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로 출시일정 미뤄…당국의 반독점 조사 영향·부진한 판매 성적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의 ‘킬러 디바이스’인 ‘엑스박스 원’의 중국 출시를 갑자기 미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S가 21일(현지시간) 엑스박스 원의 출시일정을 당초 예고했던 23일에서 연말로 연기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MS와 현지 파트너인 베스TV뉴미디어(상하이미디어그룹 자회사)는 23일 엑스박스 원을 출시하기로 했고 중국 내 이커머스 판매 독점권을 가진 JD닷컴은 지난 7월 이와 관련해 선주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MS는 전날 게임매체 폴리곤과 SCMP 주말판 ‘선데이모닝포스트’ 등 일부 언론매체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중국 내 엑스박스 팬들을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출시 연기를 고지했다. 그러나 MS는 이번 출시 연기 소식을 엑스박스 공식 사이트(news.xbox.com)에도 싣지 않았다.
회사가 출시를 이틀 앞두고 느닷없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을 전혀 설명하지 않아 그 이유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회사는 지난 4월 29일 “오는 9월 중국에서 엑스박스 원이 출시된다”며 “중국시장에 가정용 게임기가 정식으로 출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2000년 엑스박스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 등 외국 비디오게임 콘솔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FTZ)를 열면서 게임콘솔 시장도 개방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가 출시 연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 반독점 당국은 회사에 서면으로 윈도와 오피스 소프트웨어 등에서의 법규 위반 관련 이슈를 설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아시아시장에서의 극심한 부진에 MS가 엑스박스 원 마케팅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차원에서 연기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엑스박스 원은 이달 일본 출시 첫 나흘간 판매기록이 2민3562대로, 일본에서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콘솔 중 가장 낮은 판매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엑스박스가 일본에서 그리 인기는 없다 하지만 과거 모델과 비교해도 부진은 극명했다. 오리지널 엑스박스는 출시 첫 주말 판매가 12만3929대에 달했고 360도 출시한 지 이틀 만에 6만2135대를 팔았다.
MS는 엑스박스 원이 중국에서 이미 10만대의 선주문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중국의 13억 인구를 고려하면 엑스박스 원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높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