이 불면 시린 옆구리를 붙잡고, 지인들에게 메신저를 보낸다. 소개팅을 부탁할 때면, 평소 서먹서먹하던 직장동료에게도 십년지기 친구처럼 살가워진다. 10년 만에 연락하는 고등학교 동창에게도, 자주 가는 식당 사장님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니 ‘소개팅이 뭐길래’라는 한탄이 나온다.

이제 소개팅을 구걸하는 시대는 지났다. 스마트폰에 채팅 앱 하나만 설치하면 내가 원하는 국적, 나이의 상대를 스마트폰 화면으로 만날 수 있다. 콩팅, 이음, 데이톡, 채팅런, 아만다, 정오의 데이트, 글램 등 가히 채팅 앱 전성시대다. 이상형의 조건을 입력하면 앱이 자동으로 조건에 맞는 상대방을 찾아준다. 남녀가 스마트폰 채팅으로 대화를 주고받다가, 오프라인 소개팅으로 발전하는 식이다.

채팅 앱 홍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아자르’다. 아자르는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가 만든 영상 커뮤니케이션 앱이다. 현재 전 세계 230개국에서 19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아자르 앱을 통해 하루 7000만 건, 초당 2000건 안팎의 영상 통화가 연결된다. 올해 3월 기준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는 3억 건을 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다 보니 매출의 90%도 해외에서 나온다.

아자르의 인기 요인은 ‘스와이프’다.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쓱 밀면, 영상채팅을 하던 상대가 순식간에 다른 사람으로 대체된다. 이런 식으로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날 때까지 스와이프를 하다 보면, 1시간에 수십 명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내가 프로필 사진을 등록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있어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도 선뜻 영상채팅에 참여할 수 있다.

아자르는 스페인어로 ‘우연’이라는 뜻이다. 인터넷망을 통해 우연히 연결된 상대방을 인연으로 만들어 간다는 뜻이다. 벚꽃 축제를 코앞에 두고, 오늘도 소개팅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위해 본지 기자의 아자르 경험담을 상세히 적어본다.

▲아자르 앱은 계속해서 친구들과 매칭을 해줬고, 매칭된 친구들은 미국, 파키스탄, 이집트,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한 친구와 대화를 중단하고 싶으면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휙 넘기면 됐다. (나경연 기자 contest@)

◇휴일 눕방으로 제격…누워서 엄지로 ‘쓱’

“1시간에 30명?”

아자르로 연결된 대부분 사람은 ‘눕방’이었다. 오프라인 소개팅처럼 잔뜩 멋을 낸 사람보다는, 무료한 휴일 침대에 누워 ‘아자르나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집은 사람이 많다. 이용자들은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쓱쓱 넘기면서 마음에 드는 이상형 혹은 대화가 통하는 친구를 찾아 무한 탐험을 떠난다. 기자는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 위해 원하는 친구의 국적으로 ‘글로벌’을 택했다.

처음에는 미국에 있는 브래드와 영상채팅이 진행됐다. 브래드는 후드티를 뒤집어 쓴 채 침대 위에 엎드려 있었다. 막 잠에서 깼다는 브래드는 아자르로 몇 명과 대화해봤냐는 질문에 1시간에 30명과 대화했다고 답했다. 그는 박사 학위를 공부하고 있으며, 휴일에 전세계 친구들과 아자르로 대화하는 것이 취미라고 했다. 그는 하루 평균 2시간을 아자르에 할애했다.

브래드와 대화를 마치자마자 앱이 다음 대화 상대를 검색해줬다. 이번에는 일본에 사는 여성 마츠코였다. 자신 있게 ‘곤니찌와’를 내뱉었지만 마츠코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대화를 중단했다. 이후 2시간 동안 약 50명의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미츠코가 나를 거절했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아자르 이용자 다수는 대화 상대가 동성이면 과감한 스와이프를, 이성이면 친근한 교감을 선택했다.

이날 기자는 한국의 문화를 알릴 겸 인사동 쌈지길을 배경으로 영상채팅을 진행했지만, 큰 인기는 끌지 못했다. 우선적으로, 송출되는 화면이 저화질이라 제대로 배경이 보이지 않았고, 상대 국가의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용자 역시 많지 않았다. 다른 문화권에 대한 호기심이나 외국 친구에 대한 설렘보다는 이성 친구와의 만남에 이용자들의 관심이 쏠려있었다.

▲아자르에 가입하면 자신의 관심사와 영상채팅을 진행하고 싶은 상대의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창이 뜬다. 특정 국가를 선택하려면 유료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출처=아자르 화면 캡쳐)

◇이용자의 요구가 수익구조로 연결

특정 성별과 지역의 대화 상대를 원하는 아자르 이용자들의 요구는 수익구조로 연결된다. 아자르는 무료 서비스와 유료 서비스를 구분하고 있다. 무료 서비스 이용자는 대화 상대의 국적을 한국과 글로벌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유료 서비스 이용자는 전 세계 230개국 중 자신이 원하는 국적의 대화 상대와 성별을 고를 수 있다.

국가와 언어를 선택한 사용자들은 주 9900원 유료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데, 아자르는 이렇게 채팅 조건 설정을 유료화하면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했다. 아자르 이용객 가운데 90%가 외국인이라는 점이 서로 다른 지역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호기심이 이용자가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게 만든다.

특히, 아자르의 인기는 터키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폭발적이다. 이들 국가는 음성보다 대면 문화가 발달해, 영상통화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아자르는 이렇게 현지화 전략 수립에 집중하기 위해 전체 직원의 30%를 외국인으로 채우고 있다.

아자르의 유료, 무료 서비스의 동시 제공은 꾸준한 수익 창출의 바탕이 된다. 2017년에는 구글 앱 마켓에서 비(非)게임 매출 세계 9위를 차지했다. 당시 매출은 624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매출은 2017년 대비 60% 이상 급증하면서 매출 총액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아자르 앱에서는 대화를 나눴던 친구 목록이 자동으로 저장된다. 친구들에게 개인적으로 메신저를 보내거나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이 가능하다.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경우에는 프로필 사진 대신 캐릭터 그림을 선택해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출처=아자르 화면 캡쳐)

◇외국어 공부?…‘성기’ 노출 만연

아자르의 인기와 함께 주목받는 것이 노출 문제다. 올해 1월에는 약 27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 카페 ‘수만휘’에 아자르 앱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용자들이 쓰레기다. 성기를 보여주는 사람이 엄청 많다. 특히, 아이와 여성분들은 성기를 보고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으니 절대 앱을 설치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해당 글에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댓글이 여러 개 달린 상태다. 특히, 수만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커뮤니티로 주 이용층이 고등학생이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며 영어를 공부해보려고 했던 고등학생들이 유해 콘텐츠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아자르는 영상채팅 상대가 유해한 콘텐츠를 다루면 상대 이용자를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해뒀다. 하지만, 신고를 여러 번 당해도 탈퇴한 뒤 다시 가입할 수 있다는 점, 신고하더라도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계속해서 동일한 상대와 매칭이 된다는 점이 문제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채팅 앱에서 청소년과 친밀한 관계를 쌓으면서 신체 사진을 요구하다가, 오프라인 만남으로 발전시켜 강간하는 ‘온라인 그루밍’이 큰 문제다”면서 “현재 이런 채팅 앱 관련 문제나 규제를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앱에서 문제가 생기면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처리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처벌이나 제재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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