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택시요금 인상했지만, 미터기 그대로…추가금 요구에 고성까지

입력 2019-02-18 14:56수정 2019-02-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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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서울 택시요금 오늘(16일)부터 오른다는 건 이야기 들으셨죠?"

"죄송한데 미터기 요금에 추가 요금이 붙을 것 같습니다. 아직 미터기 요금 수정이 안 돼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요금 인상표 좀 확인하겠습니다. 요금 구간별로 인상 가격이 달라서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서울 택시요금이 인상된 첫날인 16일 오후 서울 신림동에서 강남구 역삼동까지 택시를 이용해 이동한 기자는 택시기사로부터 수차례 "죄송하다"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택시기사 A(57) 씨는 "오늘부터 서울 택시요금이 오른다고 공지됐지만, 회사 택시는 교대로 종일 운행되다 보니 미터기를 교체하지 못한 채 운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아침부터 손님들과 계속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미터기 구간에 맞춰 인상되는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한 손님들과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라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미림여고에서 역삼역 인근까지 미터기 요금이 1만7100원이 나왔다. 기자가 "통행료 1600원에 기본료 추가분 800원 더해서 드리면 되나요?"라고 물었더니, "기본료만 오른 게 아니라 1m당 요금도 변경됐다"고 답했다.

일반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심야는 3600원에서 4600원, 모범택시는 5000원에서 6500원으로 변경된 사실은 대체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본요금 인상이 널리 홍보된 것과 달리, 거리당 요금이 변경된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

일반 택시 거리 요금은 132m당 100원으로 10m가 축소됐고,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으로 4초 줄었다. 모범택시는 거리요금이 151m당 200원으로 13m 축소됐고, 시간 요금은 36초당 200원으로 3초 줄었다.

결국, 기자도 신림동에서 역삼동까지 이동하며 미터기 요금 1만7100원에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통행료 1600원과 1만7000원대 구간 인상분(2300원)이 추가돼 2만1000원을 내야 했다.

(연합뉴스)

◇미터기 조정 혼란, 이달 말까지 이어질 듯=기자는 서울 택시요금 인상이 이뤄진 후 첫 출근일인 18일 오전에도 택시를 이용해 봤다.

이날 탄 택시는 개인택시였다. 개인택시 기사 B 씨는 "죄송한데 아직 미터기 조정을 못 해서 내릴 때 추가 요금을 내야 할 것 같다"며 '요금 변환표(조견표)'를 내밀었다.

B 씨는 서울 택시요금이 오르면서 미터기 조정을 해야 하는데 막상 미터기 수리를 하러 가면 택시들이 몰려있어서 한참을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개인택시는 이틀 일하고 하루를 쉬는 3부제를 시행하고 있어 대체로 쉬는 날 미터기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B 씨 역시 "어제오늘 손님들한테 별별 소리를 다 듣고 있다. 이미 서울 택시요금이 인상된다고 발표는 됐는데, 미터기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니 의심의 눈초리로 보더라"면서 "내일이 쉬는 날인데, 내일을 이용해 미터기 조정을 하려고 한다. 요금 조견표를 보면 인상분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돼 있다"고 안내했다.

서울시 택시 7만2000여 대 중 17일까지 인상요금을 반영해 미터기를 수리한 차량은 80대에 불과했다. 정식 수리는 8일 오전 8시부터 28일까지 서울 월드컵공원 등 4곳의 대형 주차장에서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서울 택시요금 인상으로 인한 혼란은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서울시 홈페이지)

◇택시요금 인상됐지만, 승차 거부 여전?=16일 밤 11시께 역삼동에서 신림동으로 향하는 택시를 잡아봤다. 역삼역 뒤쪽 골목에서 승차하고자 카카오택시를 불렀으나 배차되는 택시가 없었다.

결국 큰 도로로 나갔다. 마침 택시 한 대가 지나가길래 "미림여고로 갑시다"라고 말했지만, 해당 택시기사는 "들어가는 차량이라서 죄송하다"며 승차 거부를 했다.

분명한 승차 거부에 따질까 하다가 돌아섰다. 서울 택시요금은 5년여 만에 인상한 것이지만, 서비스는 5년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옆에서 택시를 잡고 있던 남성과 잠깐 대화를 나눴다. 친구들과 술 한 잔 걸치고 집에 가려고 한다는 30대 남성은 "택시 요금이 올랐으면 서비스도 좋아져야 하는데, 매번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으면서 요금만 올리려 한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 남성은 "낙성대에 사는데, 택시 잡아서 낙성대 가자고 하면 다들 싫어하더라. 차는 막히고 나를 태우고 들어갔다가 그쪽에서 나오는 사람이 없어서 빈 차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승차 거부를 한다면 나 같은 사람들은 뭐로 귀가해야 하느냐. 택시업계가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고 요금인상을 강행했다면 그만큼 더 질 좋은 서비스로 승객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바로 이 지점에 존재한다. 논란이 되었던 카카오 카풀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대와 시민들의 호응의 간극도 궤가 다르지 않다. 택시업계가 이번 요금인상을 계기로 시민들의 마음도 챙기기 위한 변화를 시도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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